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드디어 봄날씨가 완연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그 전단계로 집 대청소를 한 김에 서재정리도 같이 하면서 제가 더 이상 읽지 않을 책들을 기부 or 판매하는 것 중에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얼마전에 매우 감명깊게 읽은 김영하 작가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에 보면, 김영하 작가가 시칠리아로 떠나기 전에 서재정리를 한 후에

그 책들을 모두 헌책방에 판매하면서, "도서관에 보낸 책은 먼지쌓인 채로 방치될 수 있겠지만 헌책방에 보낸 책은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갈 것이므로 나는 시장의 힘을 믿는다" 라는 구절이 같이 나옵니다.

저도 이 구절에 상당히 공감을 해서 사실 헌책방에 책을 팔고 싶었지만 차가 없기 때문에 책을 실어나르는 것이 큰 일인 것 같아서 결국 "전화하면 책 가지러 직접 와준대" 라고 지인이 알려준 아름다운 가게에 그냥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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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름다운 가게에 책 기부하는 과정에서, 저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요약하자면

 

1. 홈페이지 상에서 책 기부를 하려면 어떻게해야 하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음 (더 열심히 뒤지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몇번 클릭해서는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어요)

 

2. 그래서 결국 대표 문의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오전 10시 경) "지금 통화량이 많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 라고 하면서 전화가 갑자기 끊어지더군요.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런 전화응답 시스템을 쓰더군요. 대기시간이 얼마 더 걸린다던지, 혹은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연락해 주겠다던지, 이런 안내도 없이 그냥 끊어졌어요. - 여기서부터 열받기 시작

 

3. 인내심을 가지고 2~3분 후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이 때는 어떤 직원분이 받으시더군요. 그래서 상황 설명을 했는데

1)  제가 사는 동네에는 월/수에만 책을 수거하러 가는데 이번주에는 물량이 다 차 있어서 다음주 월요일에야 갈 수 있겠다. (저는 이미 책을 현관문 입구에 높이 쌓아놓은 상황...이 상태로 1주일을 더 기다리라는 거죠)

2)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언제 오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그날 아침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하더군요. 집에 하루종일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계획 예측을 하지 못하게 한채로, 그저 월요일 아침에 책 수거하는 사람이 전화를 할 테니 그 때 시간을 맞추시라, 라는 응답 밖에 상담직원이 반복하지 못했습니다.

3) 그래서 비합리적이지 않냐 라고 항의를 했더니 그러면 박스에 넣어서 집 앞에 놔 두시면 찾아가겠다, 라고 하더군요. - 폭발했습니다. 분실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하지도 않는지, 이 책들이 그냥 버리는 책도 아니고 나름 소중하게 읽었던 책들을 "기부"하는 목적 자체를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4. 그래서 저는 제가 아르바이트 하면서 번 돈을 쪼개서 + 월급으로 다른 거 안 산 대신에 사 모은 소중한 책을 시장의 힘을 믿고 헌책방에 파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으로서는)

 

물론 이 상담직원은 더 이상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아름다운 가게 자체의 운영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현재 다수의 NGO 가 있고, 또한 앞으로 더 많은 NGO / 사회적 기업이 국민들에게 만족감과 자랑스러움을 주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재정적 투명성은 작년에 많이 지적이 되었지요) 일단 저는 기부자 (저 같은 일반 시민) 관점에서 철저하게 운영되는 것이 이러한 비영리단체의 Sustainable Growth 를 위한 반드시 필요조건이라고 강력히 생각합니다. (여러 단체의 기부자로서 각종 불만사항이 많았기에)

 

혹시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그리고 기부자에게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주게끔 운영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는 헌책방 판매를 하기 위한 좋은 창구가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인터파크도 가능하다고는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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