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세계관에 끄덕끄덕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을 거라면 안전하게라도 지켜줘 와 같은.

 

불과 일년전이라면 영화 속에 난무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며 유색인종에게 신문명을 전파하는 백인과 같은 태도며 여자와 아이를 수호하는 히어로,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 등을 견디지 못하고 조용히 stop 버튼을 눌렀을 거에요.  듀나님 리뷰대로 타오를 괴롭히는 패거리 들도 타오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오히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지 몰라요. 아니 거의 확실하지요. 감독은 그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은 1g도 영화에 담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은 온전히 관객에게 남네요. 그런데도 이 자체만으로 괜찮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만듦새도 좋고 결말도 큰 울림을 줘요.  미국 내의 유색 인종들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다른 감독이 충실히 다루고 있을테니 됐다, 이렇게 생각해 버리고 말았어요.  피식피식 웃게 되는 장면도 많은데 아마 제가 웃기려고 드는 장면보다는 짧게 치고 산뜻하게 넘어가는 유머를 좋아해서 그럴거에요. 많이 웃으면서 봤어요.

 

이 감독님의 영화는 언제나 음악이 좋네요. 튀지 않고 잔잔하게 화면에 스며 들어요. 타오가 그랜토리노를 운전하고 가는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스트우드 옹과 누군가의 목소리네요. 누군지 찾아봐야겠어요.

 

전 유언장에서 수와 타오에게 공동으로 그랜토리노를 소유하게 할 줄 알았어요. 이스트우드가 자기네들 세계와 섞이도록 손을 내밀고 유쾌한 호스트 역할을 하고 친구가 되려고 한 것은 영리하고 귀여운 이 소녀의 노력이었는데요. 사실 이 소녀 역의 배우가 너무 예뻐서 둘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유사 연애 이야기거나요. 뭐 사실 타오에게 '친구'라고 부르며 차를 준 것도 이 주인공스럽지 않아요. 그동안 살아온 성격과 안 어울리죠. 실제로는 어리버리하고 유약한 후임병을 훈련시키는 느낌이었는데요.


수 역의 배우는 산다라 박과 설리 사이에 자매 쯤으로 생겼어요. 그들이 춤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해서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지적인 인상을 풍긴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게 야무지고 귀엽게 생겼어요. 이 인물을 주목하고 봐서 그런지 폭행당하고 눈썹이 하얗게 밀린 채로 돌아오는 신에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나저나 수와 타오의 할머니는 왜 그렇게 이스트우드 옹을 진저리나게 싫어했을까요? 그래도 데이지에게는 저와 비슷한 노인 친구가 생겨서 참 다행이네요. 개 연기도 좋았어요. 참 예쁘고.

 

저와 '바람난 가족'을 보러갔다가 '넌 왜 이런 영화를 보니' 하고 진지하게 물은 성실하고 착하고 온건한 좋은 녀석이 있습니다. 참 좋은 녀석인데 센 영화에 너무 약해요. 그 친구에게 자신있게 추천해 줄 영화가 생겨 좋습니다.

 

중간에 살짝 나오는 옹의 수트 간지에 눈이 휙 돌아갔습니다. 비교 불가지만 왠지 주책맞게 늙어 서글픈 느낌이 드는 뽀글머리 신성일 옹에 비하면 정말 잘 나이 먹었어요. 여전히 남자 느낌이 나요. 실제로도 여자와 아이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유머를 구사하는 할아버지일 듯.

-이스트우드가 실제로 미국 내 총기 소지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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