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신작이구요. 편당 45분 정도 되는 에피소드 7개로 이뤄진 시리즈입니다.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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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ll be watching you~ )



 - 바비 캐너베일과 나오미 왓츠 부부가 번잡하고 위험한 뉴욕 생활을 피해 교외에 위치한 그림 같은 집에서 평화롭게 살겠다... 는 꿈을 막 이루면서 시작합니다. 사이즈도 크고 아주 고풍스럽게 간지나고 내부 구조, 인테리어도 폼이 나고. 말 그대로 '영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집이네요. 도시에서 시골로 끌려온 16세 딸과 어린 아들도 집이 워낙 좋으니 대충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잘 적응해요.

 하지만 맞은 편에 '성격파 배우 마고 마틴데일'이, 옆집엔 미아 패로우가 사는 집을 그렇게 비싸게 주고 제 발로 굴러들어오다니 주인공들이 단단히 잘못했죠. 첫 날부터 마주치는 이웃들은 다 뭔가 괴상하게 아주 적극적으로 공격적이고. 며칠 후 자기가 '더 왓쳐'라고 주장하는 수수께끼의 존재가 보낸 협박 편지가 도착하면서 이 불쌍한 가족은 본격적인 패닉 상태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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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같은 집, 그림 같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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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그림이긴 한데 장르가 좀 달라집니다? ㅋㅋㅋ)



 - 제가 미국 스릴러, 호러를 볼 때 참 피곤해지는 게 바로 이런 오래 묵은 저택이 배경으로 나올 때입니다. 특별히 이런 집들에 공포감이 있는 건 아닌데 (어차피 살아보긴 커녕 들여다 본 적도 없으니) 뭐랄까... 정말 살고 싶지 않아요. ㅋㅋㅋㅋ 목재를 잔뜩 써서 만든, 100년씩 묵은 대저택이니 아마 밤만 되면 사방에서 삐그덕 삐그덕 소리로 난리가 날 걸요. 미국인들이 귀신 들린 집 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머리 맡이나 안방 금고에 샷건 한 자루씩 두고 사는 게 크게 드물지 않은 것도 다 이해가 갑니다. 다 그놈의 집 때문이에요.

 게다가 그런 극단적인 예까지 안 가도 뭐 그냥 딱 봐도 지옥 아닙니까. 지금 사는 코딱지만한 아파트도 청소 하기가 그렇게 귀찮은데 그토록 넓고 낡고도 장대한 집이라니. 게다가 그 넓은 잔디밭!! 게다가 수영장!!!!! 정말 절대로 저런 데선 안 살아요. 절대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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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이런 집에 살겠다면 집값은 물론이고 집 관리 용역비까지 일생 감당할 경제력을 갖춰야 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ㅋㅋ 참고로 극중 집값은 300만달러, 최신 환율 기준 42억 정도네요.) 



 - 그런데 미국인들은 뭔가 그런 집에, 그것도 커어다랗고 고풍스런 저택에 로망 같은 게 있어 보인단 말이죠. 그리고 이 시리즈는 바로 그걸 중심으로 삼는 이야깁니다. 간지 고풍 대저택에 대한 미국인들의 집착이요. 결국 그 '감시자'가 바라는 건 주인공들이 그 집을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고. 주인공들은 그 집이 너무 좋아서 쓸 데 없이 용감히 버티구요. 또 우리의 이웃들... 을 비롯한 거의 모든 등장 인물들이 다 그 집을 사랑하고 집착하면서 배배 꼬입니다. 이걸 연달아 달리고 있노라니 집에다 목숨 거는 건 한국만이 아니고 어디든 똑같구나... 싶어서 마음이 막 놓이더라구요. 하하. 그래서 약간 '디 아더스' 생각도 나고 그랬네요. 인간들과 귀신들이 집 소유권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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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와 포즈 때문에 묘하게 귀여워 보이는 이웃들이네요.)



 - 암튼 이야기는 대충 이런 식으로 굴러갑니다. 

 수수께끼의 협박 편지와 자꾸만 집에 출몰해서 괴이한 짓을 하는 사람 그림자. 도대체 누구인가!! 를 밝혀가는 이야기인데 그냥 등장 인물 모두가 수상한 거죠. 도입부에서 캐릭터들을 왕창왕창 깔아 놓고선 서서히, 차례대로 그들 모두가 그런 짓을 할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래서 일단 1번을 의심하다가, 잠시 후에 보니 2번이 더 그럴싸하고. 가만 보니 3번도 행실이 의심이 가는데 갑자기 숨기고 있던 동기가 드러나고. 이렇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구요. 당연히 나중엔 주인공들끼리도 서로 의심하는 난장판이 되죠. ㅋㅋ


 이런 범인 찾기 놀이에 덧붙여서 풀리는 떡밥이 하나 더 있으니 '대체 이게 초자연 현상인가 사람 짓인가' 에요. 드라마 분위기상 초자연 쪽으론 잘 상상이 안 가지만 그래도 나름 소소한 재미를 추가해주는 정도는 됩니다. 또 이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기도 하고. 또 중반쯤 가면 아예 무슨 '사이비 사교 집단' 같은 떡밥이 투척되고 그래서 더 그럴싸한 분위기가 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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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말하자면 미아 패로우의 스타일링이 좀 귀엽긴 합니다만...)



 - 그리고 이 드라마가 가장 잘 해 낸 것은 이 부분입니다. 이 대환장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와일드 씽'급으로 연달아 벌어지는 반전 뒤에 반전 뒤에 반전... 전개를 꽤 영리하게 짜 놓아서 보는 사람들이 흥미를 놓지 않으면서 꾸준히 머리를 굴리게 만들어요. 사건과 반전들이 성실하게 팡팡 터지는 가운데 캐릭터들이 그렇게 쌩쑈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지루해질 틈도 없구요. 이런 식의 '모두가 용의자' 이야기는 어지간하면 '아 그냥 얘랑 쟤랑 걔는 아니니까 갸 아니면 금마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좀 심드렁하게 보게 되기 쉬운데, 이 드라마는 안 그랬습니다. 정말로 누가 범인이 되든 이상하지 않도록 떡밥들을 잔뜩 뿌리면서 이야기를 쉬지 않고 비틀어대니 거의 내내 궁금해하며 집중해서 봤어요. 적어도 대략 5화 까지는요.


 5화쯤 가면 살짝 식긴 합니다. 이쯤에서 '나야 나~ 나 밖에 없어~~' 라며 손짓하는 캐릭터 하나가 보이거든요. 그 캐릭터를 의심하고 보면 이야기도 아구가 맞아 떨어지구요. 그런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진상의 일각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전혀 눈치를 못 채요. 그래서 하이고 이 답답이들아... 이러면서 대략 한 회 정도를 보게 되더라구요. 그냥 이쯤에서 끊었다가 내일 마저 몰아볼까? 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던 위기 구간!!! ㅋㅋ 근데 결국 그냥 잠 조금 덜 자지 뭐. 하고 이어서 달렸고 결과적으론 흡족했어요. 떨어진 텐션이 훅 돌아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남은 분량들도 대충 하는 거 없이 계속 하던대로 반전에 반전 넣어서 정말 마지막까지 확신은 못하게 만들어 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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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둘의 연기가 좋습니다. 캐너베일은 생긴대로 성실하게 하드 캐리, 왓츠는 자기 이미지의 양면성을 다 활용해서 재밌게 해주고요.)



 - 또 한 가지 재밌는 건 주인공 부부의 캐릭터에요. 그러니까 이 분들이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피해자이긴 한데, 뭔가 오묘... 하게 흠결이 있고 둘 다 결백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필요 이상으로 겁이 많으면서 그 공포를 공격성으로 표출해요. 그래서 뭔가 버튼이 눌릴 때마다 확! 하고 폭주해버리고, 그러면서 점점 더 자기들 무덤을 파고 그러죠. 이게 보는 동안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는데 (왜냐면 갸들이 무서워하는 데에 이입이 되니까)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얘들이 겪은 고난의 상당 부분은 자기들이 자폭쇼 하는 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구요. 


 게다가 이 양반들, 계속 부들부들 떨며 개복치 흉내내는 사람들치고 은근히 터프합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가만 보면 결국 계속 버텨내고 반격도 자꾸 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호러에 가까운 스릴러 무드로 가는 가운데 가끔씩 블랙 코미디스런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게 후반으로 갈 수록 강해지고, 막판쯤 가면 주인공들 놀려 먹는 게 이 드라마 메인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ㅋㅋ 특히 결말의 마지막 장면은 살짝 풉. 하고 웃어 버렸네요. 

 암튼 덕택에 그냥 노멀한 스릴러가 아닌 살짝 비틀린 느낌을 주는 게 재밌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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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 내 아들 스티플러라는 놈이 있었는데 말야...)



 - 의외로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시리즈입니다만. 거의 극 전체를 하드캐리하며 끌어가는 건 바비 캐너베일입니다. 이 아저씨는 '저 나이까지 어디서 뭐하고 있었지?' 싶게 어느 순간 갑자기 훅 눈에 들어오더니 그 후론 되게 잘 나가네요. 근데 연기를 괜찮게 하기도 하고, 또 이번 드라마에선 역할이 정말 찰떡입니다. 이 분이 머리 산발을 하고 고개 살짝 삐딱하게 틀고서 망연한 표정을 지으면 정말 궁상맞고 찌질한 느낌으론 로버트 드 니로 부럽지 않은 메소드 연기 분위기가 나거든요. ㅋㅋㅋ 나오미 와츠는 본인이 잘 하는 '물론 엄청 예쁘지만 그냥 평범한데 좀 예민한 아줌마' 역할을 맡아서 또 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되게 잘 해요. 특히 후반부에 주도적으로 치고 나올 때가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에선 주로 괴상한 역할을 맡은 분들이 빛이 나게 마련이고. 또 이쪽도 다 노련하고 경력 많은 배우들이 맡아서 재미를 키워줘요. 개인적으론 미아 패로우의 연기와 캐릭터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특히 이 분이 '악마의 씨'에서 이웃 주민들에게 그렇게 당하는 역할이었다는 게 생각나서 웃기더라구요. 무려 54년 만에 그걸 남한테 푸는!!! ㅋㅋ 친구인지 원수인지 알 수 없는 부동산 업자로 나온 제니퍼 쿨리지의 연기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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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캐너베일은 이 표정 연기 하나로 끝나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칭찬이에요. ㅋㅋㅋㅋㅋ)



 - 약간 애매한 부분이 결말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이야기가 다 해결되는 결말인 동시에 사실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말이에요. 말이 영 이상한데 다 보고 나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정말 그렇게 끝나요. ㅋㅋ 충분한 완결인 동시에 다음 시즌 제작이 발표되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결말. 되게 절묘하게 잘 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걸 보고 '끝났다!'하고 잊을 수 있는데 다음 시즌이 나온다고 해도 아무 무리수 없이 그냥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고로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미국 드라마 제작 풍속도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최선의 결말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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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리 여사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짤 하나 더.)



 - 뭐 암튼... 또 마무리를 시도해 봐야죠.

 기본적으로 호러, 스릴러 입니다. 블랙 코미디가 섞인 부분은 보시는 분 성향에 따라선 아예 눈치를 채지 못할 수도 있을 수준이구요.

 잔인한 폭력 씬이나 깜짝 놀래키는 류의 연출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걸 감안할 때 (라이언 머피가 어째서!!?) 이 정도면 굉장히 긴장감을 잘 뽑아낸 경우 아닌가 싶었구요. 중반까진 정말 거의 '유령 들린 집' 장르의 호러 시리즈 같은 느낌이거든요.

 빌런들이든 주인공이든 간에 캐릭터들이 은근히 재밌고 배우들도 잘 해줬어요. 후반에 템포가 좀 쳐지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만든 스릴러였습니다. 길이도 그리 길지 않으니 스릴러 좋아하고 출연 배우들 호감 있는 분들이라면 부담 없이 한 번 시도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 참고로 평가는 아주 좋지 않읍니다. 토마토 29%!!! 근데 리뷰 요약들을 찾아 읽어보니 대부분의 썩은 리뷰들이 지적하는 게 '라이언 머피 너 정말 계속 이럴래?'더라구요. ㅋㅋㅋ 적당히를 모르고 마구 달리는 그 양반 스타일의 꾸준함에 대한 피로도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저도 그런 부분 때문에 라이언 머피 작품들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 시리즈의 경우엔 그런 스타일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았어요. 전 재밌게 봤습니다.



 ++ 공통 연출가들 중에 제인 린치 이름이 눈에 띄더군요. 이름 참 오랜만에 보네... 하고 검색을 해 보니 진작부터 라이언 머피랑 같이 일해왔었네요. 뭐 어떤 면에선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라며 시작하는 드라마거든요.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음... 거짓말은 아닙니다. 정말로 저 동네 으리으리한 집에 이사 온 가족이 'The Watcher'라는 놈에게서 저런 편지를 몇 통 받았대요. 이웃들이 그 가족을 별로 안 좋아해서 저 협박 편지를 공개했을 때 반응도 별로 안 좋았다 그러고. 또 그 가족이 이런 이유들로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도 당연하구요. 하지만 그걸로 끝.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당한 것 같은 환타스틱한 사건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극중에서 감시자가 보낸 걸로 나오는 편지 몇 통은 실제로 그 가족이 받은 편지를 그대로 인용했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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