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우두망찰하게 하는 것

2019.03.19 06:00

어디로갈까 조회 수:1252

1. 3주 전쯤에 일이 필요하다는 후배에게 번역 일을 연결해줬습니다. A4 용지 40매 분량으로 외교학 쪽 소책자예요. 그런데 어제 보내온 파일을 살펴보니 이것참 엉망이네요. 처음부터 다시 해야될 정도예요. 
제가 미리 원고료를 지불한 일이라 실망이 더 큽니다. 실력은 충분한 사람인 걸 알고 있으므로, 이건 성의의 문제구나 하는 판단에 더 마음이 안 좋아요.  제가 그의 선배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무성의를 보여도 좋은 일이란 세상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관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번역은 제가 다시 하면 됩니다. 도착지에 당도해서야 깜빡 잊고 두고온 물건이 생각나서 급하게 언덕 꼭대기 집까지 뛰어갔다 와야 하는, 그런 숨참 정도의 노고를 쓰면 돼요. 단지 마음이 몹시 헛헛하군요. 관계의 값어치에 대한 생각이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스스로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더.

2. 올해 들어서면서 어째 매일 사고가 터지고, 저는 해결사 노릇으로 분주합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가르침 중 하나가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도록 늘 마음을 다잡아야 하느니~ "였는데, 관용과 무심함을 오가며 덕을 닦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_-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다'라는 말이 있던데, 매우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수정되어야 하는 말 아닐까요. 더 많이 사랑하는 자와 덜 사랑하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자와 사.실.은 사랑하지 않는 자가 있을 뿐입니다.
누가 떠나고 있는 걸까요. 시간의 강물을 따라 추위가 물러가고 있는 이 겨울 끝무렵에, 그림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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