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처지)

2019.07.09 11:24

안유미 조회 수:630


 1.오스카 와일드가 그랬죠. 세상에는 두가지의 나쁜 일이 있다고요. 첫번째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 것, 두번째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말은 이렇게 바꿔도 되겠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두가지의 나쁜 일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것...그리고 어떤 사람이 못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2.사실 그래요. 무언가가 되어도 인생은 엿같고 무언가가 못 되어도 인생은 엿같단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역시 무언가가 되긴 되는 게 나아요. 왜냐면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도 중요하거든요. 어쨌든 사람들의 평판으로 존재하는 나 또한 진짜 나니까요. 


 무언가가 되든, 되지 못하든 스스로가 비참한 건 똑같지만 아무것도 못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도 비참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건 더욱 안좋죠.



 3.페북이나 sns에 가보면 헛소리 좋아하는 애들이 이런 말들을 하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남과 비교하며 살지 말라고요. 하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만한 깜냥을 갖춰야 하잖아요. 그러기 전까지는 좋든 싫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아야 하고요.


 한데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질만한 깜냥을 갖추게 되면 실제로는 어떨까요? 아마 그땐 남들과의 비교질을 그만두지 못할걸요. 왜냐면, 남들보다 우월해지면 그때부턴 남들이랑 비교하면서 사는 게 재밌어지잖아요. 타인들과의 비교질을 그만둘 선택권을 얻는다면, 그때는 오히려 그만둘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다른 사람들을 나의 우월감을 위한 장작으로 써먹을 수 있게 됐는데 왜 그걸 그만두겠어요? 


 어떤 사람은 이럴지도 모르겠네요. '이녀석, 이런 말 하는 캐릭터 아니었잖아.'라고요. 하긴 그래요. 다른 사람의 평판이나 시선은 1도 신경 안 쓰는 캐릭터였죠.



 4.휴.



 5.한데 전에 썼듯이 어떤 사람의 의견이란 건 사실 그 사람의 통찰력이나 영민함이 아니예요. 그저 그 사람의 입장일 뿐이죠.


 그래서 늘 말하듯이...나는 어떤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에 관심이 없어요. 왜냐면 아무리 멋들어진 의견이라도 그건 그 사람의 처지일 뿐이니까요. 어떤 사람의 의견을 바꿔주고 싶다면 말싸움을 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처지를 바꿔주면 돼요. 그러면 그 사람의 의견따윈 그에 맞게 바뀌게 되죠. 사람들의 의견이란 건 그 사람의 철학이 아닌 처지를 대변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6.그리고 나도 그래요. 사실 나는 딱히 다른 사람이 된 게 아니거든요. 나는 늘 같은 사람이지만 나의 처지나 입장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이나 의견도 그에 맞게 바뀔 수밖에 없어요. 


 뭔가 계속...하는 말이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면, '이 녀석 생각이 또 달라졌나본데.'가 아니라 '이 녀석 처지가 또 바뀌었나보군.'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7.뭐...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하게 있어주는 건 욕망이겠죠. 나의 처지나 의견이 아무리 바뀌어도 욕망 자체는 늘 같거든요. 낯선 여자와 만나고 싶다...와 익숙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 말이죠. 뭐 인간은 낯설어야 좋고 음식은 익숙해야 좋은 거니까요.


 하지만 지겹네요. 어쩔 수 없죠. 태어났으니까 열심히 살아야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8
121516 MBC 언론통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이콧하는 언론은 두군데밖에 없네요 [3] 으랏차 2022.11.11 756
121515 와칸다 포에버 를 보고<스포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508
121514 뉴공도 이제 끝나는 군요..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670
121513 [스크린 채널] 폭력의 씨앗, 밤의 문이 열린다 underground 2022.11.10 273
121512 만화 아일랜드 드라마판 티저예고편 [1] 예상수 2022.11.10 340
121511 엔니오 모리꼬네 생일/terrore dello spazio [1] daviddain 2022.11.10 197
121510 프레임드 #244 [2] Lunagazer 2022.11.10 122
121509 10.29 참사 도대체 왜 그랬을까 [1] 도야지 2022.11.10 419
121508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 [2] catgotmy 2022.11.10 284
121507 [왓챠바낭] 알고 보니 내가 인간 병기! 영화계의 듣보 조상, '시한폭탄'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0 422
121506 티빙 몸값 재미있군요. (스포) [1] dodo 2022.11.10 459
121505 바낭 - 듀게 밖에서 해야할 일들(또 안해도 될 일) [4] 예상수 2022.11.10 371
121504 문재인도 윤석열과 얽히는 게 진짜 짜증나나 봅니다 [8] Sonny 2022.11.10 1143
121503 대통령실, MBC에 “순방 때 전용기 탑승 불허” 통보... [17] 으랏차 2022.11.10 955
121502 1972년생, 50이 되다 [12] Kaffesaurus 2022.11.10 785
121501 요즘 좋아죽는 드라마속 인물2 [2] singlefacer 2022.11.09 439
121500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파양 (aka hubris님을 기억하며) [11] 세멜레 2022.11.09 879
121499 핫한 신작 드라마도 신작 영화도 아닌 옛날 영화를 보다 [2] daviddain 2022.11.09 391
121498 요즘 좋아죽는 드라마속 인물들 [1] 부치빅 2022.11.09 450
121497 프레임드 #243 [4] Lunagazer 2022.11.09 1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