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구요. 50분짜리 에피소드 두 개로 된 다큐멘터리입니다.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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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정직한 포스터입니다. 전혀 호감 가는 사진이 아니잖아요?)



 - 글 제목 그대로, 눈 뜨고 있는 시간 내내 집안에 울려퍼지는 종편 ASMR을 견뎌내는 데 한계를 느끼고 '얼른 뭐라도 틀어 버려야 해!!!'라는 맘에 아마존을 켰다가 멀쩡히 보고 싶다고 찜 해뒀던 영화들을 제껴 놓고 재생 버튼을 눌러 버린 작품입니다. 이유는 없어요. 그냥 급했습니다. 다큐멘터리인 줄도 모르고 틀었다가 오프닝에 뜨는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 하는 자막을 보고 좀 후회했으나 다시 다른 걸 고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그냥 봤죠. 그랬는데... 대충 내용은 이래요.


 1992년에 영국 리즈('리즈 시절'의 그 리즈 맞습니다 ㅋㅋ)의 변두리 마을에서 남편, 아들 둘과 함께 살던 여성이 실종됩니다.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한 남편의 말로는 자기랑 말싸움을 좀 심하게 하고 새벽 두 시에 차를 타고 나가 버렸다네요. 경찰이 열심히 수색을 해 본다고 나올 리가 없겠고. 아무리 기다려봐야 연락이 올 리도 없겠고.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하나 둘 남편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정황들이 떠오르며 결국 경찰이 체포에 나섭니다만. 정황 증거 외엔 아무런 확증이 없었기에 남편은 묵비권! 하나로 간단히 풀려나죠. 하지만 사건이 이걸로 끝이었다면 30년이 흐른 후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을 리가요. 이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이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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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된 여성 '퍼트리샤 홀'. 지금까지도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 일단 오프닝이 좀 신기했습니다. 말 그대로 오프닝이니 스포일러는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적자면, 이게 다큐멘터리인데 남편이 자기 집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엔딩을 처음부터 보여주며 시작하는 다큐멘터리인 셈이죠. 생각해보면 특이할 건 없습니다. 이게 당시에 영국에서 아주 유명했던 사건이라고 하더라구요. 어차피 다들 아는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서 보여주는 거니 굳이 결말을 숨길 필요가 없었던 건데... 요즘 같은 시절에 글로벌 OTT에 납품할 작품 만들려면 조금 더 신경을 써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ㅋㅋ


 그래도 나쁠 건 없습니다. 결말이 다 까발려졌다 해도 영화의 방향은 아직 모르니까요. 이 남편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서 개고생하다 광명 찾은 사람일 수도 있구요. 아니면 정말 사악하게 사법 체계를 다 피해가서 살아남은 후 뻔뻔하게 다큐멘터리까지 출연해서 돈 벌고 있는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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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이야 제작진도 알 리가 없는 가운데 어쨌든 영화 속 포지션은 선이 될 것인가 악이 될 것인가!!?)



 - 초장부터 되게 태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것도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야기 하자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남편이 범인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역 재연 장면들이나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계속 이 남편을 머리 좋고 과시욕 쩌는 사이코패스로 몰고 가구요. 남편의 인터뷰 내용들도 가만 보면 좀 사악해 보일 방향으로 편집되어 있어요.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고 저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의 앞뒤에 재연 장면들을 적절하게(?) 넣어서 '보아라 이 파렴치한을!' 이라는 뉘앙스를 꾸준히 주는 거죠.


 이쯤되면 만든 사람들의 윤리 의식을 의심할만도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더 두고 봐야지요. 정말 누가 봐도 남편이 범인인 게 맞는데, 유죄 받아 마땅한데 사법 체계가 잘못됐든 뭐 다른 무슨 문제가 있든 해서 이렇게 된 일이라면 이렇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꾹 참고 끝까지 봤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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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듯한 재연 장면들... 은 검색해봐도 짤이 이것 하나 밖에 안 나오네요;)



 -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자면.

 이 다큐에서 보여준 내용들로만 판단한다면 남편은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럴싸한 정황 증거들이 여럿 있고 남편이 범인이라고 보는 게 가장 이치에 맞아요. 그리고 후반에 가면 아주 드라마틱하면서도 크리티컬한 증거 하나가 두둥! 하고 공개되거든요. 이 증거는 사건이 한창 화제였던 30년 전에 이미 영국 대중들에게 다 공개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까지 감안하면 저 같아도 남편이 범인 맞다고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요.


 그 모든 것들을 감안했을 때 결국 이 남자가 유죄 판결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남자가 교활하고 치밀하고 뭐 그랬던 게 아니에요. 그냥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거죠. 그리고 마지막에 빠방! 하고 터지는 그 크리티컬한 증거란 게 결국 힘을 못 쓰고 사라진 것도 결국 경찰 탓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남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건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 누군가 욕을 먹어야 한다면 그 첫 번째는 경찰이 되어야 하는 건데, 영화는 자꾸만 그 경찰들의 노력과 열정과 분노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뭔가 기분이 애매... 하더라구요.



 (원래 짤이 하나 더 있었으나 생각해보니 스포일러 같아서 그냥 지웠습니다. ㅋㅋㅋ)



 - '블랙 미러'의 최신 시즌에서 넷플릭스에서 유행하는 자극적인 소재의 다큐멘터리들을 비꼬는 이야기가 있었죠. 이 시리즈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났습니다. 편집, 음악, 재연 모든 것들이 참 매끈하고 보기 좋은데요, 그게 계속해서 '자극'을 주는 방향으로 대놓고 설계가 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좀 불편했습니다. 아 내가 그 유명한 불량 식품을 섭취하고 있구나... 라는 기분? ㅋㅋㅋ 이러실 거면 아예 '실화 소재 드라마'로 만들지 그러셨어요?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연 장면의 비중도 크고 또 그 재연 장면들이 넘나 의도가 노골적이에요. 뭐 그 정도로 영국 사람들이 남편의 유죄를 확신하니까 이랬겠지... 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 사건을 잘 모르는 저 같은 관객 입장에선 그래도 여전히, 찜찜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안 추천. 뭐 그런 결론이네요.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실제 사건이니 이런 말도 웃기지만 어쨌든.


 실종된 여성은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게 점점 심화되면서 가정 불화도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사건 발생 1주일 전엔 동생에게 남편이 자기 목을 졸랐다는 얘기도 털어 놓았다네요. 그리고 실종 당일날 이웃들의 증언으로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크게 싸웠다'는 얘기가 있었고. 아내가 타고 사라졌다던 차가 새벽 두 시쯤에 아주 수상한 위치에 섰고, 멀어서 흐릿한 사람 그림자가 내려서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들고 수상한 곳을 향해 갔다가 돌아왔더라... 는 목격담도 있었구요.


 근데 그냥 이런 얘기들만 갖고 남편을 체포하니 뭐가 되겠습니까? 게다가 남편은 경찰들 예상대로(ㅋㅋ) 국선 변호인을 부르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비싼 변호사를 불렀대요. 그래서 묵비권 어드바이스 받고 간단히 풀려나지만, 이후로 마을 사람들에게 아내 죽인 놈 취급 받게 되어서 고립되어 살게 됩니다.


 그러다 사건 발생 6개월 후. 남편은 이 삶이 너무 외롭단 생각에 일간지에 실린 데이트 상대 찾는 글들을 뒤져서 그 중 몇 군데에 편지를 보냈다네요.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그 편지를 들고 경찰서에 찾아가서 '아 이것 좀 보셈!' 하는 바람에 일이 괴상해집니다. 남편이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던 형사들이 이걸 이용해서 함정 수사를 할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여경 한 명을 선발해서 편지 받은 여성처럼 꾸미고는 남편과 데이트를 시켜요. 한 두 번도 아니고 몇 달은 시킨 듯 한데. 고독했던 남자는 금방 사랑에 빠지지만 그 와중에도 단서가 될만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근데 당연한 거 아닙니까... 영화에선 이걸 되게 교활한 행동으로 묘사하는데요. ㅋㅋ) 그래서 이제 슬슬 포기할 때도 되었다 싶었는데. 그냥 끝내긴 아쉽고 하니 마지막으로 세게 한 번 미끼를 던져 보죠. 나 너랑 더 못 만나겠다. 너랑 연애하고 같이 살다가 갑자기 실종된 니 마누라 돌아오면 어쩌냐. 니 마누라 정말 안 돌아오냐. 어떻게 확신하냐. 이유가 뭐냐. 이렇게 말다툼을 걸구요. 결국 두 시간에 달하는 말싸움 끝에... "내가 아내의 목을 졸랐다. 생각보다 엄청 힘들었다." 라는 발언을 녹취하는 데 성공해요. 그래서 아싸! 하고 바로 재판에 거는데...


 대충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ㅋㅋ 남자측의 변호사가 이것은 전형적인 함정 수사이며,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으로 이 남자로 하여금 아무 말이나 자기가 원하는대로 내뱉도록 유도한 거다. 이딴 걸 증거로 쓰는 건 영국의 법제도를 무시하는 처사이니 절대 용납 못한다. 라고 주장하고요. 재판정은 그걸 받아들이고요. 결국 그 녹취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배심원단에게 전달되지 않고요. 남자는 모든 혐의 무죄로 풀려납니다.


 웃기는 건 재판이 끝났으니 이젠 상관 없다고, 그 후에 이 녹취가 방송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가 된 거죠. 그래서 국민들은 모두 남자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남자는 전국민의 왕따가 되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오해를 풀어보겠다며 자기 변호사와 함께 생방송 토크쇼에까지 출연해서 주목을 끌고 그래요. 그리고 이후는 뭐... 다큐 처음에 보여준 바와 같습니다. 남자는 그냥 실업자 상태로 연금 받으며 자식들 키우며 살았다고 하구요. 피해자의 시신은 찾지 못했고, 유족들은 아직도 범인은 그 남자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한탄하며 살고 있습니다.


 본문에도 적은 얘기지만... 그렇지 않습니까? 정말 이 남자가 범인이라고 해도 (솔직히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결국 이 모든 소동과 난리와 멸망적 결과 앞에서 경찰은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저런 식으로 얻어낸 저 정도의 발언을 갖고 확신에 차서 재판을 건 것도 이해가 안 가구요. 하지만 다큐에서 경찰들은 되게 억울한 상황을 당한, 열정적이고 유능한 사람들처럼 묘사된단 말이죠.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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