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자리를 비운 터라 올림픽을 볼 수 없어서 NBC홈페이지에서 피겨 스케이팅 밀린 걸 보고 있습니다.

아이스댄싱 프리 스케이팅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페어를 좋아했는데 아이스댄싱 이 종목도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재밌고 개성있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종목이네요.


인터넷 방송이 좋은 점은,

1. 해설이 별로 없습니다. 중간중간 교감선생님이 지적하듯 짧게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말수가 적어서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옵니다.

2. 화면이 4분할로 되어 있어요. 왼쪽에서 경기를 보여주는 화면 밑으로는 기술점수가 그때그때 상세하게 표시가 되고요, 오른쪽엔 경기장 이면을 보여주는 화면과, 출전선수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재미난(?) 뒷이야기가 간략하게 표시되어서 이것저것 볼만합니다. 


그런데 이 경기장 이면을 보여주는 부분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코치들의 모습도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고 개성적이라서 함께 보니까 꽤 신기하더라고요. 영화 속 캐릭터들 같음.

순위상 1,2,3위인 선수들이 따로 앉아서 쉬는 모습도 재밌습니다.

상위권 선수들이 경기를 마칠 때마다 순위가 바뀌다보니 3위로 앉아 있다가 밀려 나면 주섬주섬 스케이트랑 옷가지를 챙겨 일어나는 것도 흥미롭고,

경기 도중 끔찍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울음을 터트렸던 선수가 들어왔을 때 선수들끼리 포옹해주고 위로해주는 모습은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이탈리아 남자 선수는 바지 단추와 지퍼가 타이트해서 힘들었는지 앉자마자 갑자기 바지를 열어서 보던 제가 순간 당황....ㅋㅋㅋ


그런데 유난히 이 종목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감정이 매우 격한 것 같군요.

서로 얼싸안고 감격해하는 건 기본이고 엎드려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까지....왜 그런 걸까요? ㅎㅎ


민유라 겜린조의 경기를 보고 닭똥같은 눈물을 찔찔 짰더랬습니다.

아리랑이 주는 정서적 울림은 어쩔 수 없네요. 고맙고 감사하고 막 그랬습니다.

겜린의 동작과 손모양에서 한국무용적인 요소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것 같아 감탄했습니다. 저 외국인(?)이 어떻게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역시 서양남자의 감정표현은 동양인에겐 넘사벽일까요...한국 남자가 스케이트를 타면서 저런 표정을 짓고 유연하게 느낌을 표현한다는 건...상상이 잘...음...

상위권 팀들을 보니 확실히 아직까진 기량차이가 나네요. 하지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활약을 하리라 믿습니다.


금메달을 가져간 캐나다팀이야 두말하면 입아프니까....역시 최고였고 좋았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팀은 같은 캐나다출신의 Gilles/Poirier조였습니다. 007음악을 배경으로 턱시도차림의 제임스 본드와 칵테일가운의 본드걸로 분한 팀요.

아주 독창적이고 캐릭터가 분명했고 유머감각까지 갖춘 멋진 공연이었어요. 이렇게 잘하는데....아무 메달도 못 가져가다니...역시 경쟁이 치열하네요.

러시아를 대표해서 나온 Bobrova/Soloviev 팀도 좋았습니다. 여기는 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는데 그야말로 매혹적인 스케이팅...


그런데 말이죠.

전 Shibutani조가 별로입니다. 너무 과대평가받고 점수도 많이 가져갔다고 생각해요.

올림픽 시작 전부터 NBC에서 꽤 밀어주었고, 엄청난 스타인양 경기일정까지 자세하게 챙겨주고, 연습실에서 몸푸는 장면까지 따로 보여줄 정도로 공을 들인지라

그게 오히려 저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킨 것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 이 두 남매를 보면 표정이 하나인 똑같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소름이 끼쳐요.

스케이트를 잘타고, 테크닉도 좋고, 속도도 빠르다는 건 알겠는데...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시부타니조의 스케이팅에서는 전 아무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미대 입시준비를 위해 기계적으로 그려낸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나라를 제치고 이들이 동메달을 가져갔다는 게 제 개인적으론 상당히 못마땅합니다.


다른 미국팀인 Chock/Bates팀은 경기내용은 매우 좋았는데 중간에 결정적으로 넘어지는 실수를...

경기를 마치고 빙판 위에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데 보는 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역시 스포츠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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