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자백]의 배우들

2022.11.02 21:36

Sonny 조회 수:540


영화에 대한 만족도와 무관하게, 영화 속 배우들에 대한 만족이 따로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자백]이 그랬는데, 영화 이야기보다는 그 안에서 인상깊었던 두 배우인 소지섭과 나나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많은 직업군들이 있고 그런 직업군들은 시청자인 우리에게 재능의 평가를 피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쟤는 안되겠다, 쟤는 저건 못하겠다... 저한테는 연기에 도전해보겠다는 나나가 딱 그랬습니다. 라디오스타에서 연기에 의욕을 보이는 나나의 모습이 딱 그랬거든요. 자신있는 장르 연기를 골라서 해보겠냐고 하니까 이미지에 안어울려보이는 사극을 냅다 말하더니, 황당한 시연을 합니다. 이 부분은 해당 영상에서 꼭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봐도 너무 웃겨요.


그래서 전 나나라는 사람이 애프터스쿨의 유명한 멤버로만 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이 연기자로 자기 자리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끼, 표현력, 캐릭터나 상황에 대한 이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표정과 목소리의 힘... 이런 것들이 그 당시 나나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재능, 혹은 노력에 대한 예상을 여봐란듯이 부숴주는 게 바로 연기자의 성장인 듯 합니다. 괄목상대라는 말도 아쉬울 정도로 상전벽해를 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설득하는 그에게 전 강렬하게 감동했습니다.


[자백]은 사실상 세명이서 이끌어가는 영화입니다. 소지섭과 김윤진은 영화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고 비교적 신인인 나나가 이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영화 속에서 희생자 혹은 주연의 상대역 정도의 포지션을 맡고있는 그가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건 힘든 과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세명의 균형이 맞아떨어지도록 자기 몫을 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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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배우의 "연기력"이란 말을 그렇게까지 믿지 않습니다. 이런 건 프로게이머의 마음가짐이 "눈빛"으로 판독가능하다는, 감동에 대한 환상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영화에서 배우가 주는 감동의 많은 부분은 캐릭터나 영화 속 미쟝센에 어울리는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오죽하면 감독이 직접 '배우는 와꾸다'라는 말을 하겠습니까. 이건 단순히 미모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물로 재현되는 픽션 세계의 설득력은 그 인물이 가진 외모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릴러 영화의 주연으로 소지섭이란 배우의 이미지가 꽤나 큰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이 배우는 미남이라기에는 미묘한 눈매와 발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점들이 미스테리를 다루거나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적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지섭이란 배우가 앉아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면 그 얼굴이 여러가지 해석을 가져다줍니다. 얼굴 자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거든요. 특히나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가진 얼굴의 힘은, 감성과는 거리가 먼 불안을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보다 이성적인 자극으로서의 호기심을 초래하면서도 그 이면의 뭔가를 상상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소지섭 배우가 언제 한번 해석이 어려운 캐릭터를 맡아서 논란을 낳는 그런 연기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오래간만에 배우의 얼굴에 빠져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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