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의 개봉을 앞두고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읽었습니다.
「Barn Burning」이라는 제목의 영문판을 먼저 읽고, 며칠 간격으로 「헛간을 태우다」로 번역된 국문판을 읽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단편소설까지 꼼꼼하게 읽지 못했습니다.
빼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에, 곧 보게 될 영화에 큰 기대를 품고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꼼꼼하게 읽고 싶어졌습니다.
국내 번역된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고, 영문으로 나온 네 권의 단편집의 빠진 이도 곧 다 채워질 예정입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Men Without Women』은 얼마 전에 다 읽었고,
나머지 단편집 중에서 몇몇 골라 (다시) 읽을 예정입니다.
문학동네 팟캐스트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한 일곱 개의 작품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4년 전쯤 팟캐스트 듣고서 단편들을 찾아 읽었는데 이번에는 단편들을 읽고 방송을 다시 들어보고 싶네요.
- 반딧불이 (Firefly)
- 빵가게 재습격 (The Second Bakery Attack)
-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 고도 자본주의 전사 (A Folklore for My Generation: A Prehistory of Late-Stage Capitalism)
- 침묵 (The Silence)
- 토니 다카타니 (Tony Takitani)
- 벌꿀 파이 (Honey Pie)
- 하나레이 해변 (Hanalei Bay)
단편의 제목들을 훑어보면서 몇 작품을 골랐습니다.
-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The Wind-Up Bird and Tuesday's Women)
-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Blind Willow, Sleeping Woman)
- 캥거루 통신 (The Kangaroo Communiqué)
- 오후의 마지막 잔디 (The Last Lawn of the Afternoon)
-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On Seeing the 100% Perfect Girl One Beautiful April Morning)
- 로마제국의붕괴・1881년의인디언봉기・히틀러의폴란드침입・그리고강풍세계 (The Fall of the Roman Empire, the 1881 Indian Uprising, Hitler's Invasion of Poland, and the Realm of Raging Winds)
- 신神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All God's Children Can Dance)
- TV 피플 (TV People)
- 가노 크레타
「가노 크레타」의 영문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를 십 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손질해서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가 나왔습니다. 1995년 여름에 고베와 아시야의 낭독회를 위해서 (400자 원고지) 80매의 원고를 45매 정도로 줄였다고 합니다(단편집 『렉싱턴의 유령』 202쪽에 나온 4퍼센트는 40퍼센트를 오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와 『풋내기들 Beginners』도 비교해 읽으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추천받고 싶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제목만이라도 좋고 이유도 알려주시면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읽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뉴욕 탄광의 비극' 을 제일 좋아합니다.
'주위의 친구들도 대강 비슷한 나이였다.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그건 죽음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나이다. 시인은 스물하나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넷에 죽는다.
그것만 지나고 나면, 당분간 어떻게든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게 우리들 대부분의 예측이었다.
(중략)
우리들은 온화한 봄날 햇살 아래서 한창 양복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좀처럼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셔츠 소매가 뒤집혀 있거나, 오른쪽 다리는 현실적인 바지에 밀어넣으면서 왼쪽 다리는 비현실적인 바지에 밀어넣어 보거나 하는, 그런 작은 소란을 피웠다.
살육은 기묘한 총성과 함께 찾아왔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죠.
저 나이를 지난 지는 한참 되었고, 이쯤이면 질풍노도는 끝났다고 안도한 적도 없이 아직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지만요.
위에 써주신 '캥거루 통신'도 좋아하고, '창', '졸립다'도 좋아합니다.
'창'에는 하루키 소설 중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세상이란 데는 기묘한 곳입니다. 내가 참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주 보통의 햄버그 스테이크인데도, 그것이 어떤 때는 파인애플을 뺀 하와이언 식 스테이크라는 형태로만 제공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