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아웃

2022.10.14 21:06

daviddain 조회 수:308

테라노스 사건을 저는 16년에 존 캐리유가 쓴 일련의 베너티 페어 기사로 접했다가 18년 <bad blood>가 나와 읽었고 케이트 맥키논 캐스팅 소식에 기대했는데 아만다 사이프리드로 바뀌었네요. Abc가 동명의 다큐를 내보냈고 제임스 코든이 그것을 패러디했죠.

홈즈를 동정적인 시선에서 그린 듯 하다는 평에 동의합니다. 게다가 아만다가 실제 홈즈보다 예쁘기도 하고 아만다의 형상이다 보니 좀 미워하기 힘들기도 해요, 실제 인물이 벌인 일의 파장에 비하면요. 홈즈의 그 깜빡이지 않는 눈,일부러 내리깐 목소리,걸음걸이 이걸 단지 흉내만 내지 않았는데 저는 맥키넌이었으면 홈즈의 우스꽝스러움과  괴물같은 면, 이 인물의 허세를 좀 더 살렸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여성 권력자 힐라리를 연기했던 맥키넌이잖아요.

캐리유 책에 나오는 서니란 인물과의 역학 관계는 파키스탄 출신인 서니가 자신의 좌절된 야심을 자신보다 어린 기득권 백인 여성인 홈즈를 아바타로 내세운 거라고 나옵니다,드라마에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홈즈에게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3회를 보면 서니가 홈즈에게 먹으라고 챙겨 주는 녹즙에 그 둘의 역학 관계가 응축되어 있죠. 둘이 싸우다가 홈즈가 거부하니 던져 버리고 나중에는 홈즈가 녹즙을 달고 살죠. 실제 홈즈가 클린저 주스로 살았다고 합니다. 잡스를 벤치마킹해 터틀넥 입어 연구에만 매진하느라 다른 거 신경쓸 수 없는 명문대 중퇴한 젊은 여성 ceo.게다가 집안도 오래된 부자고 연줄이 빵빵한 백인 여성. 1회 초반에 빌 게이츠 전기가 나오는데 성별만 다르지 배경은 비슷하죠.

서니와 홈즈의 대화는 둘 다 존댓말로 디즈니 플러스 자막이 처리했더군요.

나중에 홈즈는 서니가 자신을 가스라이팅했고 감정적,육체적,성적으로도 폭력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둘이 만났을 때 서니는 30대 후반 유부남,홈즈는 법적 성년도 아직 아닐 때.
  최근에 홈즈는 대학 시절 성폭행당했고 그 때 서니에게 의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 게 그 때였고 그 때 통화 기록이 있어서 폭행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 합니다.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고 홈즈는 회사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찾으려 한 걸로 보입니다.  테라노스는 직원들이 감시당하고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해고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직원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게 계속되는 해로운 근무 환경이더군요.결국 직원이 자살했죠.
재판 시작되고 홈즈는 금발인 척 하는 것 다 집어 치우고 검은 옷도 재판에서는 안 입고 나타나더군요. 작년에 아들 출산. 아들 아버지인 빌리란 호텔 체인 상속자와는 결혼은 안 했다고 합니다

홈즈는 자신이 하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는 광신도처럼 드라마에 나옵니다. 자신이 잔 다르크처럼 수난받는다고 믿는다는 주변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홈즈의 친구가 같이 일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두고 이직했는데 그건 드라마에 안 나온 듯 합니다. 스페인 어 통역을 담당했는데 서니가 스페인 어 못 하는 것을 비웃었다고 하죠. 서니는 가부장적이고 직원들에게 강압적이고 그 분야에 아는 게 없었다고 합니다.서니 역을 맡은 나빈 앤드류스는 제가 알기로는 영국계 파키스탄 인인데 미국이 좀 더 활동하기에 제약이 덜하다고 한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네요. 앤드류스도 실제 서니보다 훨씬 잘생기고 고유의 카리스마도 있는 사람이라 극중 둘의 관계가아주  억지스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에 홈즈가 절망해 소리지르고 울다가 자신이 우버로 부른 택시가 오자 순식간에 공적인 얼굴로 돌아가는 장면 보고 아만다가 연기는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사실 아만다는 어느 영화에서든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제 몫은 늘 해 왔죠.

스토리텔링에만 집중하던 실리콘 밸리에 경각심을 일으킨 사건이었죠.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원천 기술은 있지도 않는데도 홈즈가 마케팅에만 신경썼다고 했죠. 

홈즈를 말할 때 카리스마란 단어가 계속 나오는데 카리스마란 맥락적,상황적인 면이 있죠. 볼테르가 인간은 매혹당하고 싶어한다고 했는데 그 부분을 잘 움직인 게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홈즈를 밀어 줬던 키신저,조지 슐츠,클린턴 등은 의학이나 생화학 업계 사람들이 아니었고 손녀뻘인 젊은 여자 ceo를 밀어 준다는 생각에 매혹이 된 게 아니었나 싶네요.한 에피에 홈즈가 잠재적 투자자의 에고를 세워 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조지 슐츠 손자가  사기극이라고 했을 때 슐츠가 거부한 건 사기꾼에게 매혹당했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였을지도요.

책에 있는 내용을 무난하게 드라마로 잘 옮겼고 책도 재미있으니 읽어 보세요.


캐리유의 월 스트리트 폭로 기사가 나오니까 홈즈가 캐리유를 여혐종자로 몰아 붙이는 거 보니 성공한 여자에 대한 질투 운운하던 이 게시판 댓글도 생각나대요. 하지만 홈즈에게 현실성없는 아이디어임을 지적하고 사기꾼임을 꿰뜷어 본 여교수나 내부고발자로 나선 중국계 미국인 직원이 여성임을 보면 여혐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죠


솔직히 디플에서 유일하게 관심있던 드라마라서 이거 보고 나니 별로 볼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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