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몇몇 인터넷 사용자들의 호들갑에 비해

이 영화의 '고어 지수'는 평이한 편입니다.

"한국영화에서 재현된 고어 씬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라는 평도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미 박찬욱의 복수 3부작과 추격자가 한바탕 훝고 지나간

한국 영화판에서 '퍼스트 콘택트'의 충격을 기대하기도 힘든

고어 영화로써 체면치레하는 정도의 수준이더군요.

 

주인공 수현은 약혼녀를 살해한 연쇄살인마이자 사이코패스인 장경철이란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국정원 정예 요원인 그는 신체적으로 또 지능적으로

이 악마보다 몇 수위에 있다고 자부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악마를 상대합니다.  하지만 악마가 되어 악마를 처단하겠다는 수현의 굳은 결심과

는 달리 그는 끝까지 '진짜' 악마가 되지 못하고 상황은 점점 통제불능

으로 치닫습니다.

 

수현이 진짜 악마가 되지 못한것은 바로 '동기'와 '감정'에 있습니다.  진짜 악마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엔 어떠한 동기도 감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현은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분명한 동기가 있고 그것은 인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복수하고 싶다,

내 약혼자가 느낀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모두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일 뿐이죠.

악마를 악마가 되어 상대하지 못하고 인간적인 감정의 기반 위에서 상대한 탓에 수현은 계속해서

헛점을 드러내고 타고난 악마인 장경철에게 이리저리 휘둘려가게 되죠.

마지막 신에 이르러서야 수현은 자신의 이런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난 악마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장 인간적인 방법(하지만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으로 마지막 복수를 마무리합니다.

결국 수현은 진짜 악마가 되기보다는 인간으로 남는 쪽을 택한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남은 댓가로 수현이

얻은 것은 악마가 되어 얻을 수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요.

 

감독은 사실 영화에서 얼핏 떠올릴 수 있는 공적 정의의 무기력함이나 사적 처벌의 당위, 혹은 사회적 상황 등에는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영화속에서 피해자가 되는 여성들도 '살인의 추억'처럼 어떤 사회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단지 공포물의 '피해자'로 소비되는 경향이 큽니다.  대신 감정없는 자와 감정을 가진 자, 이 두 남자의 대결을

흥미롭게 그려 냈습니다.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고어물로서의 아이디어나 한 방도 약하고 스릴러 장르의 측면에서 볼 때도 각본상의 수많은 헛점으로 인해 몇몇 장면에서

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흥이 떨어집니다. 감정적 울림과 충격은 대부분 이미 추격자와  박찬욱의 복수 연작에서 느꼈던 것들입니다.

이쯤 되면 김지운 감독의 속내가 궁금해집니다. 왜 그는 조금 더 잘할 수 있는데 꼭 한발자국 뒤로 빼는 영화를 계속해서

만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고어신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을 추천합니다. 이 영화의 그 유명한 소화기 신에 비하면 악마가 보았다의

고어 씬들은 유치해 보일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또한 가장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내는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현이 계속해서 삽질하며 돌아다닐 때 답답해하시며 테이큰의 그 아빠가 생각나신 분들 많을거라고 봅니다.  딸을 죽인것도 아니고

아직 납치만 한 단계인데 나름 규모있는 범죄조직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몰살시키는 그 흉포함과 결단력. 만약 그분의 따님이 이 영화처럼 토막살해됐다면??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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