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스포일러'라고 적지 않았으니 당연히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1. 모두가 초능력자



이 영화의 감독인 소노 시온의 영화들 중엔 듀나님 리뷰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 봤던 '지옥이 뭐가 나빠' 밖에 본 게 없습니다.

원래 일본 영화들 중 좀 막나가는 스타일의 영화들을 좋아하고 위의 영화도 딱 그런 경우였지만 뭔가 제 취향과는 살짝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재밌게 보긴 했는데 뭔가 아주 사알짝.


그런데 이 영화는 뭐... 뭐라 말 하기가 참 난감하네요. ㅋㅋ

원작 만화가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전형적인 일본 히키코모리 오타쿠 청년들 캐릭터와 그들의 상상 속에 존재함직한 아리따운 여성 캐릭터들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도 딱 15세 언저리의 피 끓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얼핏 0.1초 정도 해 봄직한 망상 수준이고. 후반에 가면 뭔가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별로 설득력은 없어 보였구요.


뭣보다 시작과 동기가 어찌되었든 간에 결과적으로 '초능력자들 팀이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인데 이들의 능력이 스토리 측면에서 전혀 활용되질 않습니다. 말 그대로 '전혀'요.

초능력 그 자체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우겨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뭐가 중요한 건지 알 수 없는 중구난방 이야기라서. 제 느낌엔 그냥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각본 같았습니다. 

덧붙여서 여성 관객들 입장에선 좀 불쾌한 영화일 수 있겠습니다. 모든 여성 캐릭터가 그저 주인공의 발기(...) 재료일 뿐이라서 말이죠.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PC함이나 성 상품화 등등과 같은 부분들을 완전히 제껴 놓고 그냥 본다면 전반까지는 나름 꽤 웃깁니다.

...라지만 후반에 워낙 확실히 동력이 떨어지며 지리멸렬해지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말 하기도 뭐하네요. =ㅅ=


뭐 그랬습니다.



2. 갈증



갑자기 실종된 딸을 찾아 다니던 부모가 그동안 상상도 못 했던 딸의 비밀을 알게 된다... 는 이야기 때문에 손예진 나왔던 '비밀은 없다'와 종종 비교되는 것 같던데.

정말로 비슷해 보이는 디테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올드 보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고백'의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그래서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독특하게 음악을 쓰며 영상미로 뽕빨을 뽑는 장면들이 많습니다만.

'고백'은 그래도 좀 멀쩡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깔고 가는 가운데 그런 스타일이 토핑된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냥 그 스타일 하나로 끝장을 보려는 느낌입니다.

간단히 말해 폼 내려는 장면들이 과하게 많아서 보다 보면 질리는 느낌도 들고, 정작 그 안에 담겨 있는 스토리는 비어 있는 느낌이라는 거죠.

게다가 이런 비주얼 과잉에 덧붙여서 스토리도 시작부터 끝까지 과잉입니다. 왜 꼭 저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극단적으로만 치달리는 캐릭터들이 2개 소대쯤 등장해서 전력 질주를 하니 나중에 드는 생각은 그저 '참 위악적이구나' 라는 것 뿐이더군요. 조금은 현실에 발을 붙이고 전개되는 이야기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았는데. 좀 아쉬웠구요.


그래도 한 가지 미덕이 있다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계속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딱히 심심할 틈은 없다는 것.

마지막 5분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늘어진다는 느낌 없이 시간은 잘 갔습니다.


어차피 iptv에 무료 영화로 올라 있길래 본 거라서 관대한 마음으로... (쿨럭;)


덤으로 야쿠쇼 코지 아저씨는 정말...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며 보긴 했는데. 그냥 극중 캐릭터를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네요.

츠마부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조도 나오니 배우 팬들이 많이 봤을 것 같은데. 오다기리 조는 쌩뚱맞으나마 최소한 간지 비슷한 건 좀 있는 캐릭터였지만 츠마부키 사토시의 팬들은 좀 슬펐을 듯;

아. 그리고 '곡성'의 그 분도 나오십니다. 어차피 멀쩡한 인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스토리라 이 양반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냥 반갑더군요. ㅋㅋ


암튼 제게 이 감독의 베스트는 여전히 '고백'입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비슷한 정도는 기대를 했었는데, 그래서 좀 실망했습니다.



3.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습관적으로 넣어 놓긴 했지만 영화를 재밌게 보시려면 예고편도 보지 않으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은 한국 개봉용으로 덧붙여진 부제였군요. 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입니다.

위의 두 영화를 만든 감독들도 나름 인정받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뭐랄까. 아직까지는 클래스가 좀 다르죠.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암튼 그렇게 매끈하고 훌륭한 시나리오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의 사람들과 정상적인 업무 능력의 경찰이 존재한다면 성립될 수가 없는 상황이 자주 나오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범인의 범행 수법... 이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야기인데 그 수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질 않습니다.

반전을 위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냥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좀 난감한 방식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현실에 정말 이런 범죄자가 있었으니


하지만 분위기가 죽입니다.

여기저기 대놓고 뻥뻥 뚫려 있는 논리적 허점을 분위기로 덮어 버리려는 괘씸한 영화인데 그 분위기란 게 넘나 그럴싸해서 깔 수가 없네요;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특히나 악당역 배우의 연기가 소름끼치도록 훌륭해요. 덕택에 없는 개연성이 막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암튼 그리하여 오늘 소감 적는 세 영화 중에 유일한 추천작입니다. 정말 긴장하면서 잘 봤어요.

다만 제대로 된 추리 스릴러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피하시는 게 나을지도.



+ 옛날에 인터넷의 바다 어디인가에서 읽었던 일본의 실제 엽기적인 범죄 사건에서 착안한 듯한 사건과 악당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이 훨씬 황당하고 엽기적이에요.

 역시 픽션은 현실을 이길 수가 없...;



4. 덤.


맥락 없이 골라서 본 이 세 편의 일본 영화들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주요 배역들 중에 안 예쁘고 안 날씬한 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1번 영화는 작품 성격상 그럴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하는 영화로 이해해줄 수 있지만 2번이나 3번 같은 경우엔... 뭔가 집착 같은 것까지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흠.

뭐 그래도 세 작품 모두 '주요 등장 인물'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이 나오긴 하니 굳이 따지지 말도록 할까요. ㅋㅋ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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