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작품이라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7분. 스포일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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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기이한 느낌이 드는 포스터네요.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뭔가 오묘하게 닮은 두 얼굴 때문에...)



 - 도입부 소개를 하기가 힘듭니다. 그냥 수염 덥수룩해서 실제 나이보다 20살씩은 더 들어 보이는 아저씨 둘이 어쩌다 만나고, 한 명의 권유로 다른 한 명이 범죄 조직에 들어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영업 사원님은 언더커버 미션 수행 중인 경찰이었고. 자기가 낚은 그 아저씨에게서 뭔가 알아낼 게 있어 보이는 거죠. 대략 이 정도까지가 넷플릭스의 작품 소개 문구에 적혀 있는 내용이고, 더 이상은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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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바로 이 두 분입니다. 영화의 90% 이상을 요 덥수룩 얼굴과 칙칙한 표정들을 보며 버텨야 하는 영화에요.)



 - 그러니까 이 영화를 가장 재밌게 보는 방법은 아무 것도 모르고 '걍' 보는 겁니다. 이게 바탕으로 삼고 있는 실제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알면 스포일러가 돼요. 그리고 주인공이든 갸가 꼬신 아저씨든 이 사람들의 정체, 하는 일들에 대해 뭐라도 좀 알고 시작하면 그것도 미약하게나마 재미를 덜하게 만듭니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냐면, 영화가 그런 기본 정보들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며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겁나게 불친절해요. 아무 설명 없이 걍 현재 진행형으로 사건과 사건을 툭툭 던져 놓는데. 그래도 계속 보다 보면 조금씩 이 상황들의 의미가 밝혀지긴 하지만 확실한 자초지종이 밝혀지고 정리되는 건 영화 끝나기 30~40분 전입니다. ㅋㅋㅋ 이렇게 '계속 보면서 알아가라!'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는 모르고 보는 게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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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어둡고 갑갑해서 화를 내고 계신 우리 주인공님.)



 - 초반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서 말 했듯이 '얘들은 왜 이러고 있는 건데?'라는 기본적인 정보를 제한해 버리니 뭘 어쩌자는 이야긴지 알 수가 없어서 갑갑하구요. 또 정말 한참 동안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질 않습니다. 칙칙~ 하게 생긴 수염쟁이 아저씨 둘이서 완전 저음의 쉰 목소리로 짧게 짧게 대화 나누면서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 뭔가 전혀 화끈하지 않은 일들을 합니다. 종종 의미를 알기 힘든 나레이션에다가 옛날 프랑스 영화 보는 듯한 점프컷들이 들어가서 사람 당황시키구요. 거기에 덧붙여서 촬영이 완전히 쐐기를 박아요. 어둡습니다. 어두운데 그냥 어두운 게 아니라 인물들 주변 모습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내내 인물들이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느낌으로 찍어 놨어요. 의도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참 갑갑하게 만들면서 스트레스까지 안겨주는 거죠. 아마도 주인공의 심정에 이입 시키려는 게 아니었나 싶고. 또 사건 수사의 갑갑함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려는 것이었을 수도 있구요.

 근데 어쨌거나 겁나게 불친절하고 갑갑하며 느릿느릿합니다. 보다가 중간에 때려 치우는 사람들도 많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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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밝은 야외 장면들은 화면 초점을 이렇게 잡아 버려서 배경이 잘 안 보여요. 밝아도 갑갑!!!!!!!)



 - 그리고 대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감을 잡은 후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황이 너무 이상해요.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장면들이 자꾸 튀어 나오는데 설명은 안 되고. 실화 바탕이라는데 대체 어떤 실화길래? 이딴 게 궁금해서 막 검색이 하고 싶어지구요. ㅋㅋㅋ 그래서 한참 뒤엔 '개연성에 문제가 좀 있구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또 짜게 식죠. 그냥 분위기로 승부하는 아트하우스 갬성 스릴러라고 제 멋대로 판단을 내리고 좀 시큰둥하게 전개를 지켜보게 됩니다만.

 이거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실망 안 하셔도 됩니다. 개연성에 문제 없어요. 이것 또한 '정보 숨기기' 전개의 부산물일 뿐 끝까지 다 보고 나면 다 설명이 됩니다. 실화 바탕이다 보니 대단한 반전 같은 건 없는 이야기...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름 반전이 있어요. 개인적으론 정말 놀랐습니다. 그 반전 자체가 막 대단하다기 보단, 이게 실화라고? 라는 생각이 들어서 놀라왔네요. ㅋㅋㅋ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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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생각 없이 스쳐보낸 이런 장면들도 진상을 다 알고 나서 보면 참 감탄스럽구요.)



 - 암튼 그래서 대략 한 시간 반 정도를 고독하고 갑갑한 예술가의 여정을 따라가는 기분으로, 자잘한 단서들을 열심히 줍줍하며 보다 보면 드디어 광명 세상이 열립니다. 그리고 호주 경찰들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탄하게 되는데, 아마도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그런 부분이 아니었나 싶더라구요. 그 한 시간 반까지의 전개를 위한 노력, 그리고 이후에 보여지는 사건 종결을 위한 노력 모두 다 놀랍고 전혀 기대하지 못한 감동 비슷한 것까지 느껴집니다. 갑자기 호주가 막 좋아지는 느낌이랄까요. ㅋㅋㅋ 암튼 그렇게 충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엔딩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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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샷이 많지 않아요. 넣을 짤이 없어서 들어간 짤이라는 설명 아닌 설명을.)



 - 배우들. 포스터의 두 얼굴을 연기한 두 분의 연기는 모두 좋습니다.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딱 적절하게, 영화의 톤에 맞는 범위 안에서 덤덤하면서도 강렬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줘요. 다만 경찰과 범죄자의 언더커버 우정! 무간도!! 뭐 이런 분위기는 절대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ㅋㅋ 그런 식으로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아니구요. 그런 캐릭터들도 아닙니다. 그래도 범죄자의 집에서 나오는 댄스(?) 장면 하나는 참으로 기괴하고 복잡하게 강한 인상을 남겼구요.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호주의 시골 마을과 사람들. 뭐 이런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이 사는 모습 같은 건 전혀 안 나옵니다만. 그냥 두 주인공의 행색과 말투, 행동거지 같은 게 헐리웃이나 영국, 프랑스산 비슷한 장르물의 인물들과 되게 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게 또 참 영화의 건조하고 삭막한 톤과 잘 맞아요. 자연 풍광은 말 할 것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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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도 참 잘 했지만 그냥 비주얼이 80 정도 하고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영화 안 보셨어도 이 짤로 이해가 되시지 않나요? ㅋㅋㅋ)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본격 고진감래 스릴러라 하겠습니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리니... ㅋㅋㅋㅋ

 도입부부터 중반까지의 과하게 불친절한 전개와 갑갑한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는 많이 갈리겠습니다만. 나름 뚝심 있게 만들어낸 범죄 스릴러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니만큼 희생자 측에 대한 배려도 충분해 보이구요.

 호주 경찰 홍보 영화로 아주 강력하게 작동할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홍보물 같은 건 호주 경찰도 원치 않겠죠. ㅋㅋ

 암튼 절대로 피곤할 땐 보지 마세요. 도입부가 정말 강력한 수면 유도제라서 그냥 지쳐서 감상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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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은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이 영화의 가장 밝고 탁 트인 짤... 입니다만. 역시나 흐려! 안 보여!!! ㅋㅋㅋㅋ)




 + 실제 희생자측 가족들은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걸 되게 싫어했다고 하네요. 성명을 내서 항의도 하고 비난도 했고. 영화 개봉 때도 보러가지 말라는 캠페인 같은 것도 했다고. 본문에 적었듯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나름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분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가구요.



 ++ 너무 갑갑해서 스포일러 버전을 따로 적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대체 이 놈이 뭔 소릴 하는 거야? 싶은 분들은 나중에 그 버전을 읽어보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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