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듀게에 이런 저런 영화를 찾는 글들을 보니 문득 예전에 제가 한참 애타게 찾았던 영화가 생각났어요. 


<환상의 여인>이라는 영화인데 이 제목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으니 아마 제 머리 속에서 날조된 제목일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슈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가 남자주인공이었는데 그 영화를 봤을 땐 그것도 몰랐죠. 


여자주인공을 맡은 배우도 어디선가 많은 본 얼굴이었는데 역시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어요. 


단서는 오직 스토리뿐... 주인공 남자가 어느 미술관에서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표정을 한 여인의 초상화를 감상하다가 


저 여인을 만나고 싶다고 중얼거렸는데 마법처럼 시간을 수십 년 거슬러 올라가서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을 만나게 돼요.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두 사람은 점점 더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불의의 사고로 


남자는 그 세계에서 튕겨져 나와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돌아온 남자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계속 침대에 누워 사랑했던 여인을 떠올리며 그 시간으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온갖 시도를 다 해보지만 그게 남자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죠. 


남자는 그 여인을 처음 봤던 미술관에 가서 초상화를 보며 그 여인을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지만 


결국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는 공간에  갇힌 남자는 희망을 잃고 마치 침대에 팔다리가 묶인 수인처럼


꼼짝도 않고 누워서 서서히 죽어가는 영화였어요. 


남자는 누워서 미술관에서 본 그녀의 그림 속 표정을 계속 떠올리고 그 여인의 신비로운 표정이 남자의 온 마음을 사로잡는 것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는데 그 초상화 속 여인의 신비롭고 매혹적인 표정에 저도 압도되었던 것 같아요. 


얼굴 자체가 아름답다기보다는 클로즈업된 표정을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화면에 묘하게 빨려들어갔었죠.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이면 헤어져서 만나지 못해도 언젠가는 우연히라도, 혹은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서 만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 남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런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완전한 상실감, 죽음을 향해 가는 남자의 모습이 저에게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아요. 


나중에 이 영화를 찾았고 다시 봤는데 제가 처음부터 이 영화를 본 건 아니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로 중간에 못 봤는지 


제 기억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의 영화더군요. 남자가 현실로 돌아온 후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여인의 얼굴을 환상처럼 


되새김하는 장면들에 제 기억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슬프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좀 평범한 로맨스 영화 같았어요. 그야말로 제 '환상의' 영화, 제 '환상의 여인'이었던 듯... 


제 환상이 깨질까봐 전반부만 좀 보다가 안 봤던가, 중간 중간 몇 장면은 찾아봤던가 그러네요.  


위에 적은 영화의 스토리는 처음 봤던 때의 기억과 영화를 찾은 후에 봤던 기억, 그리고 처음 기억을 보존하고 싶은 욕망이 뒤섞여서 


다시 재창조+날조된 내용이라 실제 영화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어쨌든 찾아보니 imdb 평론가 평점이 무려 29점인 영화... orz  그래도 사운드트랙은 다시 들어도 좋더군요. 


그 영화를 보면서 뛰어넘을 수 없는, 참 막막한 시간의 거리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John Barry - Somewhere in Time(198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2
121563 [영화바낭] 타인 트릴로지(...) 완결편, '완벽한 타인'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2.11.17 440
121562 더 원더 the wonder 2022 [3] 가끔영화 2022.11.16 343
121561 지도보고 나라 맞히기, "월들" 한번 하시죠 [6] Lunagazer 2022.11.16 546
121560 프레임드 #250 [5] Lunagazer 2022.11.16 108
121559 아르테미스 발사 카운트! [4] 폴라포 2022.11.16 282
121558 [왓챠바낭] 내친 김(?)에 '타인의 취향'도 봤지요 [6] 로이배티 2022.11.16 479
121557 다 이정도는 모른체 살아가는걸까 가끔영화 2022.11.16 423
121556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2.11.16 577
121555 Chage & Aska - YAH YAH YAH catgotmy 2022.11.16 137
121554 콘서트 티켓팅의 고수를 찾아서 [1] skelington 2022.11.15 316
121553 디즈니 플러스 잡담 [12] daviddain 2022.11.15 807
121552 닮아가는 사람들 [8] Kaffesaurus 2022.11.15 592
121551 에피소드 #11 [2] Lunagazer 2022.11.15 110
121550 프레임드 #249 [3] Lunagazer 2022.11.15 124
121549 아부지의 응원 말씀 [4] 어디로갈까 2022.11.15 584
121548 마츠다 세이코 - 푸른 산호초 [2] catgotmy 2022.11.15 551
121547 이거 무슨 광고게요 [2] 가끔영화 2022.11.15 292
121546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2022 [2] 예상수 2022.11.15 408
121545 [왓챠바낭] 가끔은 이런 영화도 봅니다. '타인의 삶' 잡담 [10] 로이배티 2022.11.15 564
121544 [OCN Movies] 갱스 오브 뉴욕 [4] underground 2022.11.14 28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