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7 14:34
- 2020년작이구요. 108분. 스포일러 없을 겁니다.
(다 보고 나서 보면 참 많은 힌트가 담긴 포스터네요.)
- 호숫가의 예쁜 집에 레베카 홀이 한 여인과 도착합니다. 여인... 은 엄마인 듯 한데, 주고 받는 대사를 보니 누가 죽은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헤어지면서 캐서롤을 주거든요(...) 집에 들어 온 레베카 홀이 잠시 숨을 고르다 캐서롤 그릇을 쓰레기통에 터프하게 쳐박으면서 화면 전환.
남편이 죽은 겁니다. 십여년을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입에 총을 물고 죽어 버렸어요. 사별 자체도 슬프지만 그 이유도 모르고 그런 걸 전혀 짐작도 못 했다는 점이 너무 아프고 슬프고 서럽고 고통스럽죠. 그래서 직장에서 주변에 부정적 감정을 마구 발산하며 며칠을 지내다가, 죽은 남편의 짐을 정리하던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정말 자기처럼 생겨서 스스로도 본인인 줄 착각할 뻔한 어떤 여자의 뒷모습 사진이라든가. 쌩뚱 맞은 건축에 대한 책이라든가. 거기 남겨진 의미를 알 수 없는 메모라든가. 동시에 매일 밤마다 괴상한 현상이 일어나요. 죽은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사라지고, 심지어 죽은 남편에게서 문자까지 오네요. 근데 이 모든 현상은 늘 몽유병인 걸로 끝이 나구요. 이게 뭘까요. 죽은 남편의 유령이 나타난 걸까요? 아님 주인공이 미쳐가는 걸까요.
(사건은 늘 밤에만 일어납니다. 그래서 '더 나이트 하우스'!!)
- 어쩌다가 레베카 홀 영화 둘을 연달아 본 바람에 적은 글에 그동안 숨어서 암약하시던 이 배우 팬분들이 홀연히 나타나시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그 와중에 추천 받은 이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ㅋㅋㅋ 뭐 감사하죠. 저도 이제사 이 분을 발견하고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이건 장르도 호러! 게다가 1년 전에 듀게에서 이 영화 글을 보고 언젠가 봐야겠다고 결심해놓고 까먹었던 일도 있었구요.
그리고 확인을 해 보니 감독이 또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 만든 사람이에요. 호러 앤솔로지 'V/H/S' 1편과 '사우스바운드-죽음의 고속도로'에서 에피소드 하나씩을 맡으셨고 '리추얼: 숲속에 있다'를 감독했으며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의 프로듀서인 데다가 올해 공개될 '헬레이저' 리부트의 감독이기도 하죠. 이런 걸 안 보면 뭘 보겠습니까 제가. ㅋㅋㅋ
(배리 여자친구가 나오니 영 집중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꾸만 '데뷔 했구나! 연기 열심히 하네 ㅋㅋㅋ'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 일단 제게 점수를 많이 따고 시작하는 부분. '어떻게 흘러가려는지 모르겠어' 류의 영화입니다. 도입부터 중반까지 분위기가 그래요. 계속 뭔가 벌어지고, 뭔가 그럴싸하고 으스스하며 흥미로운데,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뭔 일인지는 영 감이 안 잡히게 이야기를 짜놓았습니다. 결국 런닝타임이 절반쯤 흘러가면 주인공의 탐정 놀이와 함께 정보가 대략 쌓이면서 '아 뭐 대충 이러저러한 거구나' 싶어지는데, 그렇게 감을 잡은 후에도 디테일은 역시 짐작이 잘 안 돼요. 왜 이렇게 됐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기는 한 건지 등등이 예측이 안 돼서 거의 마지막까지 미스테리를 강하게 끌고 갑니다. 그리고 모든 게 밝혀지는 순간엔 그간 모인 떡밥들이 촤라락 정리가 되구요. 괜찮은 각본입니다.
(스테이시 마틴이 반가워서 짤을 갖다 붙였으나 뭔 코멘트를 하려니 싹 다 스포일러네요;)
- '리추얼'도 그랬듯이 이 영화도 결국 주인공들의 심리, 마음 속에 담긴 어두운 감정 같은 걸 시각적으로 열심히 풀어내는 스타일인데. 이 감독님이 그런 걸 참 잘 합니다. 별 거 아닌데 흔치 않고 개성적인 느낌으로 영상을 잡아내는 센스가 있어요. 거기에다가 허를 찌르는 편집 타이밍까지 출동해서 영화에서 아주 큰 지분을 차지하는 주인공의 환각(인지 사실인지 모를) 장면들이 굉장히 그럴싸하게 살아납니다. 근 몇 년간 본 영화들 중에 '이게 꿈이게 생시게?'를 가장 근사하게 표현한 영화라고 느꼈구요.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과 그에 얽힌 아이템 같은 것도 호러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또 재밌었구요. 그걸 좀 더 디테일하게 풀어줬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기도 한데 또 너무 깊게 들어가면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의 번뇌에 집중도가 떨어졌을 테니 지금 이 정도도 괜찮았구요. 사실 감독도 거기까진 구성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설명 없음. 근데 그냥 봐도 딱 보이죠. ㅋㅋ)
- 여기에 이제 또 큰 몫을 하는 게 레베카 홀 님이십니다. 구성상 이 영화는 그냥 여주인공 원맨쇼가 될 수밖에 없는 영화이고. 또 이 주인공이 상당히 다채로운 종류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출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거든요. 고로 잘 해낸다면 주연 배우의 연기 쇼케이스 겸 포트폴리오가 될 영화이고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ㅋㅋ 충격 받고, 의심하고, 슬퍼하고 절망하다가 분노하고, 까칠하게 굴다가 또 약한 면도 보이고. 샤방한 쪽 말고 다크한 쪽으로는 오만가지 감정을 다 섭렵해야 하는 역인데 정말 설득력 있게 잘 했구요. 클라이막스 즈음에는 약간 서커스(?) 내지는 진기명기스런 연기까지 한참을 해내야 하는데 그것까지도 빠짐 없이 잘 하시더라구요. 외모와 분위기에 빠져 갖기 시작한 제 호감이 이 영화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하하.
(이제 '조력자 흑인'도 인종 차별 클리셰가 된지 오래라서 그런지 별로 안 도와주시는 분.)
- 단점이 있긴 있어요. 결말이 좀 맥이 빠집니다. 사건의 진상까지 다 밝혀진 직후에 마지막 대결(?)이 벌어지는 흔한 전개인데, 진상 공개까진 계속 멋지게 잘 나가다가 마지막 대결이 뭐랄까... 으잉 설마? 스러운 방향으로 쉽게 끝나버리는 감이 있습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끝난 느낌도 아닌데 영화는 또 거기서 끝나 버리구요. 취향에 따라선 좀 많이 화가 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전 요즘 더더욱 관대해져서 '거기까지 그렇게 흥미롭게 잘 끌고 간 게 어디냐!! 그건 쉬운 줄 아냐!!'라는 맘으로... 하하하;;
(폭력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고어씬이라 부를만한 건 전무하니 그런 거 싫어하는 분들에겐 좋은 호러 영화!!)
- 그래서 결론은요.
주인공 과몰입형 미스테리 호러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자니 더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뭐...
뭔가 심리극스런 내용으로 흘러가는데 각본, 연출, 촬영이 잘 어우러져서 말로 하면 싱거울 수 있는 내용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잘 풀어냈어요.
소재나 전개 같은 부분에선 좀 신선한 감도 있구요. 결말이 살짝 약하긴 하지만 뭐, 앞서 말했듯 이 정도도 못 하는 영화가 대략 80~90%는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걸로 크게 흠을 잡고 싶진 않았네요. ㅋㅋ
레베카 홀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보셔야 하구요. 고어, 폭력 별로 없는 미스테리 심리극 류의 영화 좋아하는 분들도 한 번 보세요.
뭣보다 정말 호러/스릴러 쪽으론 부실하기 짝이 없는 디즈니 플러스에 있는 영화니까요. 어쩌다 디즈니 플러스를 쓰지만 볼만한 호러가 없어서 아쉬운 분들이라면 반갑게 즐기실만한 작품입니다. 재밌게 봤어요.
(어서 재생하시죠!!! 물론 책임은 못집니다만. ㅋㅋㅋ)
+ 근데 주인공 남편 능력이 너무 쩔어요. 더 이상 설명은 못 하겠지만 정말 쩝니다. 볼 땐 그러려니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쩌네요. ㅋㅋㅋㅋ
++ 캐스트에 스테이시 마틴이 나오는 걸 보고 '음? 캐스팅이 좀 재밌네?'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내용이 진짜 그렇게(??) 써먹는 걸 보고 웃었습니다. 전 이 분을 '님포매니악'에서 처음 보고 와 진짜 예쁘다... 했었는데. 이후로 그렇게 마구 예쁜(?) 역할은 잘 안 하시는 듯.
+++ 주인공이 단서 하나를 잡고 찾으러 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차를 몰고 부릉부릉 출발할 때 목적지를 표지판으로 살짝 잡아주는데 거리가 257km... 음. 역시 땅 넓은 나라 사람들은 거리 감각이 우리랑 많이 다르구나. 라고 생각했네요. 서울에서 대구까지가 237km인데요... 그걸 하루에 왕복이라니. 아무리 길 막힐 일이 없는 시골이라지만 허허...
++++ 글 제목을 저렇게 적어 놨지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컨텐츠는 아닙니다. 극장 개봉했던 영화를 디즈니가 사 온 거죠. 그냥 확인차. ㅋㅋ
2022.08.07 15:31
2022.08.07 18:05
이 감독님이 참 호러에 진심이면서 매번 뻔하지 않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정성스레 잘 짜내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서 또 담겨 있는 드라마도 진지하구요. 이런 감독들은 어디다 가둬 놓고 1년에 한 편씩 작품을 강제로 짜내야... ㅋㅋㅋㅋ
분명 아주 저예산으로 만들었을 영환데 미술 디자인이나 미장센이나 다 정성스레 신경 쓴 티가 나서 그냥 A급 영화처럼 보이더라구요.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센스!! 레베카 홀이야 뭐 말할 것도 없구요. 지금도 한창 나이지만 좀 더 젊을 때 확 뜨지 못했던 게 참 아쉽습니다. 보면 참 활발 성실하게 활동하셨던데 어째...
제가 사실은 '더 서펀트'도 볼까 말까 하다가 스테이시 마틴 이름 보고 봤는데요. 비중은 작았을 뿐이고 이 영화에서도 사실... ㅋㅋ 제게는 아직 뉴비 시절에 (제 입장에서) 발견한 여배우들이 그렇게 크게 못 되는 징크스 같은 게 있는데요. 탈리아 라이더의 건투를 빕니다. ㅠㅜ
2022.08.07 16:15
디즈니에서 폭스를 인수하면서 그쪽에서 제작한 호러들이 디즈니플러스로 들어가더라고요. 같은 서치라이트 제작사 작품인 프레시나 앤틀러스도 볼만하답니다 (디플에 있어요)
2022.08.07 18:05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폭스 영화라서. ㅋㅋ 추천 감사합니다. '프레시'는 이미 재밌게 봤구요, '앤틀러스'도 챙겨보겠습니다!!
2022.08.07 19:02
어제 레베카 홀 영화 글 보고 이 영화 생각났습니다.
착시를 이용한 호러 효과가 재미있었죠.
본문에 언급하신 데로, 마지막 한 방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결과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영화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2022.08.08 00:55
네 착시 좋았어요. 그걸로 뭐 대단한 걸 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신선한 디테일들이 있으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더라구요. ㅋㅋ
결말은 뭔가 그냥 감독이 살짝 놓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뭐 흔한 결전(?) 장면 같은 걸로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그동안 나름 인상적으로 보여준 게 평범해져 버리니까 차라리 힘 좀 빠져도 이렇게 끝내버리자. 뭐 이런 느낌? ㅋㅋㅋ
2022.08.07 21:07
2022.08.08 00:58
이것 하나 때문에 다시 결제하실 것 까지는!!!! ㅋㅋㅋ 부디 영화가 맘에 드시길 빌겠구요.
제가 '크리스틴'은 스티븐 킹 원작 옛날 호러 뿐이었는데, 레베카 홀 나온 영화가 또 있군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감독이네요. 기억해두겠습니다. 추천 감사드려요~!!
2022.08.08 12:02
전 그 끔찍한 인형때문에 고어장면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ㅎ
으스스한 분위기 하나는 잘 만든 것 같아요
저는 약간 열린 결말이라고 관대하게(!) 생각했는데 그냥 만들다 만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ㅎㅎ
소재에 대해서는 기묘한 이야기도 뜬금 생각나고 그랬는데 그만큼 오컬트 쪽에선 사골 소재이겠죠? 물론 같은 소재로도 이렇게 흥미돋는 전개를 만드는 게 능력이겠지만요!
2022.08.08 15:45
저도 그랬는데 그냥 막판에 그 포즈 재현(...)하는 걸로만 나오더군요. ㅋㅋ
분위기 좋고 떡밥 놀이 잘 하고 배우 연기도 좋고. 뭣보다 이 감독님 참 돈 덜 들이면서 개성있는 장면 뽑아내는 걸 잘 하는 것 같아서 좋더라구요.
'헬레이저' 리메이크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하하. 얼른 나오렴.
정말 중반까지는 예측이 쉽지않은 전개가 매력적이고 칭찬해줄만한 부분이죠. 영화 많이보는 관객들에게 장르물이 뻔하지 않기가 어렵잖아요. 후반부의 드러나는 진상은 '혹시 그거?'했었던 부분이랑 어느정도 맞아떨어지긴 했는데 거기까지 나갈 줄은 몰랐네요 ㅋㅋ 제가 보기에도 결말이 그간의 긴장에 비해 좀 탁 허무하게 풀리는 느낌도 있는데 여운은 상당히 있고 전체 흐름이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시종일관 무드도 잘 잡고있고 제목도 그렇지만 집이 참 중요한 영화인데 프로덕션 디자인도 상당한 퀄리티로 몰입에 도움이 되죠. 하지만 역시 말씀대로 레베카 홀이 배우로서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며 끌고가는 영화이고 너무 잘해냈어요. 참 훌륭한 배우인데 전에 댓글로도 썼지만 주연으로 잘한 작품들은 거의 이렇게 호평 받더라도 소소하게 일부 영화팬들만 보고 그럭저럭 지나가버린다는 거죠 지금도 인정받는 배우이지만 더 위상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스테이시 마틴은 저도 님포매니악에서 본 이후로 생각지도 못한 작품에서 얼굴 보면 참 반가운데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서도 사실 마구 예쁜 설정이니까 그렇게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