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96분. 결말이랄 게 없는 이야기라 뭐가 스포일러인지도 애매하지만 중요한 디테일에 대해선 언급을 말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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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아닌데요. 콜린 패럴은 '킬러들의 도시'가 짱이었는데요." 라고 저스틴 창씨에게 말씀드리고 싶구요. ㅋㅋ 영화를 삐딱하게 보고 나니 가운데 그어진 가로선이 몹시 거슬립니다?)



 - 대충 미래입니다. 백인 아빠, 흑인 엄마, 중국계 어린 딸과 중국인 형상의 로봇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이에요. 다만 여기선 로봇을 로봇이 아니라 '테크노'라고 부른다네요. 그 중에서도 우리의 로봇 '양'은 '형제자매'라는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가족 대체용 로봇이며 동시에 '문화적 뿌리 전수'라는 심오한 기능을 하는 로봇입니다. 뭐 대충 중국계 아이를 입양한 가정에 들어가서 입양아의 오빠 내지는 형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란 얘깁니다. 

 암튼 그 '양'이 어느 날 고장이 나요. 고치러 가 보지만 이게 정품이 아니어서 정식 서비스도 힘들고, 해보려 해도 돈도 많이 들고 해서 결국 사설 업체를 헤매게 되구요. 그러다 드디어 만난 쓸만한 사설업체 사장이 이상한 얘길 합니다. '양'의 내부에 대기업의 음모!! 고객들의 사생활 데이터를 저장해 놓은 스파이웨어 같은 게 있더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의 가장 콜린 패럴 씨는 그 칩을 들고 집에 돌아와 '양'의 기억들을 훑어봅니다. 이 놈이 그동안 뭔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면 살리기도 싫어질 테니까 마지막 결정에 참고하려구요. 이 '기억 훑기'가 영화 내용의 거의 전부에요. 과연 우리의 '양'은 어떤 녀석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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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길게 나오지? 싶었던 도입부의 댄스 배틀. ㅋㅋㅋ 이미 '저스트 댄스'에 거의 비슷한 컨텐츠가 있죠.)



 - 일단 이 영화엔 제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요소가 그야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나온다는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 부부는 백인 & 흑인입니다. 근데 이놈에 집구석은 완전 오리엔탈 뽕이 가득 차 있어요. 집에서 편하게 입는 가운 같은 것도 일본식인지 중국식인지 모를 뭐 그런 식의 디자인이구요. 남편은 다도에 완전 빠져서 인생을 바치려는 기세로 파고들며 무슨 허랑방탕한 녹차 관련 개똥 철학 같은 걸 로봇에게 떠들어대는 양반이고. 또 밖에서 식사할 때는 일본 식당에 가서 라멘을 먹네요. 뭐 아내도 만만치 않아요. 남편이 라멘 먹으면서 화상 통화를 할 때 아내는 집에서 자기가 라멘을 끓여 먹거든요. ㅋㅋ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입양한 딸래미가 중국계라서 저러는 걸까 아님 저런 사람들이라서 일부러 중국계를 입양한 걸까. 당연히 영화에 그 답은 안 나옵니다만, 전 100% 후자일 거라고 믿습니다. 인간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가장 삐딱해질 수 있는 시간, 월요일 새벽에 보고 적는 글이니 양해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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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일본식 라멘이라니. 열심히 사진 찍어 올리면 루리웹 베스트 게시판으로 갈 수 있습니다 패럴씨!!!)



 - 그래서 뭐냐...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제가 멋대로 느낀 바로는 하나의 이야기로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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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첨단 VR 머신(은 제작비 관계로 걍 선글라스)으로 추억 여행 중인 장면인 것입니다.)


 1.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님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남겨진 가족(?)들이 떠난 자의 비밀도 알게 되고 소중함도 깨닫고 뭐 그러는 훈훈한 멜로드라마죠. 동시에 '인간의 기억이란 무엇인가' 라든가, '로봇과 인간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철 지나게 폼 나는 주제에 대해 상념에 잠겨볼 수도 있겠고. 혹은 그냥 이런 이야기에 곁들여지는 갬성 터지는 장면(짧게 짧게 삽입되는 풍경화, 정물화스런 장면들과 애플 광고 모델들처럼 행복하게 웃는 가족의 모습 같은 것)들과 음악들을 즐기며 '아아 별 이야기는 없지만 영상미에 감복되었다' 같은 소감을 남길 수도 있겠구요.


 ...어쩌다보니 뭔가 비꼬는 투로 적어 버렸네요. ㅋㅋㅋ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1차적으로는 이런 스토리와 메시지를 지닌 따스한 영화이고 다 보고 나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감동을 받는 것도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그렇게 내내 예쁜 풍경과 갬성 터지는 음악을 깔아둘 이유가 없잖아요. 뭐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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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오예.)


 2. 노예와 '착한 주인' 이야깁니다. 사실 이건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양의 기억이 풀개방(...)된 부분까지 얘길 해야 설명이 쉬운데요. 그건 나름대로 스포일러 성격이 좀 있는 부분이라 패스하고. 암튼 그렇습니다. 되게 뻔한 비유잖아요? 로봇=노예. 인간=노예주라는 거요.


 그리고 이야기도 정말로 그렇게 되어 있어요. 주인공이 양이 소중한 가족이라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이유는 사실 그냥 양이 참 유용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에요. 새 거 살 돈도 없고 실상은 옆집에 사는 복제 인간 자식들도 보기 싫어하는 걸 평소에 다 티 내서 그 집 부모들도 알게 할 정도로 무신경한 인간인데요. 복제 '인간'을 그렇게 무시하는데 100% 기계 덩어리인 로봇을 진정으로 존중할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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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바닥 인생 마음은 밑바닥 인생이 알아주는 거죠.)


 양의 기억들을 보면서 감동하고 눈물짓고 하는 훈훈한 전개도 그렇습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양의 기억들은 정말 짧은 토막들로 되어 있어요. 정말 너무 짧아서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어쩔?'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죠. 그런데 우리의 상냥한 주인공들이 그 짧은 토막을 보면서 '자기들 버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 때문에 얘들이 감동하고 울고 그러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이 양반들은 다 자뻑(...)으로 쑈를 하는 것 뿐인 거죠. 정작 양은 시작 부분에 이미 고장나버려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본인 입장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구요. 이 양반들은 끝까지 양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말 결정적인 게 결말 직전에 부부가 나누는 '박물관' 관련 대화죠. 전 이 부분에서 아니 이 놈들이 미쳤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ㅋ



 - 개인적으론 후자의 이야기가 진짜 하고픈 얘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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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의 눈에 비친 풍경 = 양의 기억)


 이 영화의 특징 중에 하나가 화면비에 의미를 담아서 영화 중간에 쉴 새 없이 비율을 바꾼다는 건데요. 쉽게 말해 일반적인 와이드 티비(or 모니터) 화면이 꽉차면 '양'의 기억이고 레터박스가 생기면 콜린 패럴의 기억이에요. 그리고 이 영화는 중요한 장면이 나오면 같은 대사를 치는 같은 상황을 두 가지 버전으로 바꿔가며 아주 짧게 반복해서 보여주거든요. 

 그런데 '양'의 기억은 당연히도 그냥 양의 시점에서 보이잖아요. 그래서 1인칭으로 보여지고 또 느낌이 많이 건조합니다. 반면에 그걸 본 콜린 패럴이 재구성하는 기억들은 참으로 따스하고 화기애애하고 난리가 나는 가운데... 3인칭으로 보입니다. 자기 기억 속에 자기가 웃고 울고 하는 모습이 다 보여요. ㅋㅋㅋ 결국 주인공의 추억들은 다 해석과 왜곡이 잔뜩 들어간 장면이란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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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입장에서의 알흠답고 훈훈한 3인칭 기억.)


 뭐 여기까지만 두고 보면 그저 이소라 노래 가사처럼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같은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쯤에서 문득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맘에 안 들었던, 이 글 첫머리에 적었던 부분이 떠오르더라구요. 아무리 봐도 이 양반들 좀 별로거든요. 일단 콜린 패럴은 딸래미 입양 한참 전부터 다도에 미쳤다는 설정이니 딸 때문에 동양 문화에 관심 갖는 건 아닌 게 100% 같구요. 또 딸을 위한다면 좀 중국식으로 통일을 하든가, 굳이 한중일 3국 문화를 짬뽕으로 해서 폼을 잡고 있는 걸 보면 오리엔탈리즘 뽕에 취한 양반들이 맞는 것 같고. (한국은 영화 도입부에 '고추장 소스' 한 마디 나옵니다 ㅋㅋ) 그러니까 뭐랄까, 의도는 선량하지만 뭔가 되게 얄팍한 사람인 겁니다. 그러니까 로봇이 남긴 영상 몇 편 보고 혼자 갬성 터져서 '양은 백인 인간이 되고 싶어했을까?' 같은 의문이나 품으며 깊은 한숨을 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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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하게도 다도에는 '삶'이란 의미가 있지...)


 여기서 내친 김에 한 술 더 뜨자면 주인공 부부는 결국 자기네 어린 딸도 이해하지 못하고 살거든요. 보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됩니다. 딸도 자길 가장 잘 이해해주는 게 양이라 생각해서 더 집착하구요. 심지어 중간에 언뜻언뜻 비치는 모습을 보면 부부끼리도 그렇게 솔직히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 같구요. 그런데 하물며 사설 업체에서 산 '리퍼급 중고' 가전 제품의 머릿 속을 이해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니 이해하려는 마음이나 들겠습니까. 그냥 본인 편할대로 생각하고 그걸로 믿는 거죠.


 그리고... 흠. 아직 할 얘기가 조금 남았지만 거기까지 가면 앞서 말했듯 스포일러 영역을 건드려야 해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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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리드가 부릅니다. 끼리~ 끼리끼리~)



 - 저답지 않게 거창한 이야기를 잔뜩 떠들어 버려서 쪽팔리는 마음에 이 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즐기든 상관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다운 로봇을 등장 시켜서 인간의 기억, 추억이라는 것.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따스하고 감성 터지는 SF 영화라고 생각하고 즐겨도 아무 문제 없구요. 흑백이 (상대적으로)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이해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타자화 되고 있는 동양인들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묘사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봐도 나름 꽤 들어 맞구요.

 개인적으론 전자라고 생각하기엔 좀 거슬리는 떡밥들이 영화 곳곳에 보이고, 또 제가 워낙 '한중일 짬뽕 암튼 동양풍' 이미지들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 삐딱하게 봐 버렸습니다만. 뭐 이렇게 보는 것도 나름 재미는 있었어요. 하물며 감독이 '파친코'를 만든 한국계 감독이라고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완성도는 괜찮고, 또 지루하지도 않으며 참 보기 좋고 듣기 좋게, 예쁘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무려 '왓챠 익스클루시브' 컨텐츠이니 추가금 안 들이고 보려면 왓챠 밖에 없지만 구글, 네이버, U+ 모바일 등지에서 유료로 보실 수도 있어요.

 끝입니다.




 + 그래서 결국 이 영화의 결론은 뭐냐, 함부로 사설 업체에서 파는 '리퍼급 중고' 같은 거 사지 말라는 겁니다. 정품을 쓰라구요. ㅋㅋㅋ 

 ...근데 제가 딱 그런 제품으로 핸드폰을 사서 쓰고 있는데요. 흑.



 ++ '지랄발광 16세'의 베프님이 나오셔서 반가웠습니다. 뭐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내용상 중요한 역할이었죠.



 +++ 근데 좀 웃기네요. 결국 중국계 입양아 & 중국계로 설정된 로봇이 나오는 이야긴데 딸 역할 배우는 인도네시아계, 로봇 역할 배우는 한국계 배우에요. 감독도 한국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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