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니난

2012.04.21 10:42

렌즈맨 조회 수:1616

벚꽃이 가득 핀 나무 주변에서 종일 진을 치고 노는 새들을 보며 과연 저 새들도 인간처럼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항상 이들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 자체의 모양이 본질적으로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것을 좋게 느끼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꽃이 지네처럼 생기고 지네가 꽃처럼 생겼다면 인간은 지네 같은 모양을 아름답게 여기고 꽃 같은 모양을 혐오했을 것이다. 으레 꽃이 있는 곳에서는 먹을 것을 얻기가 수월하다는 것이 새에게도 마찬가지인 점을 본다면 똑같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선택 압력을 받아왔을 때 새들 또한  꽃이 만발해 있는 풍경에 긍정적으로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볼 때 새와 인간의 꽃구경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벚꽃잎이 떨어진 뒤 남는 부분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꽃자루가 선명한 녹색으로 남아있는 것과 붉으족족한 색으로 변해있는 것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는 수정에 성공한 것이고 후자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꽃자루가 파란 것을 따서 빨갛게 된 꽃받침을 떼어내보면 그 안에 벌써 초록색의 어린 버찌 열매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꽃자루가 빨간 것들은 속에 버찌가 들어있기는 커녕 꽃받침과 꽃자루가 잘 분리되지도 않는다. 으레 이 수정에 실패한 것들은 가지에서 별 힘 들이지 않고 쉽게 딸 수 있는데 이는 나무가 자기 몸으로부터 패배자들을 떨어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바람이라도 하루 세게 몰아치고 나면 길바닥에 보기 싫게 우수수 떨어져 있는 것들이 바로 이 녀석들이다. 꼴사납게 붙어있느니 빨리 거름이나 되라는 것이다. 물론 열매를 맺었다고 해도 그 중에 알맞은 곳에 떨어져서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기까지 가는 것은 매우 극소수일 것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벚나무는 한톨의 꽃가루가 암술 위에 떨어진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벚나무는 꽃 뿐 아니라 단풍도 훌륭하지만 그 사실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벚나무는 오른손잡이 나선의 형태를 가진 식물로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의 밑둥을 보면 이를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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