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그냥 배경 사건에 대한 잡담에 가깝겠네요. 어쨌든 영화를 재밌게 보려면 모르고 보는 게 좋을 모든 이야기를 다 하는 글이니 요 아래를 읽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을 좀 해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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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방지용 짤 재활용.)



 - 옛날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리메이크, 리부트 그렇게 좋아하는 헐리웃 사람들이 왜 '스팅'을 다시 안 만들까. 그거 이야기도 재밌고 마지막 반전도 그 시절 기준 참 대단하지 않았나? 왜 안 만드는 거지? 왜??? ...뭐 이런 생각이요. ㅋㅋㅋ 근데 그걸 영화가 아니라 현실판으로 호주 경찰님들이 시전하셨다는 게 너무 놀라웠습니다. 아니 사실 '스팅' 정도도 아니죠. 거의 '트루먼쇼' 급의 함정이었던 거잖아요. 근데 또 영화 보고 나서 사건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이런 식의 작업이 따로 명칭이 붙어 있을 정도로 이미 전통이 있는 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네요. 아니 그 동네 경찰님들은 대체... ㅋㅋㅋㅋㅋ



 - 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괴롭혔던 의문들은 이런 거였어요. 그러니까 마크 쟈가 언더커버 캅인 건 알겠는데. 헨리가 그 조직으로 들어갈 줄 어떻게 알고 저기서 진작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지? 우연히 얻어 걸린 건가? 그리고 저 조직은 왜 이리 복지가 좋고 사람들이 따뜻해? 대체 헨리 쟤가 뭘 잘 해서 저렇게 부둥부둥 싸고 돌지? 수당은 또 왜 저렇게 세고??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잠입 임무 수행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왜 저리 발각 걱정을 안 하지? 등등등.


 사실 좀 제 정신을 차리고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으면 중간중간에 노골적인 힌트들이 주어집니다만. (다 보고 나서 빨리 감으면서 다시 한 번 봤더니 그렇더라구요 ㅋㅋ) 제가 그저 '으악 어두워! 갑갑해!! 느려!!! 설명이 없어!!!' 이러면서 정신줄을 반쯤 놓고 보느라고 캐치를 못했어요. 결국 한 시간 이십분이 흐른 후에야 노골적인 설명 & 정리 장면을 보면서 간신히 알게 되었죠. 으허허 그냥 조직 전체가 함정이었다니... 그게 다 경찰이었다니. ㅠㅜ



 - 실제 사건 관련 글을 찾아 읽어보니 정말 더더욱 신비로운 작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그런 조직이 있어서 운영되고 있는 척을 해야 하니 주조연에 엑스트라들까지 필요해서 투입되어야할 경찰들 숫자도 엄청 많고. 얘들이 또 다 그럴싸하게 연기를 해야 하니 디테일한 각본이랑 설정도 있었어야 하고. 또 헨리에게 일거리를 주고 보상도 줘야 하니 가짜 범죄 사건을 끊임 없이 만들어서 던져 주고, 또 그 보수까지 줘야했단 말이죠.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히 소품(?)들이 필요하고 실제 액션도 필요하구요. 이걸 1년 가까이 굴렸다니 대체 그동안 자금이 얼마나 투입됐을까요? ㄷㄷㄷ


 애초에 이런 작전을 승인한 경찰 상부 사람들도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문학적(?)이고 영화적(??)인 작전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 그리고 기나긴 시간을 투자하도록 승인하다뇨. 게다가 이게 무슨 국가 전복 음모도 아니고 소년 한 명에 대한 사건이잖아요. 당연히 소년 한 명의 죽음에 대한 정의 실현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보통 우리들이 생각하는 상식으론 뭔가... 너무 대단하지 않습니까. ㅋㅋㅋ 호주에 이런 사건이 몇 십년에 한 건 꼴로 일어나는 것도 아닐 텐데. 제가 모르는 다른 무슨 배경 같은 게 있었던 걸까요.


 헨리 체포 이후에 보여지는 대규모 수색 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필요한 일을 한 건 맞는데, 그래도 그렇게 대규모로, 그렇게 꼼꼼하게 일하는 걸 보니 괜히 막 감동적이더라구요. 마지막에 수색자 한 명이 멈춰서서 한 손을 치켜드는 그 순간엔 특히 더 그랬구요.



 - 아무래도 젊었을 때 이미 '무간도'에 절여진 뇌라 그런지 마크가 헨리와 맺는 인간적인 관계들이 내내 헷갈렸습니다. 게다가 이 헨리란 인간은 참 혐오스런 생명체이면서도 어쨌거나 인간은 인간이라 종종 그런 감정적인 장면을 연출한단 말이죠. 그래서 헨리가 이러고 저러고 할 때마다 보이는 조엘 에저튼의 오묘한 표정이 참 궁금했는데. 결말까지 보고 나면 결국 혐오의 감정이었던 거겠죠. 숨바꼭질 하다가 아들이 집 밖으로 나가 버리는 장면을 보면 이 양반이 이 수사 때문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고 피폐해졌는지 잘 보이는데. 그런 상태로 헨리에게 연민 같은 걸 품었을 리가...



 - 마지막으로 좀 찜찜한 얘기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우리 헨리씨는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고 무기 징역을 받고 감옥에 간 후에도 그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팀은 헨리의 자백을(물론 자기가 '보스'이자 동료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한 말이지만) 제외하면 어떤 물적 증거도 결국 찾지 못 했구요. 소년의 시신을 찾아낸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며. (근방에서 가장 시체 버리기 좋은 곳이었다든가) 또 영화 속에서 헨리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장면을 보면 보스가 분명히 그 답을 유도하고 있어요. 내가 다른 데서 얻은 정보가 있다. 라며 헨리의 범행을 확신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니가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다 돌봐주지만 거짓말은 용납 못 한다'라고 이야길 하니 만약 거기에서 헨리가 끝까지 자기는 안 했다고 말을 하면 헨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길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꿈의 직장에서 버림 받게 되는 셈이죠. 거짓말을 할만한 여건은 충분했던 셈입니다.

 부디 그 자백이 진실이었으면 좋겠네요. 이러다 한 10년 뒤에 진범이 따로 잡힌다거나 하면 그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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