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3 00:55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유일한 논리가
임용고사 준비하는 사람들은 피땀 흘려 공부하는데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해주면 임고 준비생들의 투입한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는 거더군요.
다른 논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과문한 탓에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는 그 논리는 설득력이 낮아 보입니다.
교사 임용 정원을 몇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법도 없으며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논리도 없습니다.
학생수와 교사-학생 비율에 따라서 필요한 교사수가 정해질 거고,
현직 교사수와 퇴직 예정 교사수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몇명의 신규 교사가 필요할 거라는 건 계산 가능하니까
그 수에 맞게 임용 정원을 맞추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임용 정원이 줄어들어서 교사 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불만인 것은 매우 정당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만 때문에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건 논리적으로 비약이 심한 것 아닙니까?
기간제 교사는 이미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기간제인지 정규직인지는 내년의 신규 교사 수요와는 무관한 것 아니가요?
즉,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화된다 해서 임고 정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기간제 교사가 그대로 기간제 교사라고 해서 임고 정원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 것 아닌가요?
의미가 있으려면 아래와 같은 논리가 필요하겠죠.
1. 내년 신규 교사 수요는 줄어들었다.
2. 임고 정원은 유지되어야 한다.
3. 그러면 기간제 교사를 계약해지해서 정원을 확충해야 한다.
4. 하지만,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화하면 해직 못 시키니까 정원을 확충 못하고 임고 정원이 줄어든다.
위의 논리대로 일이 이뤄진다면, 임고 준비생들이 기간제 정규직화 반대하는 건 내가 어렵게 준비하는 걸 넌 쉽게 따간 게 배가 아프다 정도 밖에 안 되는 거구요.
아래의 논리대로라면, 저는 임고 준비생들의 불만은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임고 준비생들이 시험 준비에 쏟은 시간과 돈과 노력은 개개인에게 매우 큰 것이긴 하지만, 계약직 교사를 줄여 나가고 정규직 교사 체제로 가겠다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대의를 위해 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라는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예전에 대기업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별 문제가 이슈화되었을 때, 계약직을 일반직화하는 문제에 대해 정규직들이 반대했었죠. 지금의 기간제 교사 문제가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로스쿨 도입될 때 여러 가지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 그 중에 사법시험 오래 준비했던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죠. 모두 비슷한 논리로 보입니다.
제 생각은 세 경우에 대해 모두 동일합니다.
2017.08.13 01:11
2017.08.13 01:31
학급당 정원 감축과 노동시간 단축이 해법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결국 문제는 예산이죠.
한국식 추격의식을 통해 설명하는 논지도 있네요.
"이런 추격운동이 동반하는 의식, 즉 추격의식에서 대립선은 내가 속한 집단과 그 바로 위 집단 사이에 있지 않다. 오히려 내가 속한 집단과 그 바로 아래 집단 사이에 있다. 이 점에서 추격의식은 계급의식과 대립된다. 계급의식을 지닌 집단은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집단들과 연대해 위와 대립, 협상, 타협하려 한다. 반면 추격의식을 지닌 집단은 자기보다 위에 있는 집단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아래를 차별, 경쟁,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4506
2017.08.13 15:36
인용하신 장석준의 글은 매우 좋군요.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임고 준비생들이 주로 반대하는 줄 알았는데, 무려 전교조 교사들도 반대하는 거였군요.
전교조 교사들은 기득권층으로서 기간제 교사가 자신들과 같은 "끕"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고,
임고 준비생들은 장차 기득권층이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로서 기득권층이 되는 티켓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군요.
2017.08.13 17:30
이행기에 기득권을 놓고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교수도 말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수요 감소에 대응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자유시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안이 수렴하고 있는 것 같네요. 문제는 역시 재원인데 생산 측면에서는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분배 측면에서는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할 것 같아요.
2017.08.14 18:37
2017.08.13 10:35
2017.08.14 00:24
저기요. 노동자의 권리도 중요한데 선발과정의 공정함도 엄청나게 중요하거든요. 어떤 직업이 자리에 비해 하고싶어 하는 사람이 엄청 많을 때 과정의 공정함은 더욱 중요하죠. 9급을 비하하는건 아닙니다만 9급 공무원 업무가 높은 전문성을 요해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나요? 하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나마 공정한 시험으로 줄세워서 자르는거죠.
기간제 교사는 사범대 학생이라면 졸업과 동시에 졸업장처럼 주어지는 2급 정교사 자격증으로 취직합니다. 기간제 선발 방식은 어떤가요? 각 단위학교에서 알아서 뽑습니다. 여기에 대단한 공정함이 있을거라 기대하는 바보는 없겠죠? 인맥과 알음알음으로 뽑기도 하고, 날짜가 임박해서 급하면 아무나 집 가깝고 당장 출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뽑기도 합니다. 제가 본 어떤 교장은 자기 친구의 딸을 기간제 계속 시켜주려고 그해 신규 발령을 안받기도 했습니다.
기간제 교사를 무기계약직으로 만들어 아예 직업화 하려면 우선 기간제도 선발 체계부터 일원화 시켜야 맞아요. 근데 그 기준을 어떻게 세울거며, 이것도 공정성 때문에 시험으로 뽑을거면 결국 기존 임용이랑 뭐가 다르죠? 그리고 한 직장에서 무기든 정규든 결국 같은 일 하는데, 당장의 요구대로 무기계약직 시켜주면 계속 불만이 없겠나요? 지금 기간제 정규직화 시켜달라고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길에 나간 사람들, 대부분 나이 많고 시험 비슷한건 볼 계획도 자신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기간제 문제는 그냥 그 수를 점진적으로 최소화하고 정규직 교사를 더 많이 뽑는거 이외에 현실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란게 없습니다. 솔직히 논점이 뭔지도 잘 모르는거 같은데 자기 논리랍시고 한마디씩 보태는거 진짜 짜증납니다.
2017.08.14 01:08
혹시 임고 준비생이신가요? 글에 분노가 많이 녹아들어간 걸 보니 그런 것 같긴 합니다.
기회의 공정함이라는 건 예전의 대기업 계약직 문제, 로스쿨 도입 때 찬반 주장, 그 외의 여러 사건들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쟁점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특별하며 외부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2017.08.14 01:15
구체적인 내용에 별 반박은 못하면서 임고생이라서 억울하냐고 묻네요. 무슨 논리죠? 이해 당사자로 추정되니 관점이 편고하다는 얘긴가요? 아님 과정의 공정함 따위 그동안 많이 있어왔던 논쟁이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건가요? 미안한데 기대하신 "임고생" 아닙니다. 글에 짜증이 묻어나는건 그동안 옛정 때문에 자주 왔던 "영화 게시판" 듀게에 문빠니 뭐니 이상한 글만 자주 써대는 그 닉네임이 익숙해서 그렇습니다. 게시판 볼 맛 떨어져서요.
2017.08.14 11:12
구체적인 내용은 별 게 없어서 굳이 언급 안 했습니다. 기회의 공정함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이의 이익 균형이란 건 굳이 다시 말할 필요 없는 건 아닌가요? 글의 서두에도 썼지만, 다른 논리가 있나 궁금했었고 님의 짜증섞은 댓글을 봐도 별로 새로운 논리는 없었습니다.
기간제 교사 선발제도 일원화는 제도의 투명화 공정화라는 차원에서 당연히 필요한 것인데, 그게 선행될 필요는 없습니다.
기간제를 계속 더 뽑으면서 제도를 보완해나가고 준비가 다 되면 기간제를 정규직화하자는 건가요?
상식적으로 기간제를 정규직화한다는 것은 현직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한다는 것이죠.
이후에 기간제교사 제도는 어떻게든 없어져야 하는 것이구요.
이런 생각이 지금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논의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매년 기간제 교사를 새로 뽑으면서 그 사람들을 자동으로 정규직화해준다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고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도 아닌데 님은 혼자서 도깨비불 잡고 있어요.
일부의 비정상 사례를 들면서 기간제는 형편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임고 치고 들어간 사람들의 문제 사례 역시 차고 넘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위의 댓글에 나오는 프레시안 기사의 장범준이 말하는 것처럼 신분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아랫 계단에서 올라오는 사람을 발로 밟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현재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면, 로스쿨 문제, 공무원 민간경력특채 제도 등등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과연 그럴 자신 있으세요?
'영화 게시판' 운운에 대해서는 답변할 거리도 아니긴 하지만,
최신 글 한 페이지 제목 보세요. 영화 관련 글이 얼마나 나오는지?
그리고 님이 영화 관련 글을 얼마나 이 게시판에 썼는지도 한번 세어보세요.
님이 단 댓글조차 영화 관련이 아니지 않습니까?
2017.08.14 01:32
2017.08.14 02:50
피땀 흘려 공부하는데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해주면 임고 준비생들의 투입한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는 걸로도 반대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017.08.14 11:17
열심히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는 많죠.
그 사람들이 매몰비용은 중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 받아먹는 프리라이더라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책수립에 있어 매몰비용을 너무 과하게 평가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매몰비용은 임고 뿐만 아니고 사회의 여러 곳에서 실시간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매몰비용을 다 고려하면 새로운 제도는 도입할 수 없습니다.
지금 국회나 정부청사 앞에서 하고 있는 여러가지 시위들을 구경해보면,
거의 대부분이 밥그릇 싸움이고, 자신의 매몰비용을 보상해달라는 겁니다.
2017.08.18 21:22
당연한것 아닙니까. 이미 정해진 룰 안에서 잘해보자던 사람의 매몰비용을 보상해주는것은?
룰이 바뀌어야 한다면 이들부터 챙겨야하는게 맞지않습니까?
2017.08.14 14:22
제 주변에 기간제 교사 하는 분들 보면 피땀흘려 공부하는 임고생이랑 크게 다르지 않던데요. 교육에 대한 열정과 업무 능력 수준 모든 면에서요. 오히려 이미 현장 경험이 있으니 경력도 갖춘 셈이죠. 기껏해야 한달짜리 교생 경험에 비하면.
다만 경제적 형편이 계속 시험 준비를 해도 뒷바라지가 가능한 가정형편이면 몇 년이고 공부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당장 생활비 벌어야 하면 기간제로 빠지는 경우가 더 많았을 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임고 준비를 안 하고 기간제로 빠지는 비율은 낮죠. 졸업 전부터 차근차근준비하고 1-2년 정도 시도해보지만 차츰 시험 준비를 지속하기 어려운 여건들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빠지는 거죠. 그나마 사교육으로 빠지는 축들에 비해서는 기간제로 빠지는 이들은 좀 더 공교육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있는 편이었고요.
2017.08.14 03:16
대기업 계약직 사례와 비교할 건 아니죠. 임용고사는 이제 실질적 자격시험 성격이 강하니까요.(그냥 임용고시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그런 면에서 로스쿨 도입 건과는 일면 유사한 부분이 있겠네요. 그리고 정규직 전환시 임고 정원은 줄어듭니다. 이미 가르치고 있다고 TO에 포함되는 게 아닙니다. 왜 '기간제'겠어요. 노골적으로 표현해 뗌빵을 위한 외주인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본래 TO를 잡고 있는 교사가 휴직(병가,육아,교육 등등)으로 빈 자리를 임시로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를 정규직 전환한다면 그들이 일하던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TO를 채우면서 발령이 나는 겁니다. 당연히 임고 정원은 그만큼 줄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