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없던 행복이 찾아왔을 때, 

마냥 좋아하기 이전에 불안감이 슥, 자리잡아요.


제 경우엔

오랜만에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마음이 분홍분홍해질 때,

오래 우울했는데 어느 날부터 몸도 마음도 식습관도 건강해져서 내가 나 자신이 보기 좋을 때,

그럴 때 불안함을 느껴요. 이 행복이 곧 끝날 수 있다는. 

(쓰고보니, 일상을 흔드는 '오랜만'이라는 공통점이 있군요, 호오..)


짐작컨데, 


1. 정말로 그 끝이 왔을 때 낙차 때문에 너무 힘들까봐 미리, 너무 행복하진 말아야지, 라고 낙차를 조절하려는 (어리석은) 마음, 

    같기도 하구요.


2. 세상일은,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는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상대의 변심에 따라 그르쳐질 수도 있으니까, 

   혼자 빙구처럼 헤헤거리다가 바보되지 않으려고 역시 또 미리 방어하는 것도 같고요.


3. 뜻밖의 일을 겪고 우울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인생이 많이 휘말리고 망가졌었어요. 그 어두운 바닥을 겪고 나니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정말 한 순간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발 한 번 삐끗, 에도 그 구렁텅이로 다시 빠질 수도 있다는 위험, 불안. (왜냐면 그 일도 정말 갑자기 어느 순간 푹 꺾이며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우울할 때 했던 행동들 (폭식이라든가) 의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조심'하는데

   언젠가 한 번 그 '조심'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도 경험하고 나니

   그렇게 '조심'하며 지키려고 했던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그 상태도 '균형'은 아니었구나,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게 균형일리 없어' 라는) 

   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개복치같은 인간이 된 데에 나름나름의 고만고만한 사건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믿었던 애인이 몹시 바람둥이였던 거나, 늘 내가 부족하고 자격이 없는 느낌이 들었던 첫사랑의 기억이나, (첫사랑이라니..부끄럽군요)

위에 얘기했던 우울증의 시간이나.

축제, 파티! 같은 기쁜 D-Day 도 참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와아. 그게 끝날 거라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들어요.ㅎㅎ (월드컵...축제...크리스마스...으악)


설렁설렁 읽었던 아들러 심리학 관점을 떠올려보면..
~~했었기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니라
불안해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유를 찾는 걸까요.
왜 불안함은 저의 디폴트일까요.ㅎ

그런데,
행복할 때 불안함을 느끼는 건 저뿐만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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