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기행 (상)으로부터 계속. (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1415207 )

- 어쨌든 남춘천역에 내렸습니다. 날씨가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우 추워졌습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이니 공지천이나 소양강댐이라도 가 보려 했던 예정을 급히 변경합니다.
갔다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가 아니라 꽁꽁 얼어 황태덕장이 안 부러울 것 같습니다.

무작정 시내 쪽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탑니다. 이래봬도 한때 별명이 GPS - Global Parkgoon System(....)
역전에서 보아 둔 지도로 대충 동서남북 파악하고 머릿속에서 춘천시내를 3d 스캔해서 맵을 만듭니다.
대충 타고 가다가 '중앙'이나 '명동' 같은 지명이 보일 때 내리면 되겠지요.

....물론 스마트폰이 있다면 애초에 이런 헛짓(?)을 안 해도 되겠지만(.....)



춘천 버스는 시중 은행의 현금/후불교통카드 호환이 됩니다.



법원 인근의 건물. 뭔가 고풍스럽습니다. 겨울연가에 나오는 춘천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옵니다.



일요일 아침, 명동 입구에서 시청/강원도청 교차로로 가는 길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춘천에도 명동... 대개 명동이란 지명은 일제시대 도시에 여기저기 붙어 있던 메이지쵸(명치정)를 순화한 겁니다. 서울에는 이런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예컨대 원효로는 원래 모토마치(원정)였던 것을, 원효대사 이름으로 슬쩍 바꾼 것이고, 충정로도 비슷합니다. 서울 사대문 안은 을지로, 충무로, 세종로, 소공로 하는 식으로 전부 다 개명했지만요. 특히 혼마치(본정)는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았고 또 제일 휘황찬란했던 - 심지어 오사카나 도쿄보다도 - 거리였는지라 일부러 충무공 이순신의 이름을 따서 붙인 거라고 하더군요.(그런데 왜 동상은 광화문에 있을까.)




어쨌든 춘천의 명동은 한 세기 전과는 좀 다른 의미로 일본인들이 지나다닙니다 - 바로 '겨울연가' 덕분이지요. 일본인뿐만 아니라 가끔 중국계로 보이는 관광객도 우르르 몰려다니더군요.




겨울연가는 일본에서는 후유노 소나타(겨울의 소나타), 중국에서는 직역해서 '동계연가'라고... 하는데, 왠지 동계올림픽부터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건;; 




거리 중앙에는 최지우와 배용준의 핸드프린팅 동판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런 모양새.




핸드프린팅 조형물이 있는 곳 바로 뒤쪽, 언덕배기 뒷골목이 유명한 명동 닭갈비 골목입니다.




점심때가 되자 춘천을 찾은 외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쌍쌍이(...) 커플들이 골목을 활보하기 시작합니다.




닭갈비골목 상권 지도. 여러 업체가 오밀조밀 붙어 있습니다.




이런저런 지역 볼거리도 마련되어 있다는군요. ...라지만 오늘은 추우니 패스. -_-;;




닭갈비집 중에는 압축탄을 쓰는 곳도 있는지 열심히 땔감을 고르고 있습니다. 요즘은 압축탄도 질이 괜찮지요.



아랫동네 욕쟁이 할매 말투로 하자면 "저-서 울매나 처 피아 쌌으모 조래놨긋노." (....)




여튼 점심 먹으러 들어간 곳은 본가 닭갈비라는 곳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쳐 봤을 때 많이 나오는 집인 것 같은데... 일단 저 시간대에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이더군요.




닭갈비 1인분 되냐고 물어보니까 0.5초쯤 생각하던 종업원 아줌마.(......)
하지만 이내 "아, 막국수도요" 라고 하니 급 화색. 이봐요 -_-;

...내 기필코 내년에는 쌍으로 온다-_-; 아놔




여튼 1인분도 자알 볶아줍니다. 가격은 좀 세네요. 1만원. 맛은 과연 어떨까요.





철판 위에서 점점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춘천 닭갈비인가....! (두둥)




조리가 끝난 닭갈비. 이제부터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마는




전 일단 막국수부터 시키겠습니다. 흐흐흐




본고장 막국수는 때깔부터 다르군요. 침 넘어갑니다.

대충 찍고 먹으려니까 어느 새 주인장인 듯한 할머니 한 분이 조용히 다가와 "그렇게 섞으면 다 비벼지지 않아요." 라고 합니다. 밑에 깔린 양념까지 팍팍 무쳐 드셔야 맛있다는군요.




아래쪽 양념까지 전부 다 뒤섞어도 맛은 꽤 슴슴하군요. 함흥냉면의 강원도 버전...? 이라고 해야 하려나요. 순두부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비주얼에 비해 맵지 않습니다. 이 집만 그런 건지 아님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단맛도 감도네요.




어쨌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어느 새 다시 남춘천역 맞이방.




얼마 남지 않은 경춘선 열차는 많은 매스컴의 취재 아이템이 되고 있습니다.




KBS의 카메라 기자... 아마도 춘천지역국 소속인 듯? 
(저번에 보니 KBS 본사 카메라기자는 대개 ENG를 메고 다니더군요. 대략 6천만원짜리 ㄷㄷ)




애매한 시간에 돌아가는 것은, 이 이후로 열차가 죄다 입석뿐이라(.....)



선로에는 얼마전 내린 눈이 희끗희끗 쌓여 녹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새 남춘천역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청량리발 무궁화호. 
역무원인지 공익요원인지,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나라고 승객들을 통제합니다.



앞머리가 이렇게 생겨서 일명 '봉고'라 불리는 디젤전기기관차. 꼭 네덜란드 국기 색깔 같네요. 이래봬도 옛날에는 특급 전용.... 
그런데 나중에 역에 갈 기회가 있을 때 자세히 보시면, 이렇게 생긴 놈들은 죄다 번호가 '70##'라고 붙어있습니다. (차종에 따라 열번이 죄다 다르게 붙어 있죠.)




아까 잘 안 나온 듯해서 다시 한 번 차내에서 찍은 인증 샷. 맨 앞좌석이 딱 한 장 남아있더군요. 럭키.




땃땃한 차내에서 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어느 새 김유정역을 지나는군요.



강촌 다리를 지나갑니다.




생애 마지막으로 건너게 되는 구 경강철교와 북한강.



멀리 아스라이 신 경강철교가 보입니다. 저기로는 전철이 다니겠죠. 가물에 콩 나듯 102보충대 신입병들과 1군쪽 자대배치 병력을 실은 '건설무궁화'랑 '건설새마을'도 지나다닐 겁니다.
(*'건설'자 붙은 거는 군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군수물자는 건설화물이라고 하죠. 대략 박정희 시대의 유산. 
*사실 건설화물 계통 중에서 제일 골때리는건 스뎅바디에 조그만 창문 여러 개 달린 놈.. 병원차죠. 이게 뜬단 얘기는 정말 답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자가 후방으로 후송된단 얘깁니다. 이거 뜨는 날에는 마산역이 초긴장이었대죠. 마산통합병원도 바빠지고.. 일명 냉동육 수송차)




기찻길역 강변 마을은 이제 좀 호젓해질 것 같습니다.




성북역까지 와서 전철로 갈아타고 석계역으로 옵니다. 여기서부터는 6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면 됩니다. 아마도 무궁화로서 마지막 이용하는 성북역... 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 1호선 전철 안의 이 스티커도 대략 전임 정권의 유물(?)인데, 참 광고 잘 뽑아져 나왔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이 모델 표정이 되게 매력적이지 않나요(...) (한 10년쯤 뒤에는 아역출신 연기파 배우로 나오려나....) 오세훈 현 시장의 '디자인 수도 서울' 홍보물 붙어 있는 건 모델들 표정에 묘하게 그늘이 져 있는데...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대비가 됩니다.




그리고 아까 볶아 둔 닭갈비의 행방은.... 네 그렇습니다. 포장 ㄳ.



본고장 닭갈비는 식어도 맛있네요. 훗훗


이상 얼렁뚱땅 춘천기행 끗(?) - 담에는 꼭 쌍쌍이서 갈테다... 히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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