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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한 행정학과의 교수님 논문 중에 ‘약자의 설득전략’이라는 제목을 가진 논문이 있다. 이 논문의 제목과 같이 강자가 약자를 설득하는 방식과 약자가 강자를 도리어 설득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강자가 약자를 설득하는 방식은 어렵지 않다. 그 어떤 강압적인 태도도 필요하지 않고, 언성을 높이거나 부딪힘을 유발하지 않아도 된다. 강자들은 그저 그들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교양만을 보이면 된다. ‘이러이러하여 실행하기가 힘들것 같다’거나 ‘이러이러한 상황인데도 실행하지 않을텐가’식의 물음 정도만 던지면 대부분의 약자들은 순응할 수밖에 없다. 철저히 강자 중심으로 이룩된 사회의 언어를 교양 있고 합리적인 의사표현을 거쳐 발화하는 순간, 강자는 더욱 품격 있는 강자가 된다.
그러나 강자의 언어에 반론을 제기하는 약자들은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 그러한 반론의 대부분 근거는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정되지 않는 말들로 취급된다. 약자의 언어를 껴안으며 발전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약자들은 다른 전략을 취한다. 더이상 강자에게 반박하기보다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그러다 다치시면 어떡하려구요.”라는 강자의 언어를 뛰어넘기 위해 장애인 본인은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맹세를 해야 한다. 맹세로도 부족하면, 자신의 신체와 인격을 증명해낼 것들이 필요하다. 의사의 소견서부터 시작하여, 이 동네에 몇 년간 살면서 이웃과 불화가 없었는지, 대외 활동 표창장 등을 한껏 보여주면서 비장애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강자의 언어와 약자의 언어가 다름이 공감되는 글이어서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