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작이니 딱 40년 됐군요. 런닝타임은 84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직역해서 '백구'라고 공개했으면 한국 사람들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생각해보면 '하얀 마음'도 영화 주제랑 잘 어울리...)



 - 한밤에 어두운 도로를 달리던 무명 여배우님께서 도로를 지나던 흰 셰퍼드 한 마리를 살짝 칩니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과 민주 시민의 성숙된 자세로 그 개를 데리고 바로 동물 병원으로 달리는 우리 멋진 배우님. 심지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그 개를 맡아두기로 하구요. 임시 주인의 사랑 속에 금방 회복한 개는 어느 날 집에 침입한 성폭행범을 반죽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위엄 쩌는 보은으로 주인과 완벽한 영혼의 단짝이 돼요.

 하지만 뭐 모르시는 분이 없을 테니, 이 녀석은 사실 정체불명의 사이코 인종차별 주인에 의해 흑인만 보면 공격해 숨통을 끊어 버리도록 훈련된 'White Dog' 이었고. 주인 몰래 산책을 나가 사냥감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목숨을 구해준 새 주인. 그 주인에게 보답한 영특하고 기특한 강아지!!! 로 시작합니다만.)



 - 제 기억 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게 스티븐 킹의 '쿠조'와 얽혀서 뒤엉킨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던 영화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안 봤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봤습니다. 알고 보니 원작이 무려 로맹 가리 작품이었군요. 원작이랑 많이 다르게, 거의 새롭게 만들어낸 이야기라곤 합니다만. 

 결정적으로 제 예상과 달랐던 건 장르입니다. 이건 뭐 당연히 호러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둠 속을 어슬렁거리며 흑인들을 습격하는 공포의 흰둥이 멍멍이와 그 사실을 아는 소수 인간들의 한 판 대결! 이런 걸 생각하고 봤는데... 의외로 되게 진지한, 분노가 넘실거리는 인종 차별 고발 드라마가 호러 요소를 압도하더라구요. 진짜로 호러는 그냥 거들 뿐. 본 장르는 사회 고발 드라마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블랙 & 화이트의 대결로 살벌하게 흘러가는 영화죠.)



 - 그러니까 일단 이야기 전개부터 이렇습니다. 위에서 말한 '남몰래 사냥감을 찾아 다니는 공포의 살(흑)인견' 이야기는 대략 30~40분만에 끝이 나요. 사람들이 금방 눈치를 채버리거든요. 그 뒤론 주인공이 이 개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찾아간 야수 조련사가 '내가 함 해 보마!!!' 라고 나서서 이 개에게 입력된 흑인 살해 충동을 제거하려고 대결하는 내용이 남은 런닝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 와중에도 호러 장면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건 거의 의무 방어전 수준 분량이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게 그 조련사(당연히 흑인입니다)의 분노와 노력이에요. 그래서 결국 후반부는 나아쁜 인간들에 의해 본의 아니게 흉기가 되어버린 개와 그 개를 고쳐서 그 뒤에 숨은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악의를 이겨내려는 조련사의 드라마로 전개가 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짤은 뭔가 좀 썰렁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굉장히 긴장감이 넘칩니다. 화난 개란 정말 무서운 생물인 것...)



 - 제 기대와 전혀 다른 영화였음에도 결국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이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뭐랄까, 이야기를 만든 사람의 진심 같은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 개 뒤에 숨은 비겁한 백인들의 악의에 지지 않겠다'는 흑인 조련사의 의지가 강렬하게 와닿거든요. 배우의 연기도 좋고 캐릭터도 카리스마 있게 잘 만들어져 있구요. 또 줄기차게 조련사를 공격하는 개님의 연기가 참 포스가 쩔어서 긴장감이 쭉 유지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개 vs 조련사의 이야기로 흘러가던 게 클라이막스 직전에 갑작스런 한 방을 날려주는데 그 장면의 임팩트가 상당하구요. (개인적으론 영화에서 가장 '호러'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도 비록 옛날 영화 느낌은 날 지언정 긴장감 쩔게 잘 연출되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대체 이 장면은 어떻게 찍은 걸까요. 정말로 개가 스스로 유리를 깨고 점프를? ㄷㄷㄷ)



 -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의도이고 감독의 메시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심플한 줄거리에 비해 뭔가 들어 있는 건더기가 많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초반에 주인공이 동물 수용소를 찾는 장면 같은 부분은 미국의 반려 동물 문화와 현실에 대한 비판 같은 느낌도 좀 있구요. 또 어찌보면 배경이 헐리웃이고 주인공이 개의 정체를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좀 그렇죠. 흑인이 별로 없는 (그 시절 기준) 동네라는 거니까. 또 중간에 벌어지는 살인 장면의 배경이 교회라는 것도 인종 차별의 역사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하구요. 제목인 'White Dog'이라는 게 단순하게 주인공(?) 개가 흰색이라는 게 아니라 흑인 노예 시절 미국 어둠의 역사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라는 것도 의외의 지식이 되면서 좀 놀라웠습니다. 정말로 그런 짓을 했었다고??? 라는 생각을 했네요. 아니 뭐 그런 노력까지 기울여가며...;

 암튼 뭐 그렇게 다양한 디테일들이 있어서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는 거. 그런 얘기였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시절이 하수상하던 시절에 종교 이야기가 끼어들면 거의 비슷한 결론이죠.)



 - 암튼 뭐... 결국 호러 코팅으로 맛을 낸 진지한 사회 고발물이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조해낸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좀 더 매력적으로, 또 좀 더 진중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구요.

 흰 개의 살인 장면들 자체는 그냥 그 시절 영화 느낌으로 평이합니다만. 주인공 개님 연기가 넘나 쩔어서 진짜로 무서워요. ㅋㅋㅋ 특히 그 으르렁대는 앞에서 손 들이대는 장면들은 당연히 영화인데도 움찔하게 되던. 제가 개를 좋아해서 오히려 더 긴장됐던 것 같기도 하구요.

 취향에 따라 중후반부가 너무 평이하지 않나? 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마무리를 또 임팩트 있게 잘 맺어서 결과적으로 쭉 재밌게 봤습니다.

 저처럼 예전부터 제목만 많이 듣고 보지는 않으셨던 분들이라면 숙제 삼아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았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보라능!!!!!!!)




 + 처음으로 본 사뮤엘 퓰러 영화였습니다. 90년대에 영화 잡지 열심히 보던 분들이라면 저처럼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본 영화는 많지 않으신 분들 많을 것 같구요. 볼 수 있는 영화가 별로 없죠 한국에서. 그것도 마구 잘린 영화들 빼면 더더욱요.



 ++ 자막이 되게 옛날 걸 그대로 쓰는 것 같았습니다. 번역이 막 이상하다기 보단 (가끔 이상하기도 했지만) 어휘들이 괴상해요. 베이글을 바젤빵이라 그러고 사워 크림을 유산 크림이라고 그러고... ㅋㅋㅋ



+++ 영화에서 계속 'Attack Dog으로 키워진 개는 죽이는 거 말곤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전에 다른 영화나 만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기억이 있는데. 사실일지 궁금하더군요. 뭐 사실 그런 식으로 훈련된 개였단 얘길 들으면 다 치유(?)된 후에도 무서워서 같이 못 살겠습니다만.



 ++++ 위에서 보셨다시피 참 무시무시한 개님이 주인공이지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잠시라도 순간 포착에 실패하면 이렇게 됩니다. ㅋㅋㅋㅋㅋ 눈매 넘나 선량한 것...



 +++++ 아. 한 가지 깜빡한 게 있어서 추가합니다. 음악이 엔니오 모리코네에요. 여전히 아름다운 선율 들려 줍니다만 영화랑 잘 어울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괜찮긴 했는데, 차라리 80년대식으로 좀 경박한 음악이 더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구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0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5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90
121660 "더 크라운"은 왜 이리 재미없죠, 진짜 확실망 [8] 산호초2010 2022.11.27 700
121659 그 누구보다 먼저 추천하고 싶은 The English [4] Kaffesaurus 2022.11.27 534
121658 [넷플릭스] 귀엽지만 부족한 한방 ‘웬즈데이’ [8] 쏘맥 2022.11.26 643
121657 [왓챠바낭] 새삼스런 갑툭튀 서비스 개시, 추억의 일드 '스펙'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2.11.26 562
121656 듀나IN...아이패드 vs 갤럭시탭 [1] 여은성 2022.11.26 432
121655 프레임드 #260 [6] Lunagazer 2022.11.26 118
121654 (초)겨울 날씨 [4] 왜냐하면 2022.11.26 244
121653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에 대해 catgotmy 2022.11.26 240
121652 어제 처음 본 남자의 그렇고 그런 메일 [9] 어디로갈까 2022.11.26 831
121651 마테우스가 생각하는 독일 선발진 [12] daviddain 2022.11.26 399
121650 OneRepublic - Counting Stars [1] catgotmy 2022.11.26 119
121649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 [7] 2022.11.26 637
121648 애매했던 미스테리 스릴러, 돈 워리 달링 - 노 스포 잡담 [4] theforce 2022.11.26 369
121647 [넷플릭스바낭] 플로렌스 퓨를 즐기세요, '더 원더' 잡담 [20] 로이배티 2022.11.26 603
121646 넷플릭스 '데드 투 미' 1시즌. 책 몇 권. [8] thoma 2022.11.25 443
121645 [청룡영화제] 연말에는 역시 시상식!! [8] 쏘맥 2022.11.25 491
121644 넷플릭스 신작 일드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1화 재미있네요 [2] 예상수 2022.11.25 572
121643 교보문고 홈페이지랑 앱 리뉴얼 정말 답이 없네요 ;; [1] 하워드휴즈 2022.11.25 511
121642 프레임드 #259 [4] Lunagazer 2022.11.25 109
121641 [사설] 목소리 커지는 대통령 경호처 걱정스럽다 [5] 왜냐하면 2022.11.25 7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