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

2018.06.26 06:24

안유미 조회 수:910


 1.이상하게도 새 옷을 입고 나간 날은 꽤나 높은 확률로 비가 와요. 차로 태워다주는 사람이 역앞에 내려 줘서 약간은 비를 맞아야 했죠. 비가 오긴 해도 굳이 뛸 맘이 들지 않아서 그냥 걸어들어왔어요. 새 옷은 한번 입자마자 세탁소 행이 됐어요.


 쳇...내가 술을 샀기 때문에 순두부찌개를 얻어먹어야 했는데 비가 와서 그마저도 공쳤어요. 다음에 불러내서 얻어먹을 거예요. 나는 한 번 사주면 한 번 얻어먹는 건 아주 칼같이 하거든요.



 2.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콰레스마의 아웃프런트슛이 오늘 작렬해 있었군요. 라이브로 봤으면 좋았을걸. 휴...사는 게 지겹네요. 여러분도 사는 게 지겹겠죠. 어쩔 수 없죠. 우리 모두 운이 없어서 태어나 버렸으니까요. 어쨌든 죽지 못하고 그냥 살아야 하니까...운이 없는 70억명의 사람들 중에서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기를 기대해 봐야겠죠.


 왜 운이 좋기를 기대하냐면...노력은 다들 똑같이 하잖아요? 우리 모두 똑같이 죽을 만큼 노력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성공을 결정하는 건 운이예요.



 3.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러겠죠. 꼭 성공을 해야하냐고요. 그야 성공은 중요해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죠.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요. 전에 썼듯이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여행을 떠나려고 해요. 돈이 많이 생기면 많이 생길수록 더 길고 풍요로운 여행 계획을 짜죠.


 한데 그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저렇게 떠나 있는 게 좋으면 영원히 떠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요.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떠나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말이죠.


 그들과 내가 다른 건, 나는 몸이 이곳에서 떠나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아요. 마음이 이곳에서 떠나 있는 걸 중요하게 여기죠. 



 4.휴.



 5.어쨌든 어떤 방식으로 떠나 있길 원하든, 우리는 성공하면 성공한만큼 이곳에서 오래 떠나 있을 수 있단 말이죠. 크게 성공하면 아예 완전히 떠나 버릴 수도 있고요. 


 아마 결혼을 안하는 이유도 그거겠죠. 나는 누군가의 일상이 되는 게 싫거든요. 누군가의 일상에 편입되는 것도 싫고요. 누군가의 일상이 되거나 누군가의 일상에 들어간다면 즐거움만이 있는 게 아니라 갈등도 함께 존재하니까요.



 6.그래도 가끔 누군가의 집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또는 점심-에 밥을 얻어 먹으면 '이게 바로 결혼생활인 걸까!'라는 마음이 들어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는 가정의 밥...가정의 찌개...가정의 밑반찬...레몬 띄운 물...그런 게 차려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요. 그렇게 그걸 먹고 있다보면 기분이 좋으면서 울적하기도 하죠. 기분이 울적한 이유는...결혼을 안 하면 이런 평화로운 식사...풍요로운 일상을 평생 놓치는 건가...싶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혼자 살면 그래요. 가정식을 먹고 싶으면 동네에 백반집을 알아봐야 하고...3시까지만 파는 백반을 먹기 위해 밖에 나가야 하죠. 평화로움이나 시끌벅적함은 없고 건조함이 일상을 지배하죠.



 7.하지만 역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래요. 그런 평화로운 아침은 아마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10%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사람과 사람이 계속 붙어 있으면 결국 갈등투성이가 될 거니까 결혼은 안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기일회란 말이 있죠. 아마 그런 평화로운 아침은 두 사람 사이에 딱 한번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아주 가끔만 있는 아침이니까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서로 밥상머리에서 갈등을 부추키는 말은 하지 않고 보내는 거겠죠.


 푸하하! 하지만 이건 역시 가설이죠. 물리학자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실험을 하듯, 나의 이 가설도 증명하려면 결혼이라는 실험을 해야겠죠. 음. 하지만 그런 실험을 뭐하러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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