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쳇, 이번 프듀48은 정말 짜증이예요. 분명히...참가자들을 조합해서 어마어마한 걸그룹을 탄생시킬 기회가 있었다고요. 그러나 이제 남은 20명으로는 어떻게 조합해도 특별한 사람만으로 12명을 꾸릴 수가 없게 됐죠. 



 2.여러 번 썼었죠.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특별함은 '낯설음'이라고요. 평범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낯선 사람이 됨으로서만 특별한 사람이 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죠. 전에도 썼듯이 사람이란 상대는 그렇거든요. 상상할 여지가 적어질수록 상대에게 질리게 되죠. 왜냐면 처음에 어떤 가면을 쓰고 나타났든, 어떤 연기를 하든...결국 시간이 지나고 상대의 실체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사실은 뻔한 놈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아직도 Q를 종종 보러 가곤 해요. 이젠 그녀에 대해 상상할 구석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보러 가죠. 왜냐면 Q는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얼마쯤은 특별하거든요. 그녀의 낯설음과 신비감 때문에 특별한 게 아니라 Q의 실체...그 자체에 특별한 구석이 있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그녀의 시간을 사기 위해 돈을 내고 보러가곤 하죠. 


 

 3.허윤진도 그런 특별함이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는 허윤진이 하필이면 '특별한 타입'이기 때문에 프듀48에서 폭망해 버렸다고 여기고 있죠. 누군가는 이럴 거예요. '특별하면 최종 12인 안에 들어야지 왜 생방 20컷에서 떨어지는 건데?'라고요.



 4.휴.



 5.한데 아이돌 그룹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내가 1문단에 말한 특별함...아이돌로서의 특별함은 '각자의 롤 안에서 한계까지 심화된 캐릭터라이즈'를 말하는 거예요. 아이돌로서의 경쟁력 말이죠. 왜냐면 아이돌이란 건 무조건 잘나야만 되는 게 아니거든요.


 쭈굴미의 극한, 냉미녀의 극한, 걸크러쉬의 극한, 실력파의 극한, 막내온탑의 극한, 상큼함의 극한...프듀1시즌의 ioi를 보면 이렇게 각자의 롤 안에서 어중간하지 않은, 선명한 캐릭터가 종류별로 수놓아져 있죠. 그런데 이번 프듀48에 남은 20인은 그런 게 좀 모자란단 말이예요. 미야자키 미호처럼 아예 인생역정 스토리를 한계까지 밀어붙인 건 괜찮아요. '연민의 끝판왕 캐릭터'로서 뽑아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강혜원이나 조유리 같은, 제대로 된 비주얼도 실력도 스토리도 없는 어중간한 인간들이 너무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 말이예요. 당장에 20인 안에 들었을진 몰라도 실제로 팀이 꾸려졌을 때 팀이 나아갈 동력이 되어줄 만한 특별함이 없는 인간들이죠. 그 점에서 프듀48의 흥행을 염려하는 거예요. 내가 프듀48의 흥행을 염려하는 이유는...뭐 나중에 써 보죠.



 6.그런데 그 중에 하필 허윤진은 2문단에 내가 말한 특별한 인간으로서의 특별함...즉 '스페셜함'이 느껴지는 인재란 말이죠. 이미 3화에서부터 일본에서도 반응이 왔었어요. 동경할 만한, 멋진, 칵코이한...뭐 그런 캐릭터로 말이죠. 그런 허윤진은 미칠듯이 떡상하다가 그만 실수를 저질렀어요. 너무 간절한 나머지 메인보컬 자리를 구걸해버린 거죠. 자기가 떡상중인 것도 모른 채로 말이죠.


 사실 프듀 시리즈를 보아온 사람들에게 그건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예요. 겨우 17살인 아이가 떨어지는 순위에 불안해서 메인보컬 좀 시켜달라고 한 거잖아요? 맨날 사람들이 아이돌로서의 큰 덕목이라고 외치는 '간절함'에 딱 들어맞는 예란 말이예요. 허윤진이 아니라 다른 연습생이 그랬다면 몇 시간 정도 커뮤니티가 들끓다가 다시 원상복귀 되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자신의 간절함을 증명했다며 더 평가가 좋아졌을지도요. 


 하지만 사람들은 허윤진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어요. 결국 하위권으로 떨어져버린 후 다시는 반등하지 못했죠. 이유는 역시 그거라고 생각해요. 허윤진은 사람들에게 기대받던 자신의 캐릭터를 부숴버렸다는 거요. 이런 프로그램의 순위 따윈 비웃어줄 것만 같은 여유로움...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도 그들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디서든 쉽게 인정받는 멋진 여자...그런 특별한 사람. 그런 특별해야 할 허윤진이 '간절함'이란 양민의 모습을 보인 순간 사람들의 기대가 깨져버렸던 거라고 생각해요. 


 순위 따위 구걸하지 않았어도 알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떠받들여져 올라갔을...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어가는 중이었던 허윤진은 그녀의 평범한 인간성을 내보인 순간, 가치가 하락해버린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무척 아쉬워요. 지금 남은 20인 중에 허윤진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프듀48그룹이 빛날 기회는 남아있었다고 여기거든요.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허윤진이었는데 말이죠.



 7.하하, 너무 궁예인가요? 프듀48에서 내가 유이하게 특별함을 느낀 두명...에리이와 허윤진에 대해 너무 아쉽다 보니 쓰게 됐네요. 장원영이나 김민주, 왕이런도 특별하다고 말하지 않았었냐고요? 물론 그들도 특별하지만 그들은 뭐랄까...100점짜리 특별함이예요. 스펙과 점수를 매겨서 평가하면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인재들 말이죠. 나는 허윤진과 에이리에게서 숫자가 아닌 빛깔을 봤죠. 다른 사람과는 다른 색의 빛깔을 말이죠.



 8.Q와 허윤진이 다른 점은 그거겠죠. Q는 남들에게 자신의 인간성을 잘 내보이지 않는다는 거요. 사실 Q도 세금 계산을 하거나 매상 걱정을 하거나 해요. 그러나 허윤진이 팀원들에게 메인보컬 자리를 달라고 읍소하던 그런 모습...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절대로 남들에게 보이지 않죠. 적이 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 그런 상대들에겐요.


 왜냐면 자신을 인간 이상의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건 스스로를 순식간에 땅바닥에 처박아버리는 것과 같으니까요.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건 어차피 착각 아니야? 그런 착각이라면 그냥 깨버리고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요. 


 하지만 아니예요. 만약 당신 주위의 음험한 인간들이 당신을 인간 이상의 무언가라고 여기고 있다면, 계속 그렇게 여기도록 그냥 놔둬야만 해요. 왜냐면 당신이 사실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들켜버린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물어뜯으러 달려오거든요. 그들이 처음부터 당신이 평범하다는 걸 알았다면, 어쩌면 그들과 잘 지낼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당신이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으로서 그들과 관계를 시작했다면...그냥 그걸 끝까지 유지하는 게 좋을거예요. 당신을 동경해 마지않던 당신 주위의 인간들이 아주 위험한 사람이 되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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