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5 22:19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장정일로 점프하게 된 이유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당시 서점에서 서서 약 몇십쪽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책을 샀어야 했는데,
"망설이면 품절"이라는 격언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요.
이후에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역시도 사서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금서이니 공식적인 루트로 구할 수는 없을 테고,
어찌어찌 어둠의 경로로 구해보려고 해봤으니 전혀 틈도 보이지 않는군요.
소설을 못 읽으니 아쉬운 대로 장정일 시인의 시 한 편~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