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9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뭔가 도시의 성자... 같은 느낌이네요. ㅋㅋ 근데 실제로도 그런, 종교적인 느낌이 꽤 있었습니다.)



 - 극단적 클로즈업과 툭툭 끊어지는 편집으로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게 만들지만 암튼 우리의 호아킨 피닉스는 대략 청부업자, 그러니까 히트맨이구요. 방금 미션 하나를 끝내고 귀가 중입니다. 사업 스케일을 보면 깔끔 럭셔리하곤 거리가 먼 '레옹' 스타일이고, 장도리(...)를 무기로 쓰는 분 같네요.

 집에 들어가서 하는 일을 보니 늙은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고. 나름 효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근데 자꾸 자살 충동을 느껴요. 그 이유는 중간중간 정말 짧게 삽입되는 장면들로 미루어 보건대 어려서는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렸고, 군대에 가서 또 어린이들이 끔찍하게 죽는 광경을 봤으며, 히트맨 일을 시작한 후에도 어리고 젊은 여자들이 비참 끔찍하게 죽는 모습을 보는 등등 참 트라우마도 겹겹이 많이도 적립한 것... 이 아닐까 싶네요.


 암튼 이 분이 어떤 정치가의 딸을 구해달라는 임무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린 애들을 다루는 사창가에 팔려가 갇혀 있다는데, 역시나 방금 구입한 새삥 장도리의 대활약으로 참 싱거울 정도로 쉽게 구해내요. 다만 그 아이를 아빠에게 넘겨주려는 순간, 갑자기 영문을 알 수 없게 일이 꼬이게 되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쩌다 보니 연속으로 수염 성성 아저씨 영화를 봐 버렸군요. 라는 뒤늦은 깨달음이...)



 - 에... 그러니까 이번엔 좀 간단하게, 짧게 이야기를 하려고 애를 써 보겠습니다. 정말로요! ㅋㅋㅋ

 그러니까 아주 매우 몹시 장르적으로 전형적인 이야기를 갖고 전혀 안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게 목적인 영화입니다. 주인공의 설정부터 스토리 전개까지 이 영화를 이루는 요소들을 그냥 말로 요약하면 진짜 그냥 '목숨 걸고 여자애를 구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려는 아저씨' 이야기에요. 결말 부분에서 나름 의미 있는 비틀기가 들어가긴 하지만 큰 틀에선 그렇죠. 그렇다면 이런 영화에서 보통 중요한 게 뭐냐면, 일단 아저씨랑 여자애랑 유대감 형성 장면 같은 게 나와야겠죠. 그리고 여자애를 빼앗긴 아저씨의 분노가 절절하게 그려져야 하구요. 그 다음엔 이제 그걸 핑계로 피칠갑 무쌍 액션이 펼쳐지면 됩니다. 아저씨도 신나고 관객들 속 시원하고!!! ㅋㅋ 결말도 둘 중의 하나로 대충 정해져 있잖아요. 모두가 사는 해피 엔딩, 하지만 아저씨는 간지나게 떠나간다... 아니면 마지막에 아저씨가 죽고 아이는 사는 거죠. fair trade. 그리고 이 영화는 당연히 이 모든 걸 피해갑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니나야, 아저씨만 믿어! 알았지?? .......아저씨이이이이!!!!!!! 뭐 이런 게 나올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 대표적으로, 이 영화는 우리 아저씨가 악당들 쥐어패고 무찌르는 걸 절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참 갖가지 방법을 다 써서 피해가요. cctv 시점으로 멀찍이 보여주고. 아저씨가 공격하는 모습은 보이는데 악당들이 맞고 쓰러지는 건 안 보여주고. 편집으로 그냥 다짜고짜 점프해서 적이 쓰러지는 것만 보여주고. 심지어 나중엔 적이라고 할만한 놈들이 거의 나오지도 않습니다. ㅋㅋㅋㅋ 뭐지? 저게 다라고? 뭐 이런 기분.


 덧붙여서 주인공과 여자애의 다정한 시간이나 친밀감 타임 이런 것도 일절 없어요. 어차피 주인공에겐 '아이를 구한다'라는 게 이미 중요한 일이라 특별히 얘랑 정을 쌓을 필요도 없거든요.


 심지어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트라우마' 장면들도 참 매우 불친절합니다. 매번 1~2초 정도로 정말 짧게 짧게 조각나서 들어가는데, 거기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언급이나 설명도 없습니다. 그래도 보다보면 정리가 되긴 하지만 어쨌든 짧아요. 보는 사람이 상상력을 좀 발휘해서 이해해야할 부분도 있구요. 주인공이 겁나 짱 뛰어난 실력자... 라는 식의 설명도 전혀 안 나온다는 것도 당연하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전혀 유머 같은 건 없는 영홥니다만. 집에서 대낮에 이러고 있다가 엄마가 뭐 해달라는 통에 그만두고 나오는 장면에선 살짝 피식 했습니다.)



 - 그럼 영화 내내 보여주는 게 뭐냐. 그냥 '현재' 호아킨 피닉스가 시달리는 고통입니다. 시작부터 자살 시도 장면을 보여줄 정도니까요. 구구절절 설명은 안 하지만 암튼 얘는 이렇게 일생 동안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쌓아 온 사람이고. 그 트라우마에는 뚜렷한 답도, 해결책도 없으니 갑갑하죠. 그리고 이런 캐릭터를 우리 피닉스씨가 참으로 멋지게, 절절하게 표현해줍니다. 그러다 이제 마지막에 그 소녀를 통해 뭔가를 발견할... 듯한 희망을 찾고 뭐 그런 이야긴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맡은 역할도 살짝 '택시드라이버'스럽고. 캐릭터에 맞춰 몸도 막 바꾸시고. 여러모로 드 니로 할배 생각이 나더군요.)



 - 소올직히 말해서 말입니다. 음? 그래서?? 라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빨, 그리고 감독의 장르 파괴, 아트하우스풍으로 임팩트 있는 연출. 다 좋은데요. 결국에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게 뭐 그렇게 의미 깊고 훌륭하고... 그런 건지 잘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일부러 장르적 재미를 다 피해가며 이런 모양으로 영화를 만들어 놓았으면 뭔가 좀 특별한 게 있어야 하지 않나
? 싶은데 결론은 이런 장르에서 흔한 갱생, 구원담이거든요. 게다가 제 느낌엔 분명히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이입을 살짝 방해하는 방향으로 연출이 된 것 같은데. 마지막이 그렇게 끝이 나니 뭔가 좀 심드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분명히 후반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위한 장치들이 초반에 주루룩 튀어나오는데 말이죠.)



 - 그러니까 뭐랄까... 분명히 건질만한 덩어리들이 많이 있어요. 주연 배우 연기도 늘 그렇듯 아주 훌륭하고. 장르 파괴 시도들 덕에 신선한 느낌 드는 부분들도 있고. 꽤 강렬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집으로 찾아온 킬러를 처리하고 심문하는 장면 같은 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쎄요? 라는 느낌으로 좋았구요. 또 음악이 참 기가 막혀요. 찾아보니 라디오 헤드 멤버 아저씨가 맡으셨던데, 정말 영화와 찰떡 같이 맞아 떨어지는 음악을 장면마다 완벽하게 뽑아서 붙여 놨더라구요. 그래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나름 재밌게 잘 봤는데. 다 보고 나니 과연 이 이야기에서 그 아트하우스 스타일 접근법이 특별히 이뤄낸 게 뭐가 있나 싶은 거죠. 그냥 흔한 스토리의 스릴러를 좀 신선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정도를 의도한 건 아니었을 텐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투덜투덜 심드렁 모드지만 이 장면은 참 좋았습니다.)



 - 뭐 제가 무식해서 그런 거겠죠. ㅋㅋㅋ 영화 보고 나서 찾아보니 비평가들의 쩌는 찬사가 줄줄이 나오더라구요. 하지만 제 취향엔 뭔가 좀 애매했던 걸로. 같은 감독의 전작 '케빈에 대하여'가 훨씬 인상적이고 좋았구요. 이참에 '모번 켈러의 여행'이나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즌에 있더라구요. 아니면 비슷한 소재로 걍 무지막지하게 다 죽여대는 아저씨가 나오는 '맨 온 파이어'를 보든가요. 여자애 핑계로 신나게 사람 죽이고 고문해대는 게 목적인 영화라는 평이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사실 그런 스타일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하.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 또 이 영화를 그렇게 탈 장르적이라고 보기엔 소녀 역할 배우가 너무 예쁘셨...)



 - 결론적으로.

 흔한 장르물, 특히 여자를 핑계로 아저씨 캐릭터들에게 과몰입해서 피를 뿌려대는 장르 이야기를 여성 감독이 맡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풀어 보려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소소한 설정들이나 마지막 장면 같은 부분을 보면 분명 그런 메시지들이 눈에 띄구요.

 취지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고 다 좋았는데. 흠. 뭔가 제게는 주인공 캐릭터가 의외로 피상적으로 느껴져서, 피닉스의 그 몸바친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와닿거나 강렬한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다시 말 하지만 재미는 있었어요.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나요?'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군요. 8번 늑골 때문일까요. 하하(...)




 + 납치된 아이 말이죠. 영화를 보면 이 분이 스스로 일어나서 걷는 장면이 없습니다. 맨 마지막에만 짧게 2초 정도 나오죠. 그것도 거의 상체만 보여주는 상태이고. 영화를 보는 중에 요상하게 이게 의식이 되고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왜 그랬는진 저도 모르고. ㅋㅋㅋ 암튼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배우에 대해 검색해보니 키가 178cm래요. 그래서 일부러 계속 앉히고 눕혀 놓은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좀 들더라구요. 참고로 피닉스의 키가 173cm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촬영 당시엔 키가 좀 덜 크셨는지 피닉스보다 살짝 작아 보입니다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영화 속에서 굳이 이런 식으로 찍어 놓은 걸 보면 그게 좀 의심이... ㅋㅋㅋ)



 ++ 말 꺼낸 김에 확인해보니 이제 '아저씨'가 12년 전 영화군요. 이쯤이면 원빈은 그냥 은퇴한 걸로 봐야겠죠? 

 전부터 종종 '사실 그렇게 연기 열정 없는데 스타 된 사람들은 벌만큼 벌면 그냥 은퇴할만도 하지 않나?'라는 얘길 해왔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원빈이 그런 사례로 확인되는 것 같아 왠지 정이 갑니다. ㅋㅋ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4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0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40
121590 The beast must die daviddain 2022.11.20 233
121589 재벌집 막내아들 [2] 라인하르트012 2022.11.20 670
121588 퓨전 코미디 드라마라 해야 하나요 굿잡에 유리가 [1] 가끔영화 2022.11.19 234
121587 프레임드 #253 [6] Lunagazer 2022.11.19 128
121586 회원권 잡담...(feat조선팰리스) 여은성 2022.11.19 1005
121585 넷플릭스 썸바디를 보고<호 리뷰> [2] 라인하르트012 2022.11.19 1436
121584 리스본행 야간열차/히치콕<협박>/Vanishing [14] daviddain 2022.11.19 396
121583 요즘 들은 노래 예상수 2022.11.19 150
121582 Foo Fighters - Learn To Fly [2] catgotmy 2022.11.19 139
121581 혼돈의 트위터 [5] 예상수 2022.11.19 503
121580 사촌동생이 수능을 봤습니다! [2] Sonny 2022.11.18 484
121579 프레임드 #252 [4] Lunagazer 2022.11.18 121
121578 [왓챠바낭] 스포일러 피하기 참 어려운 영화, '히든 페이스'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2.11.18 518
121577 데시벨이라 쓰고 시간낭비라 읽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8 444
121576 오프비트 공포영화 바바리안 봤습니다 [7] theforce 2022.11.18 404
121575 머라이어 캐리 - I'll Be There (MTV 언플러그드) [1] catgotmy 2022.11.18 232
121574 영혼수선공 [4] singlefacer 2022.11.18 374
121573 [왓챠바낭] 각색이 많이 힘들었나 싶었던 영화, '엔더스 게임'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2.11.18 524
121572 수능전일 정원오의 트윗 [4] Lunagazer 2022.11.17 430
121571 조은희 "김건희 빈곤포르노? 장경태가 유사 성희롱 했다" [11] 왜냐하면 2022.11.17 92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