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2022.11.20 18:24

ally 조회 수:675

처음에는 딸 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동안이라 고등학생인 줄 알고 이건 아동 학대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에서 딸이 20대 후반 직장인이라고 하니까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저는 초반부에 딸 입장에 이입해서, 폭력적이고 예측불허한 엄마에게 육체적, 감정적으로 학대받는 여자애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가면 갈수록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에게 구박받는 딸 이야기라기에는 딸 쪽도 아주 특이한 사람인거에요

학대에 지쳐서 부모에게 벗어나고 싶다면 집에서 나갈 궁리를 해야할텐데, 아직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애처럼 행동하거든요.


게다가 전반적으로 엄마 쪽이 훨씬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였다면 이상할까요?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게 분명한 동업자와의 관계나, 남자친구 및 그 집 딸과의 관계도 그렇고, 맘여린 딸을 학대하는 엄마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입체적인 모습이에요. 어른이자 보호자인 엄마가 피보호자인 딸에게 권력과 폭력을 휘두른다기보다, 성격 더러운 여자애가 늘 붙어 있는 심약한 단짝 여자애를 괴롭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딸은 엄마 외에는 정말 아무도 관계맺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런 인상이 강하고요. 나중에 그나마 친해진 직장 동료에게 매달리는데, 뭘 모르는 여자애가 처음으로 만난 주체성 있는 또래를 스토킹하는 모습이라서 영 거북하더라고요.


도대체 이 난장판을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싶었는데, 어둠 속에서 나눈 대화를 절정으로 그럭저럭 정리되네요. 엄마가 성격을 다스려 변화하거나, 딸이 독립해서 나가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결말이었다고 봐요.

감독은 속옷을 같이 입을 정도로 끈끈하면서 복잡한 모녀관계를 이야기하던데, 저는 어머니와 (속옷을 따로 입는 건 물론이고)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성인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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