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섹스에 관하여

2010.07.09 01:35

질문맨 조회 수:10842

 

 내용 자체는 12금도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듀나게시판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섹스란 단어가 언급되는 관계로 이 단어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뒤로 스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섹스를 본능, 聖스러움, 금기, 권력 등등 다른 이름의 담론으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섹스의 쾌감을 구성하는 가장 큰 주요 부분은 상상력입니다. 이것은 섹스가 동물의 교미라 불리우는 수단 혹은 과정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이 되게 하는 것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섹스란 동물적이라기 보다 인간적입니다. 이것을 본능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은 육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상상을 원천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섹스를 둘러싼 수많은 층위의 정의와 역사가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순화하기 쉽지 않은 것은 섹스란 명제 자체가 경험적이라기 보다 경험에 대한 유사관념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은 자신의 과거 경험담의 과장된 환상에 빠져 있으면서 현재의 빈곤한 섹스를 한탄하는 유부남과 갓 연인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된 사람의 넋두리를 들어 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섹스에 대한 빈곤함은 산수처럼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그림처럼 상상력의 부재가 다양함을 가지지 못한 채 단조로운 구도와 빈약한 채색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결핍됩니다. 섹스에 대한 상상 중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을 가장 본원적이고 순수한 극치의 쾌락으로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감대의 자극에 의해 발생된 신경세포의 리액션이 독특한 감각을 깨우기는 하지만 미시적으로 볼 때 이것이 통제 불가능한 신체적 자극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성적 쾌감은 불쾌하지 않은 긴장과 해소의 과정에서의 간극이며 이것은 천성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닌 후천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감각의 숙련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떤 환영처럼 궁극의 섹스의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마치 로또의 당첨을 바라는 사람처럼 허투루한 기대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궁극의 쾌락을 획득할 수 없기에 사람의 상상력은 섹스를 육체안으로 대상화시킵니다.  S라인과 초콜릿 복근과 같은 성적 대상의 육체적 선망은 얼핏 섹스에 대한 즉자적인 현물화로 보다 쉽게 대상화 할 테지만  감각의 다양한 자극을 일깨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조롭고 허탈한 상상으로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최대한의 쾌락을 섹스에서 구현하려 하지 말 것, 다양함과 미시적인 발견과 개발을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더욱 만족스런 성의 즐거움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섹스에 대한 다양함은 성기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성기가 聖물화되는 섹스가 의식이 되는 시대도 아니고 자의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생리적 현상과 성적 쾌감의 완전한 차단이 가능한 오늘날에 있어서 남성의 성기가 발기하고 사정하기까지의 시간과 횟수에 민감해야 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단순히 성기의 자극에 의한 쾌감을 획득하려 한다면 자위 행위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섹스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상대방과의 성기 마찰에 의한 자극이 아니라 파트너와의 내밀하면서도 오밀조밀한 비언어적 대화가 신체로 인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상호간의 신체의 어루만짐이 단순한 자극이 아닌 친밀함의 단어로 치환되는 생경함은 깊은 파트너쉽을 공유한 사람에게서 보다 쉽게 체득하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마 여성이 보다 성적인 자극에 다양하게 열려 있다는 점은 이러한 상호성에 보다 더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주체와 객체의 의미가 아닌 함께라는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야말로 다양함의 발로일 뿐만 아니라 새로움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섹스란 상상력의 산물인 동시에 가장 내밀한 의사소통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한꺼풀 벗고 내비치는 섹스의 모습이란 가장 먼저 깨닫게 되는 적나라한 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합리적이고 단순한 대화조차도 상호간 이해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듯이 섹스 또한 가장 내밀한 대화의 모습이기에 상호간에 오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섹스는 각자의 상상력이 가장 주요하게 작용되는 대화의 방편이고 한 사람의 상상조차 매일 마다 그 모습을 확정할 수 없듯이 자신의 섹스의 대한 단상과 파트너의 섹스에 대한 단상이 일치하리라고 여기기는 만무할 따름입니다. 섹스란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다른 둘이기에 더욱 다행인 것을 알게 되는 과정입니다. 내가 아닌 당신이기에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이 발견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같이 공유할 것을 마음대로 단정하고 강요하지 말아야 할 터입니다.  섹스란 가장 내밀한 대화이기에 즐거운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쉬운 것이기도 합니다.  쉽게 자신을 강요하거나 외로움을 채우려 하지 말것. 조바심을 내지 않고 관용과 조심스러움으로 서로를 대하기를 바랍니다. 세찬 강물보다 잔잔한 바닷물이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듯이 서둘러 쾌감만을 위해 나아가기 보다 느릿하게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이 더 큰 만족으로 여겨 질 수 있습니다.

 

 섹스에 대한 전희는 침대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섹스란 서로를 알기 위한 하나의 다양한 방편이고 섹스의 사랑스러움을 알기 위해서는 일상 속의 사랑스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섹스를 육체만으로 한정하지 말라는 것은 침대 위에서만 아니라 보통의 만남에서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가장 내밀한 부분을 서로 내보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서로의 모습에서 두근거림을 찾는 과정. 섹스란 감각적인 것인 동시에 감성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무던한 달력의 숫자 속에서 미지수가 될 수 있는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침대 위의 테크닉만큼 서로에게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힘겨운 노력으로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건 자연스런 일상의 과정에서 문득 어둠만이 가득한 밤하늘에서 우연치 않은 별빛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시간의 여유와 흔적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섹스란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생활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섹스가 가지는 상상력 그리고 섹스가 가지는 상호성은 유별한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가지는 상상의 즐거움과 대화의 편안함은 섹스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은 다른 생활의 부분에서 또다른 의미로 구현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푸코가 이야기 했듯이 섹스란 거대한 사회화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그러기에 개인이 소외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합니다.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사춘기의 시절 부터 권태로운 일상의 피곤함에 지쳐 있을 때까지 섹스로부터 소외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익숙할 터이지만 삶의 이채로움은 섹스만큼이나 흥미롭고 고민해야할 시간을 계속해서 주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긴장과 이완이 섹스의 가장 기본적인 쾌감을 주는 자극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외로운 순간들과 자신의 사랑스러운 순간들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쾌감이 되는 자극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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