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작입니다. 내후년이면 30살이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 있어요. 근데 어차피 뻔해서 알고 봐도 별 상관 없으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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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좀 민망해서 이런 짤로 골라 봤습니다. ㅋㅋ 녹색극장, 씨네마타운 그립읍니다.)



 - 심혜진은 잘 나가는 인테리어 회사 대빵이구요. 남편 이경영은 인기 많은 젊은 교수님이십니다. 아주 그냥 서로 사랑하고 깨가 쏟아져요. 다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건 원하는 2세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거? 일과 중에 둘이 시간 맞춰 집에서 만나 2세 생산 활동도 시도해 보지만 결과는 별로.

 그러다 대학 동창회에 나간 심혜진이 그 곳에 얼음 조각 해주러 온 고등학교 동창 진희경을 마주칩니다. 나름 고딩 땐 친했는지 앗! 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커리어랄만한 것 하나 만들지 못하고 나이만 먹은 진희경이 자격지심으로 급발진하여 심혜진을 다다다 쪼고. 심혜진 역시 그걸 듣자마자 맞불 급발진으로 다다다 쪼아 버려서 만나자마자 관계는 파멸합니다.

 그런데 (대충 생략해서) 어찌저찌하다 보니 심혜진은 진희경을 자기 회사에 취업 시키게 되고 관계도 좋아집니다만. 일전의 원한을 잊지 않은 진희경은 이경영에게 들이대며 위험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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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0p의 깔끔한 화질과 화사한 색감!!)



 - 일단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뭐지 이 화질은!!!?

 확인해보니 2019년쯤에 1080p 화질로 리마스터를 하고 음질도 개선을 했더라구요. 어디에서 누가 작업했는지 상당히 잘 했습니다. 덕택에 옛날 낡은 영화 본다는 느낌 별로 없이 잘 봤어요. 이보다 훨씬 큰 성공작이었던 '은행나무 침대'는 왜 아직도 그 모양 그 꼴인지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이렇게 잘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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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세련된 도시 녀성 역할이란 역할은 다 쓸어 담았던 우리의 무비 스타 심혜진님)



 - 근데 그 정돈 아니었어도 이 영화 역시 상당히 잘 된 작품이었죠. 흥행도 잘 되고 화제도 많이 끌었구요. 그리고 지금와서 '옛날 영화니까!' 하고 관대 필터를 끼고 본 결과 그럴만 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행나무 침대'와 마찬가지로, 걍 요즘 기준으로 보면 구린 데가 많이 눈에 띄어도 그 시절 기준 상당히 세련되기도 하고, 또 나름 파격적인 구석이 많은 영화였어요... 하지만 마구 칭찬하기도 좀 그래서 일단 안 좋은 얘기부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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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도전하는 모델 출신 신예(급) 배우 진희경씨. 모델 경력 덕인지 표정 연기들은 참 좋습니다. 표정 연기들은...)



 - 대사가 쩝니다. 1995년이면 거의 빼도 박도 못할 한국 영화계의 '방화' 시절이잖아요. 저엉말 어색한 문어체 방화 대사들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져요. 그리고 이건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애초에 대사가 어색하고 구리며 비현실적인데 그걸 연기로 살리는 것도 한계가 있죠. 근데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이 나쁜 배우들이 아니잖아요? 진희경이야 신인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이경영 심혜진인데요. 그래서 대사가 없을 때의 연기들은 괜찮습니다. ㅋㅋ 그런데 입만 열면... 대화가 길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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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요 더러운 부르주아지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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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프롤레타리아 전사가 뿌셔뿌셔! 하는 내용입니다만. 짤에는 부르주아지가 잡혔군요;)


 꽤 괜찮은 벽돌들을 잔뜩 갖고서 연결을 대충 합니다. 도입부 요약에서 적었던 저 장면이 대표적이에요. 이 영화에서 심혜진과 진희경 갈등의 근본 원인은 계급 갈등입니다. 3루 위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알고 의기양양해서 사는, 그러면서 마이너리그에서 자기 힘으로 빡세게 구르고 있는 자길 개무시하는 심혜진에 대한 분노와 질투로 폭주하는 게 진희경 캐릭터거든요. 근데 그 갈등을 너무 대충 그려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하하 호호 웃으며 대화 나누던 도중에 난데 없이 한 놈이 미친 놈처럼 급발진해버리는 식. 그 후로도 쭉 그런 식입니다. 무슨 스토리 다이제스트 보는 기분이랄까요. 덩어리들이 툭툭 던져지는 가운데 '연결은 니 머릿 속에서'라는 식이라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부분의 전개도 좀 그랬어요. 여자들 문제의 모든 것이 임신과 출산으로 귀결되는 식이라서. 뭐 시대를 감안하면 이해할만한 부분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보기엔 많이 구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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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를 이렇게 쥐어 패는, 그것도 정확하게 조준해서 폭행하는 장면은 요즘도 많이 센 편인데요...;)



 - 괜찮았던 부분이라면 일단 기본적인 만듦새가 좋습니다. 김성홍이 이 때까지 필모그래피가 대단하진 않았어도 그래도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뭐가 막 튀고 부자연스럽고 그런 건 별로 없더군요. 또 전반적으로 장면들도 안정적으로, 세련되고 예쁘게 잘 뽑아 놨어요.


 그리고 캐릭터들이 나름 재밌어요. 

 일단 심혜진의 캐릭터가 괜찮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양반이 그렇게 순결하고 무고한 피해자가 아니에요. 너무 과한 일을 당하는 건 맞지만 또 확실하게 얄미운, 그러면서 본인은 그런 걸 인식 못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그게 꽤 설득력도 있었고. 또 당시 한국 장르물에서 이렇게 피해자를 나름 입체적으로 그렸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느낌이 있었네요. 

 또 이경영도 마찬가집니다.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자유롭고 당당한 성을 설파하던 양반이 진희경에게 그렇게 당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살짝 사악한 재미 같은 게 느껴지고 그랬습니다. 그 후의 대처가 철저하게 구닥다리 티비 통속극 사고 방식이었다는 것도 웃겼구요. 

 마지막으로 진희경의 캐릭터는 뭐랄까... 예쁩니다? ㅋㅋㅋ 화질 때문인지 뭔지 '은행나무 침대'의 미단 보다 훨씬 예쁘고 멋지게 나와요. 안타깝게도 '나는 사이코 스릴러의 빌런이다!!!' 라는 식으로 빚어진 캐릭터라 그다지 재미는 없었습니다만. 그냥 진희경의 매력으로 극복!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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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미워도 결국엔 도시 여자!!)



 - 이야기 자체는 좀 싱겁고 허술합니다. 당연히 요즘 기준으로요. '위험한 정사'에다가 '위험한 독신녀'(왜 자꾸 위험해;)를 엮은 다음에 계급 갈등 이야기를 뿌리고 한국적인 방식(아기 타령;)으로 마무리하는 식인데요. 역시 부분부분들은 썩 괜찮은 게 많았지만 뭔가 '자자~ 다음 위기 상황으로 갑시다~' 라는 식으로 걍 슥슥 넘어가 버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나름 괜찮았네요. 임신 했던 아기를 낙태 당하고(?) 문자 그대로 미친 자가 되어서 심혜진에게 울분을 토하고 뽜이야!! 하면서 마무리가 되는데. 의외로 그 끈적끈적한 K-신파의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진희경 캐릭터의 딱한 면모도 적당히 보여줬구요. 심혜진, 이경영 부부가 애초부터 그렇게 결백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극중 설정에 충실한 괜찮은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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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진희경씨에겐 미단보단 이 캐릭터가 훨씬 폼 나고 잘 어울린단 느낌이었습니다.)



 - 사실 이 김성홍이란 분을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투캅스'의 각본을 썼고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와 '마누라 죽이기'의 원안을 제공했습니다. 이 '손톱'과 '올가미', '신장개업'을 감독했죠. 이 정도면 한국 영화가 그리 잘 나가지 못 하던 시절에 주로 활동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괜찮은 경력이긴 한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중 대부분이 표절 내지는 좀 과한 레퍼런스 사용을 지적 받았던 작품들이죠. 그러니까 그 작품들이 표절이었든 아니었든 최소한 서양 유명 장르 영화의 흉내로 승부했던 양반이었던 셈이고. 요 '손톱'도 예외가 아니구요. 분명 그 시절 한국 장르물치곤 상당히 매끈하고 재미지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칭찬해주기는 망설여진다는 거죠. ㅋㅋ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해서도 뭐라 말하기가 좀 애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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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분장 참 실감나게 했네... 했는데 이 장면 찍다가 실제로 발을 다쳤다고;)



 - 하지만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게 있겠습니까.

 그냥 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당연히 그 시절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즐겼을 때 얘기구요.

 여자 둘의 관계를 좀 더 디테일하게 파서 그걸 좀 자연스럽게 전달해냈다면 상당한 수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계속되던 급발진 전개들을 생각해보면 거기까진 애초에 무리였을 것 같구요. ㅋㅋ 그냥 온통 레퍼런스들이 춤을 추던 그 시절 '헐리웃 워너비' 영화들 중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상위권에 들만한 영화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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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끝까지 표정 연기는 좋습니다. 표정 연기는!! ㅋㅋㅋ)



 + 그러니까 '은행나무 침대'가 나오기 딱 1년 전의 영화입니다. 심혜진, 진희경 둘이 다 나온 게 좀 재밌는데. 진희경의 캐릭터는 극과 극인데 반해 심혜진의 캐릭터는 참으로 일관되죠. 잘 나가는 도시의 커리어 우먼!! 그게 심혜진의 정체성이자 스타성이었으니까요.

 아. 그리고 진희경의 연기는 당연히(?) 별로입니다만. 신기하게도 대사가 없을 때의 표정 연기들은 되게 괜찮아요. 예뻐서 괜찮은 게 아니라 정말로 괜찮습니다. ㅋㅋ 원래부터 연기 센스는 있는 분이었나봐요.



 ++ 심혜진 부부네가 설정부터 잘 사는 부부로 되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둘의 호사스런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IMF 전의 한국 사회' 생각이 나더군요.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이 세상을 지배하던 참으로 꿈결 같은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 현실이 괜찮았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앞으로는 계속해서 더 나아질 거야' 라는 믿음을 참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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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뒤면 이런 거 다 일장춘몽...)



 +++ 사실 전 이 감독의 사실상 대표작인 '올가미'도 안 봤어요. 근데 스트리밍으론 볼 수 있는 곳이 없네요? ㅠㅜ 1,540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면 네이버에서 볼 수 있긴 합니다만. ㅋㅋ 꿩 대신 닭이라고 넷플릭스에서 '블러드라인(허쉬)'이라도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ㅋㅋ 평은 되게 안 좋은 것 같지만 그래도 기네스 펠트로우랑 제시카 랭인데...



 ++++ 그러니까 분명 '에로틱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인 것인데요. 그렇게 생각할만한 장면은 딱 두 번, 진희경이 이경영을 기습하는(...) 장면과 클라이막스 직전에 또 둘이서 실갱이 벌이는 장면 정도입니다만. 상황상 두 장면 모두 전혀 '에로틱'하지 않습니다. 진희경의 신체 노출 장면이 진짜 짧게 한 번 슥 지나가긴 하는데, 장면 분위기가 그럴 거면 그냥 불필요한 노출 같아서 그 시절 충무로 분위기 생각에 좀 불편하단 생각만. '은행나무 침대'의 성폭행 장면도 생각났구요.



 +++++ 박해미가 심혜진의 고객님 역할로 짧게 등장합니다. 근데 그 시절 메이크업 탓에 '하이킥' 나올 때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더군요. ㅋㅋ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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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네요. 정성모요. 물론 이 분이야 지금도 열심히 활동 중이지만 제가 '펜트하우스'도 한 회도 안 보고 사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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