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핸드폰> 봤네요, 감상과 질문

2010.08.12 13:52

DH 조회 수:1722

요즘 케이블에서 자주 하더군요. 반드시 핸드폰을 되찾아야 하는 엄태웅이 박용우한테 휘둘리는 부분, 그럴 필요가 없어진 엄태웅이 박용우를 역습하는 부분까지는 꽤 재미있게 봤는데, 박용우가 마지막 복수에 나서면서는 좀 힘이 빠지더군요. 안그래도 이거 어떻게 결론내려고 하나 궁금했는데, 무난한 결론같긴 하지만 긴장풀리고 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듯 해요.

 

그닥 대단한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닌지라 스포일러는 없을 것 같지만, 하여간 영화내용과 결말을 포함하는 짧은 감상과 질문입니다.

 

 

- 엄태웅은 자신이 통화하는 사람이 '정주임' 이라는 걸 알아내고서는 추정되는 지역의 전화번호부를 가져와 추정되는 업종의 모든 업소에 전화를 걸어 "정주임님 계십니까?" 라고 찾는데, 정말 그렇게 찾아낸다면 근성가이 인증ㅎㅎ. 젤 웃겼던 건 "정주임님 계십니까?" 해서 누가 받았는데 "네. 제가 정주임 대리입니다." 했던 장면ㅎㅎ.

 

- 근데 그렇게 시행착오법을 반복하던 엄태웅이 어느 순간 갑자가 이마트 전화번호를 찾던데, 그 개연성이 잘 이해가 안되는데 왜 그러는 건가요? 혹시 청소기 할아버지 때문에? 청소기라면 마트에서 샀을거라는 추리로?

 

- 원래 서비스 직무에 종사하는 분들, 콜센터 직원이나 고객상담센터 직원에게 최대한 예의바르게 대하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보고나니 그래도 뜨끔하더군요. 기업들이 모든 고객을 똑같이 대하는 게 아니라 요구사항 많은 고객을 우대하는 정책을 쓰다보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뭔가 손해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요. 신용카드 업종이나 초고속 인터넷 업종에서는 정말 주는 서비스만 받고 조용히 잘 쓰는 사람이 현명하지 못한 소비자 취급을 받을 정도니까요.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사장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잘 쓰고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라"는 개념있는 지시를 내려서... 직원들 일이 늘었었던 기억이 ㅠㅠ

 

- 전에 무슨 시사프로그램 보니 정말 콜센터 직원들 고생 많더군요. 별 같잖은 것들이 전화해서 온갖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데도 끝까지 "죄송합니다 고객님"만 반복해야하고, 울컥해서 대들기라도 하면 기업측은 진상부린 고객을 탓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참지 않은 상담원을 탓하고. 정말 흔해빠진 기업의 슬로건처럼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한다면 그렇게 못하죠. 자기 딸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들어도 손님 떨어질까봐 딸 탓할까요?

 

- 누가 만든 말인진 모르겠지만 "손님은 왕이다" 뭐 이런 말들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버릇을 버려놨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방이 존중하는 것도 자신이 아니라 자기 지갑 속에 든 돈에 불과한데 돈자랑해서 대접받는게 그리도 좋을까요. 생각같아서는 못된 판매자들을 소비자들이 응징하듯, 못된 소비자들도 판매자들의 연합전선 하에 좀 당해봐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러나, 첫 통화에서 엄태웅이 막나가긴 했지만, 결국 자기가 당한거 똑같이 분풀이하고 있는 박용우도 사실 별로 공감가진 않더군요.

 

- 근데 막판에 엄태웅은 왜 그리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무리 폭발사고가 났어도 부검해보면 박용우의 사인은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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