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정리하다가 2016년에 받았던 편지들을 발견하고 읽어보았어요. 


세상에나! 그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감옥에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더군요. 과거의 제가요. 


전부 다는 아니고, 평화의 신념으로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일명 평화수감자)에게 보냈어요. 


"지루한 감옥에서 잠시나마 엉뚱한 즐거움을 느끼게, 제가 아바타가 되어 평화수감자의 버킷 리스트를 감옥 밖에서 대신 실행해줄 테니, 뭘 하고 싶은지 알려주시면 제가 실행하고 그 경험을 편지에 써서 보고하겠어요~"

라고 했더군요. 네, 과거의 제가요. 


평화수감자 분들이 재미있어하면서 답장을 보내셨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중에 거의 하나도 못 한 거 있죠.


그 때나 지금이나 심각하게 타임 푸어거든요. 일본의 모 해변에 가보기는 당연히 못했고, 경기도의 모 산을 등산하기, 영화 캐롤 보기 같은 것도 못했어요.

그중 한 분은 곧 가석방을 앞두고 있어서 출소하면 맛집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그 분도 아직 못 만났어요. 


그래도 그 뒤로도 편지를 주고받긴 했고, 등산하기는 대충 서울 아차산을 간 것으로 퉁친 것 같긴 해요. 


대체 뭘 이렇게 빡빡하게 살았나 싶기도 하고, 2년 사이에 참 많은 것이 변했구나 싶기도 하네요.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고 대체복무제가 현실이 되었고 지금 수감자들도 가석방된다니. 


한편으로는 3년 동안 감옥에 합숙하면서 일하는 것으로 대체복무를 정하다니 이 사회는 아직도 참 후졌구나 싶습니다. 3년 동안 감옥에 있는 건 똑같지만 그래도 빨간 줄이 가지 않으니 감지덕지해라 이건가요.


다른 나라도 3년 동안 감옥 업무를 하는 대체복무가 있긴 하지만 그건 출퇴근이거든요. 아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42
121575 사람이 이러고도 사는군요 [5] 가끔영화 2010.08.06 3957
121574 이번주 토요일 무슨 날인가요 [10] 메피스토 2010.08.06 2603
121573 베트남 처녀 김옥빈 (자동재생) [9] fan 2010.08.06 3721
121572 여러 가지... [11] DJUNA 2010.08.06 5667
121571 타블로 사태를 보며 그냥 든 생각...외...잡담(일상) [10] 죠 죠 2010.08.06 3310
121570 (초바낭)영화시작한후 늦게 들어오는 좌석찾는 사람들. [22] dong 2010.08.06 3372
121569 오션스 더빙판으로 인내심을 시험해보세요 [8] Gentle Lunatic 2010.08.06 2830
121568 악마를 보았다 심의 최종결론 어떻게됐나요? [2] 자력갱생 2010.08.06 5199
121567 [벼룩] 내일(토) 왕십리 아이맥스 토이스토리 3D 10시50분 3장 양도합니다. 가라 2010.08.06 1956
121566 신체 건강함에 대한 무심함, 게으름, 멍청함 [6] DH 2010.08.06 2685
121565 누구세요? [13] nyxity 2010.08.06 3902
121564 Celtx(시나리오 작성 프로그램)의 한글화 가능성? [9] 모그 2010.08.06 6633
121563 으..마트에서 파는 육개장 장난 아니네요. [10] Paul_ 2010.08.06 5108
121562 듀나in - 대상포진 관련 질문입니다. [13] 푸른새벽 2010.08.06 3164
121561 뒤늦게 SATC를 다시 보며 든 궁금증 [5] 라인하르트백작 2010.08.06 2786
121560 전 부암동을 사랑합니다...! [7] 카페트리 2010.08.06 3776
121559 장어가 왔어요.장어가~~장어덮밥질문. [5] 주근깨 2010.08.06 2178
121558 성시경 옛날 노래 두 곡 [5] catcher 2010.08.06 2478
121557 자신을 대변해줄 사람이 필요할까요 [4] 가끔영화 2010.08.06 2045
121556 집에서 만들어 먹는 또르뗄리니(이태리 만두). [3] 익 명 2010.08.06 41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