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심하네요. 그저께는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어요. 닉네임은 클로버라고 해 두죠. 클로버는 가끔 언급한 마포 쪽 패거리중 하나예요. 클로버는 무언가의 건수를 제안해 왔는데...어쨌든 남자가 한명 필요한 일이라 곱슬에게 연락해 봤어요. 


 그야 곱슬은 김포에 살고 있으니 '서울 놀러오겠냐.'라고 말하기엔 미안해요. 거리도 먼데다가 직장인인 곱슬에게 주말, 그것도 당일 연락해서 보자고 하는 건 귀중한 휴식시간을 방해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혹시 행사 같은 걸로라도 지금 서울에 와있냐고 묻자 '서울까진 1시간 반 걸린다고요.'라는 푸념이 돌아왔어요.



 2.사실 곱슬은 이전에 '당일날 보자고 불러봐야 직장인은 나올 수 없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하긴 했어요. 하지만 젠장...나는 그 날이 될때까지 내가 뭘 하고 싶을지, 누굴 만나고 싶을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추가로 돌아왔어요. 곧 서울로 이사갈 거니 6~7월쯤에는 갑자기 불러내도 나갈 수 있을거라고요. 이건 좀 의외였어요.


 어쨌든 생각해 보니...클로버가 가져온 건수를 곱슬에게 읊어봐야 '저는 결혼을 했으니까요. 그런 곳엔 안 갑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올 것 같아서 말았어요. 그러고보니, 요즘 월요일마다 뷔페를 가고 있으니 말건 김에 곱슬이랑 식사나 할까 하고 저녁타임 뷔페나 먹겠냐고 하자 월요일은 가능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3.다음날(월요일) 곱슬을 만났어요. 곱슬은 이번엔 뽀글뽀글하게 볶은 머리와 유행하는 안경테를 끼고 나타났는데 보자마자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너 남태현 알아? 그녀석 동생이랑 곱슬씨 얼굴이랑 완전 판박인데?'


 그야 남태현은 알아도 남태현 동생까지는 모르는 곱슬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하긴 남태현의 동생까지도 알고 다니는 건 나같은 백수 정도니까요.



 4.휴.



 5.어쨌든 예약해둔 창가 자리에 가서 식사를 시작했는데 곱슬이 뭘 담아오나 유심히 봤어요. 그는 역시 어른답게 회와 해산물 위주로 접시를 담아왔어요. 하긴...뷔페의 꽃은 해산물이긴 해요. 사람들과 뷔페에 오면 모두가 열심히 회와 초밥을 먹으니까요. 나도 뷔페에 올 때마다 해산물을 시도해 보곤 하지만 역시 어려운 일이예요. 해산물을 한번 시도해 보고...그냥 LA갈비와 양갈비와 후라이드 치킨을 집어왔어요.


 어쨌든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립서비스도 하고 하다보니 곱슬이 자신의 포지션을 분명히 정리하려는 건지 이런 얘기를 꺼냈어요.


 '저는 중산층에서 약간 하위에 속합니다. 확실한 중산층이려면 집과 차, 좋은 직장 세개가 다 있어야 하거든요. 그 중에서 집이 없는 상태죠.'


 말이 나온 김에 물어봤어요. 왜냐면 곱슬은 전에 김포쪽 푸르지오가 3억대라고 언급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곱슬이 김포 쪽 아파트를 사게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서울에 온다고 하니 이상해서요. 김포쪽 아파트를 사두고 조금 버티면 그곳도 기흥만큼은 뛰지 않겠냐고 묻자 곱슬은 고개를 저었어요.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요. 용인이나 수원 쪽은 남쪽으로 연결되지만 김포는 그렇지 않다...라는 게 그의 논리였어요.



 6.곱슬의 아내는 일을 그만뒀고 곱슬의 외벌이 체재로 가려나 봐요. 곱슬은 대기업 외벌이와 대기업 맞벌이의 차이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 줬어요. 그리고 이 타이밍에 서울로 이사와야 하는 이유 같은 것들도요. 그리고 앞으로 몇 번 없을 창업의 기회를 늘 노리고 있다는 썰도요. 과연...그런 썰은 곱슬에게서밖에 들을 수 없는 거였어요. 이런저런 내가 모르는 세상의 얘기 말이죠.


 사실 곱슬같은 사람들과 만나고 나면 단단히 상기하게 돼요.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 말이죠. 걔네들은 여러가지 것들을 가지고 있고 여러가지 것들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깨닫게 되죠. 걔네들에 비하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거 말이예요. 우물 안 개구리가 이제 와서 갑옷도 없이 우물 밖으로 나가면 죽어버리지 않겠어요? 우물 안에 있는 채로도 우물 밖에 있는 개구리들보다 잘나가기 위해선, 결국 돈을 미친듯이 버는 것밖에 없다는 걸 상기하게 돼요.


 선택권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건 꽤나...정신차려야 할 일이예요. 아니 진짜로요. 나이를 먹으면 그렇잖아요? 그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외에 인생의 선택권이 없어요. 나이를 먹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취미생활로만 가능한 것들뿐이죠.



 7.어쨌든 늘 느끼는 건데, 식사를 하는 김에 사람을 만나는 경우와 사람을 만나는 김에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남자랑 식사했기 때문에 긴장감 따위 없이 음식을 와구와구 먹을 수 있었어요. 무한리필 와인도 와구와구 마시고요.


 ...문제는, 월요일이라 이제 진짜 술을 빨러 가야 하는 날이었는데 계속 따라주는 와인을 계속 먹다 보니 그만 그로기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도수 낮은 술은 이게 문제거든요. 아예 43도짜리 술들은 큰 펀치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긴장하며 마시는데, 도수 낮은 술은 밴텀급 선수의 잽과도 같단 말이예요. 


 만만한 잽이라고 해서 피하지도 않고 계속 잽을 맞아주다가 어느 순간 대미지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죠. 그래서 강남역으로 가다가...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복귀했어요.



 8.그리고 오늘도 미친듯이 놀러가고 싶었지만 놀러가지 않았어요. 왜냐면 내일은 어벤저스 개봉일...대한민국에 3D레이저 상영관은 용산 아이맥스 딱 한곳이거든요. 조조부터 달려가야죠.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뭐야, 표를 예매해 놓은 건가?'라고 생각하겠죠. 왜냐면 알다시피...용산 아이맥스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624석 올매진이니까요. 하지만 아니예요! 표따위는 예약하지 않았고 매진이지만...그냥 가는거예요! 운을 시험하기 위해서 말이죠. 



 9.이게 약간 삽질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뭐 생각해 보세요. 프로듀스 101에서도 늘 쇼가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자'가 나와요. 이번 프로듀스X101에서도 이미 포기자가 한명 있고요. 


 자신의 인생을 걸고 나오는 쇼...자신의 인생에 금칠을 해줄 수 있는 쇼에서도 101명 중에 어쩔 수 없는 포기자는 발생한다 이거죠. 한데 무려 624석이나 되는 영화관이라면? 분명히 있다 이거예요! 포기하고 안 오는 사람들이 말이죠. 그 중에 분명히 좋은 좌석이 몇 개는 있을 거고요.


 그야 누군가가 좌석을 포기하는 것과, 그걸 주워담는 건 별개이긴 하지만요.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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