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는 게 더 좋아지는 징조일지도 몰라요. 전 속에 분노만 남았을 때는 눈물도 안 나고 부들부들 그랬었는데, 좀 지나서 그냥 내가 서럽다 싶을 때 막 울었더니 차라리 속이 좀 풀리는 것도 같고 그랬었거든요. 저도 부모님과의 문제가 좀 있었는데, 그래도 제 경우와 다르실 수 있으니, 혹시 코끼리님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면 죄송합니다. 어쨌든, 감정을 담아두는 것보다는 표현하는 게 나은 건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나아지실 겁니다. 뻔한 말이지만, 이 시간들은 어떻게든 지나가고, 그러면서 상황들도 변할테니까요. 힘내세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만, 옛날에는 부모가 되는 것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치루는 일종의 삶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옛날 분들 중에도 자녀를 가르침에 신중을 기울이고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 하나의 생명으로 다룬 분들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한다는 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은 뭔가 문제가 있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물며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은 전혀 준비된 부모가 아니었고, 자녀를 사랑은 하더라도 어떻게 대했어야 하는지 몰랐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뭐 부모자식 간이 아니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항상 예와 존중이 존재하진 않죠... 좀 건방진 생각 같긴 합니다만. 옛날 교육학을 약간 배우던 시절 좋지 않은 양육태도 하에서 자라난 아이의 대부분의 증상(?) 같은 게 저랑 너무 많이 일치할 때 슬픔과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피곤해서 그런가 얘기가 정리가 잘 안 되네요.; 아무튼 코끼리님 힘내세요. 누구도 잘못은 없습니다. 부모님에게도 코끼리님에게도 잘못은 없습니다. 단지 서투를 뿐이에요. 전 그렇게 믿는답니다.
저도 '부모로부터 너를 분리해라'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말 들었었어요. 상담에서도, 여기 듀게에서도ㅎㅎ 그런데 저는 지금도 좀 분명하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분리'라는 말이, 뭔가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말인 것 같고, 부모와 나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이 마치 굉장히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말처럼 생각되는 거죠. 물론, 원래 부모로부터의 심정적 독립, 이런 말들의 의미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말이예요. 저는 이 이슈에 제가 부모님에 대해 느끼는 지나친 책임감? 같은 게 결부되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긴 하지만;; 여튼, 그 심정적 독립이라는 게 그냥 내가 마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제 생활환경이 좀 더 독립적일 수 있게 변했기 때문에 심정적 독립도 조금은 진척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뭐, 그 과정에서 부모도 결국은 나와 다른 타인이기 때문에 나와 똑같이 생각할 수 없다는 것, 내가 부모를 위해 마음을 쓰는 부분과 부모가 나를 위해 마음을 쓰는 부분이 매우 다르고, 서로 그걸 잘 모른다는 것, 일단 내가 내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 등을 깨달아가긴 했지만요. 그리고 에아렌딜님 댓글에도 많이 공감합니다. 세대적 문제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부모님 세대도 안타까운 세대이긴 하죠. 세상이 너무 휙휙 변하고, 그러면서 지켜야할 전통도 예절도 가치도 휘청휘청하고. 부모와 자식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지침을 갖기가 어려우셨을 겁니다. 거기에 개인적 변수들도 더해질테구요.
한창 어릴 때는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언젠가는 자녀들이 부모 때문에 얼마나 속이 썩는지에 대한 책을 쓰리라,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요ㅎㅎ 나중에 보니, 이미 많은 책들이 나와 있더라구요ㅋ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기실 때 슬슬 책도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