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 좀 됐는데 내내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아서요.


영화 자체는 그저 그랬습니다. 김대승 감독이라고 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갔다가 자리에 앉는 순간 '어? 김대승? 그 능지처참?' 하고 퍼뜩 깨달았죠. 등줄기로 땀이 한 방울 흐릅니다. 줄거리로 봐도 감독으로 봐도 이거 잔인한 장면 좀 나오겠다 싶었거든요.


왜 아무도 잔인하다 소리를 안 해준겨 ? ㅠ_ㅠ 슬래셔는 봐도 이런 류의 잔인함은 견디기가 힘들어요.



첨단공포증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뾰족한 물건을 보면 긴장은 좀 하는 편입니다. 결말이 대충 짐작은 가더군요. 박지영-김동욱의 관계와 조여정 모자의  관계가 많이 비슷했으니까 결국 조여정 아들이 되는 건 정해진 순서였고, 그렇다면 저걸로  왕을 죽이겠구나 싶었죠.

왕을 찌른 것이 어떻게 수습됐는가가 좀 궁금했는데 왕자가 하나밖에 없으니 어차피 왕될 남자애는 하나. 권력 흐름을 따라서 내시와 상궁들이 살인사건을 덮고, 다른 이들도 알면서 덮어줬다. 가능은 한데 그래도 역시 구두 위로 발등 긁는 기분입니다.



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거예요.

후반에 대비와 왕의 대화 장면에서

'내가 왕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만들었다'라고 하죠.

왕은 그 말을 듣고 '형님에게 약을 먹였단 말입니까?' 라면서 광분합니다.


우리 일상대화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속이 좀 쓰렸어요.

대비가 전달하려던 건 '선왕은 아이를 낳지 못하니 조여정의 아들은 선왕의 아들이 아니다 라는 거였지만 왕은 '내가 약을 먹였다'에 방점을 찍죠.


왕도 아마 제대로 알아들었을 겁니다. 다만 자기가 거기 방점을 찍고 싶었던 거겠죠.

간단하게 말해서, 꼬투리 잡기.


진짜로 말의 요지를 파악 못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불행한 거고요. 



이경영이 왜 나왔는가라는 말을 어디선가 봤어요. 배우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여기서 이경영이 제법 균형을 잘 잡아줬던 것  같아요.  저는 이경영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듯한 연기를 좋아합니다. 역에 잘 맞았어요. 자연인 이경영이 먼저 떠오르는 건 영화 보는 입장에서 달갑진 않지만요.



야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벗긴 많이 벗더군요.  제 기준으로 잔인한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벗는 장면들이 묘하게 일상적이라서요.

나체가 된 중전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어쩐지 후다닥 소리가 날 듯한 동작으로 신방에 들어가는 건 좀 웃음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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