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남들은 어떤가 궁금해서요. 종친회, 문중이라 하면... 보통 성씨와 본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죠. 가끔 큰 문중에서는 문중 명의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문중에서 문중 재산을 처분하고서 그걸 나누는 과정에서 분쟁이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딸에게는 안주는게 전통이었는데 그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깨버려서 이른바 '딸들의 반란'이라고 명명되기도 했고요.

 

하여간, 세대가 넘어가면서 이 종친, 문중 개념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제 경우를 보자면, 아버지 세대까지는 종친회에 꽤 열심히 나가셨습니다. 가끔 모여서 식사도 하고, 유원지에 모여 놀기도 하고, 아예 버스를 대절해서 시조 묘소에 다녀오기도 하셨고요. 어릴 때 가끔 따라가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좀 멀어졌습니다. 이런 모임에 가보면... 아무래도 어르신들 잔치에요. 옛날 얘기 하시고, 요즘 근황도 나누시지만, 저만 해도 그렇고, 다른 집에서 따라온(혹은 끌려온) 제 나이 또래들을 봐도 시큰둥합니다. 저도 가면 평소에 그나마 명절에 보던 가까운 친인척하고만 어울려 놀다 들어오지 다른 사람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아요. 저 친구와 제가 동성동본이라고 해서 '와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의무감 자체가 아예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종친회는 점점 노인정이 되어가고, 어르신들은 '우리 집안'을 강조하며 아무래도 이런 모임이 대물림 되길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별 가망 없어요. 저는 물론이고 친척 형들을 봐도 그 자리에 영 흥미를 못느낍니다. 친척이라는 의미가 예전에 비해 워낙 퇴색되기도 했고, 친척도 자주 봐야 친척이지 한 6촌 넘어가면 그냥 웬만한 친구보다 어색한걸요. 아마 형들이 이런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명절에만 보던 사람들을 좀 더 자주, 분기에 한번씩 밥이라도 먹자 이 정도 수준이지 아버지 세대처럼 종친회 전체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것 같진 않아요. 거기에 아내와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오라고 하면 질색하죠. 옛날과는 달리 아내들도 "나도 이제부터 이 집안 사람"이라고 생각하질 않으니까요.

 

일단 당장 제 문제로 보자면, 이런 종친회가 저같은 젊은이들이 멀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멸될지,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남을지도 궁금하고... 당장의 현안은 아버지와 언제 한 번 크게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너도 매번 종친회에 나와서 사람들도 알고 지내고, 총무도 맡고 그래라." 하시면.. 싫거든요. ㅡㅡ; 그렇다고 그런거 안나간다고 하면 "넌 이 집안 사람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근본없고 못나가는 놈들이나 이런거 옛날 문화 취급하지, 잘 나가는 사람들 봐라. 집안 얼마나 챙기는지."까지. 별 논리성은 없지만 무작정 들이받기도 힘든 레파토리들이...

 

우리집 젊은이들이 유난히 근본없어서 이런걸까 싶기도 하고... 혹시 재산이 수십억 되는 문중은 문중원들이 나중에 그 재산 분배받기 위해서라도 문중에 충성을 다하는지도 궁금하고..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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