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목엔 저렇게만 적어 놨지만 사실은 하우메 콜렛 세라 감독과 함께한 영화들만 봤습니다.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아직 안 봤고.


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노력할 예정이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이다 아니다... 정도의 스포일러는 들어갈 겁니다.

과연 이 영화들에서 그게 스포일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알기 싫은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기에 미리 적어 둡니다.





1.


(영화를 보고 나서 보니 정말 정성들여 사기 치는 예고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언노운'은 리암 니슨을 요즘의 환갑 액션 히어로 캐릭터로 만든 '테이큰' 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 이긴한데.

이후로 줄줄이 이어진 리암 니슨표 B급 액션 영화들이 대부분 하우메 콜렛 세라와 함께 한 작품들이고 이 영화가 그 시작이니 어찌보면 테이큰보다도 더 중요한, '전설의 시작' 같은 위치의 영화라고도 우길 수 있겠습니다. ㅋㅋ

사실 보다 보면 '액션 영화'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걍 싸움 장면이 비교적 많이 나오는 스릴러 무비 정도?

근데 테이큰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네요. 낯선 외국에 가서 개고생하며 사람 죽이고 다니는 미국인 이야기라는 거. ㅋㅋ


암튼간에.


아내와 독일로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며칠 후 정신을 차리고나니 자신의 자리엔 이상한 놈이 들어가 있고 세상은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 한다... 라는 유명한 도시 전설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초반에서 중반까진 당연히 액션보단 미스테리가 강한 스릴러로 흘러갑니다.

듀나님이 리뷰에서 말씀하셨듯 어차피 이걸 말이 되는 스토리로 마무리 지으려면 정답은 이미 두 세 가지 정도로 정해져 있고 그 두 세가지에 영화 속 정황을 하나씩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정답은 금방 나오죠. 


하지만 의외로 볼만합니다.

아마 작가도 그런 부분을 이미 의식하고 있었던 듯 해요. (이게 사실 흔치 않은 일인데. 좀 놀랐습니다. ㅋㅋ)

그래서 이 아이디어 하나만 던져 놓고 거기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상황을 약간씩 비틀고, 다른 호기심 요소를 슬쩍 삽입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서 지루할 틈 없이 런닝 타임을 효과적으로 끌고 갑니다. 어찌보면 이게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이겠네요. '생각보다' 신경 써서 만든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생각보다' 뒷수습을 잘 하는 이야기라는 거. ㅋㅋㅋ


결국 약속된 진상이 까발려지고 나면... 이 때부턴 이제 해결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좀 싱겁습니다. 더 이상의 드라마 없이 액션으로만 일관하는 데다가 모든 게 너무 간편하게 해결되거든요. 

다행히도 액션은, 뭐 대단한 구경거리나 특별히 기억에 남을 장면은 없어도 대체로 준수하구요.

결말은 뭐... 과연 이 이야기가 저런 식으로 끝나도 되는 건가 싶긴 하지만 'B급 오락 영화'를 굳이 선택한 관객들의 마음이라면 관대하게, 혹은 오히려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제가 어쩌다 보니 이 세 영화를 개봉 시기 역순으로 봤는데.

이 때만 해도 리암 니슨이 충분히 액션 히어로를 하고도 남을 비주얼이더군요.

'논스톱'을 보면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고 '커뮤터'를 보면 아이고 할배 고생하시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세월이란. ㅠㅜ




2.




9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헐리웃 액션 블럭버스터 영화들을 지금 보면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이 스케일입니다.

엥? 이게 이렇게 소박한 영화였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ㅋㅋ

리셀웨폰2의 집 무너뜨리기라든가, 터미네이터2의 추격전들, 다이하드 1, 2의 건물과 비행기 부수기 등등.

당시엔 대단하고 어마무시한 스케일이라고 생각했던 액션들이 이제 보면 그냥 다 소소하고 가볍습니다.

대신 (성공한 영화들의 경우엔) 거기 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액션들에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깔려 있다든가 뭐 그렇죠.


그리고 당시 영화들을 보면 요즘엔 정말 다들 예사롭게 생각하는 간단한 아이디어들을 영화의 메인 컨셉으로 잡고 거기에서 최대한 뽕을 뽑아내는 경우들이 많아요. 좁은 장소에 우글거리는 악당들과 갖혀 있다든가 끊임없이 교통 수단을 갈아탄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하나가 히트를 치면 다음 편은 전편의 틀을 그대로 둔 채 장소만 바꿔가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말이죠.


'논스톱'과 '커뮤터'를 보면서 끊임 없이 그런 80~90년대 액션 블럭버스터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주인공의 배경 설정. 밀폐된 (거나 진배 없는) 공간에 악당들과 갇힌 채로 (기대하지 못 했던)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투를 벌이는 전직 경찰 아저씨. 되게 똑똑하고 영리한 음모를 꾸민 척 하고 거의 기계장치의 신급 상황 대처를 자랑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허술해지는 악당들. (정체가 놀랍지도 않은 건 당연한 덤이구요) 결정적으로 스케일이 큰 척 하지만 사실은 하일라이트의 폭발씬 하나를 제외하면 소소한 두들겨 패기 액션 뿐인 데다가 그나마 그 폭발씬도 요즘 기준으로 보면 소소하기 그지 없는.


아마 그래서 제가 이 두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보면서 계속 옛날 생각 나더라구요. ㅋㅋㅋ

다만 저런 영화들을 그 시절에 안 보고 자라난 어린/젊은 세대들 보기엔 걍 별 거 없는 B급 액션 영화로만 보일 테니 아마 느낄 재미가 다를 듯.


흠... 뭐 암튼.


이 두 영화는 '전편과 속편'으로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아이디어와 이야기 구조가 똑같습니다.

가족과 관련된 애잔한 사연을 가진 전직 경찰 아일랜드인 할배가 어쩌다 대중 교통 수단 안에 갇혀서 정체 불명의 악당에게 거역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아가며 그 좁은 공간 안에 숨어 있을 누군가를 찾아 머리 쓰고 몸 쓰며 헤매다가 자기가 구하려는 승객들에게 오히려 악당으로 오해를 받으며 개고생한다는 이야기요. 

둘을 같은 주인공으로 연결 시키기엔 스토리상 설정이 안 맞는 부분들이 많긴 합니다만. 아무 이유 없이 '아일랜드인'이라는 주연 배우의 프로필을 은근히 강조하며 주연 배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걸 보면 감독도 아마 이런 유사성을 분명히 인식 했었던 듯.


그리고 이렇게 두 영화가 너무나도 비슷하다 보니 '뭐가 뭐보다 낫다'라는 직접 비교가 가능해지는데요.

비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중에 나온 '커뮤터' 쪽이 우월합니다. ㅋㅋ

'논스톱' 쪽이 도입부에 제시되는 불가능 범죄, 그리고 그로 인한 미스테리의 매력이 훨씬 강하긴 합니다만 불가능한 범죄이다 보니 그만큼 더 무리수와 구멍이 많고 또 나중에 주인공이 해결책으로 미는 방법의 설득력도 떨어져요. 특히 막판에 밝혀는 진상으로는 영화 안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이 깔끔하게 설명이 안 되다 보니 인터넷 상에는 '사실 이건 열린 결말이다! 범인이 한 명 더 있었던 거야!!' 라는 식으로 꿈보다 해몽글들이 돌아다니고 그러더군요.


(여담이지만, 추가 범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모 캐릭터의 경우, 영화 도입부에 아주 사소하지만 범인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하기 때문에 뭐... 그냥 그따위로 구멍난 이야기를 쓴 작가를 탓할 수밖에요. ㅋㅋ)


뭐 결국 둘 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고 각본이 영화 속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해낸다는 점은 비슷합니다만. 구멍은 커뮤터가 비교적 작구요.

이야기와 액션의 논리도, 마무리의 깔끔함도, 캐릭터 묘사의 수준도 커뮤터 쪽이 훨씬 나으니 둘 중 하나만 보시겠다면 커뮤터 쪽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전 논스톱은 그럭저럭, 커뮤터는 기대보다는 재밌게 봤어요.

제가 이런 쌍팔년도식 미스테리를 깔고 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재미 없게 보기도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논스톱'과 '커뮤터'의 악당을 주인공으로 그 양반들이 영화 속 사건을 미리 준비하고 또 리암 니슨의 만행(?)에 대응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면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쓸 데 없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범죄 계획을 굳이 세워야 했던 사연이라든가. 오만가지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든가. 그리고 정신 없이 바빠 죽겠는데도 리암 니슨에게 계속해서 여유로워 보여야 하는 범죄자의 고단함이라든가... 이런 걸 제대로 보여주면 나름 웃기는 코미디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ㅋ



3.

'언노운' 에는 다이앤 크루거, '논스톱'에는 줄리언 무어, '커뮤터'에는 베라 파미가.

꼭 주인공의 파트너(?)로 이름 있는 여배우들을 한 명씩 캐스팅하는 게 감독 취향인가 본데 좀 신기하더군요.

굳이 연기력 갖춘 유명 배우를 써야할만한 비중이 있는 역할들이 아니거든요. 뭐 기왕이면 좋은 배우 쓰면 좋은 것이니 저는 감사하긴 했습니다만. 


그리고 확인해 보니 이제 리암 니슨 할배가 한국 나이로 67세더라구요.

'커뮤터'에서 최대한 배우 몸 고생 안 해도 되는 형태로 액션을 짜 놓은 걸 보니 이제 이 시리즈(?)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나름 기대치 대비 준수했던 영화들이라 한 편 정도는 더, 액션 은퇴 기념작으로 더 많이 신경 써서 만들어 내놓고 끝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킬링 타임 무비'로서 굉장히 성실하게 자기 할 일들을 하는 영화들이라고 느껴서 호감이 좀 생겼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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