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음료수 드십쇼

2024.02.03 11:44

Sonny 조회 수:414

회사에서 상사가 저한테 카톡으로 물어봤습니다. 저 작은 사이다가 혹시 제거 맞냐고요. 드시고 싶으면 드시라고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자기도 그럴 의도였다면서 바로 꺼내 마시고 맛있다고 감사카톡을 보냈습니다. 나중에 사다준다길래 손사래를 쳤습니다. 저한테 그렇게 맛있는 음료수도 아니었고, 어쩌다가 베풀게 된 호의를 딱딱 손익 맞춰서 계산하는 게 좀 그랬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사이다를 줬던 고마운 사람으로 남는 게 훨씬 더 좋습니다. 그 분은 평소에도 저 포함해 다른 사람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이라 이런 식으로 작은 보답이라도 하게 된 게 괜히 상쾌해지더군요.


한살씩 더 먹고 자기부양이 가능해지면 그 떄부턴 남에게 뭔가를 얻어먹을 일이 점점 사라집니다. 그게 다 조그만 채무로 계산이 되죠. 인생사 기브앤테이크의 교훈은 남에게 감사하고 살라는 것보다, 남에게 빚지지 말라는 자유에 대한 격언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그 상사한테 사이다 한병 주는 게 좀 기억에 남았습니다. 간만에 그런 채무에서 좀 해방된 느낌이었달까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부앤테이크의 채무들이 있는지요. 축의금, 조의금, 생일카톡 선물... 염치없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는 그런 압박에서 간만에 벗어났다고 할까요. 그 사이다와 무관하게 상사는 저에게 또 많은 배려를 할 것이고 저도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엔빵, 뿐빠이, 카톡결제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남들한테 알게 모르게 얻어먹고 살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서로 보시하면서 살아야 또 덕이 쌓이고... 그런데 이미 이렇게 장황한 글을 써버렸으니 그걸로 그 쪼끄만 덕이 다 휘발되어버렸다는 걱정이...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7
125647 바르셀로나 감독 엔리케? daviddain 2024.03.05 71
125646 힙지로에 다녀왔습니다. [10] 칼리토 2024.03.05 415
125645 유튜브 재생목록 1000곡 만들기 catgotmy 2024.03.05 110
125644 [왓챠바낭] 아주 스페인스럽게 재밌습니다. '줄리아의 눈' 잡담 [4] 로이배티 2024.03.05 279
125643 "김어준 여론조사서도 민주당 패배" "진짜냐"…깜짝 놀란 野 지도부 [5] 분홍돼지 2024.03.05 734
125642 에피소드 #79 [2] Lunagazer 2024.03.04 98
125641 프레임드 #724 [4] Lunagazer 2024.03.04 57
125640 [OTT 바낭] 1. KT 티빙 광고형으로 교체... 2. 영화 던전앤드래곤.. [6] 폴라포 2024.03.04 266
125639 3.1절 연설의 뒷배경,,자위대, 하얼빈에서 시작된 3.1운동 왜냐하면 2024.03.04 245
125638 [핵바낭] 정말로 그냥 핵바낭입니다. [17] 로이배티 2024.03.04 659
125637 프레임드 #723 [3] Lunagazer 2024.03.03 76
125636 한국 출산률이 이런 이유 catgotmy 2024.03.03 442
125635 손흥민 손 부러뜨린 영상? '이강인 가짜뉴스'로 2주새 7억 챙긴 그들 daviddain 2024.03.03 273
125634 요즘 인공지능 작곡 근황입니다. [1] 표정연습 2024.03.03 305
125633 [왓챠바낭] 유통 기한 다 한 상상력을 구경하는 재미, '13층'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3.03 364
125632 재벌×형사 존잼 라인하르트012 2024.03.02 249
125631 [웨이브바낭] 잘 만들었고 재밌기도 한데... '보이 비하인드 도어'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3.02 232
125630 아이돌, 오타쿠 애니, 스포츠 catgotmy 2024.03.02 135
125629 프레임드 #722 [4] Lunagazer 2024.03.02 72
125628 Paolo Taviani 1931-2024 R.I.P. [2] 조성용 2024.03.02 1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