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호주 사라

2022.09.08 10:51

Sonny 조회 수:593



제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영국남자"나 "소련여자"같은 유튜버들이 그 맹위를 떨치기 이 전이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에 흔치 않았던 "한국말을 나름 유창하게 하는 외쿡사람"이었고 저도 그의 영상을 몇번 보곤 했습니다. 그는 케이팝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었고 여러가지 한국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요즘 나오는 유튜버들처럼 철저하게 계산적인 컨텐츠를 올리지는 못했지만요. 어찌보면 그건 그가 한국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그만큼 사적이고 또 본인의 목적 그 자체였던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가 컨텐츠에 들이는 정성과 애정에 비해 조회수는 좀 안나오기도 했으니까요. 이러다가 호주사라가 유튜브를 떠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어떤 이별은 파국적입니다. 서서한 쇠퇴를 혼자 기약하고 쓸쓸해할 때, 그 관계는 느슨해지는 대신 뚝 끊어지면 그 반동의 충격을 안깁니다. 호주사라가 백혈병을 진단받았다고 들었을 때도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그게 그의 유튜브의 최종장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어떤 유튜버의 죽음을 계산하면서 보지 않으니까요. 삶을 바라볼 때 그러하듯, 유튜브의 컨텐츠들도 업로드 간격이 얼마나 뜨문뜨문하든지 그의 유튜브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점에서 점을 잇는 선이 어떤 점에서 멈추고야 말 때, 우리는 그 선을 되돌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요. 미래의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종점에서는 다시 반대방향으로 운동을 이어나갑니다. 그 땐 그랬고 처음에는 그랬고 하며 최초의 점으로 플레이백하게 되는 이 기억 자체가 무한의 루프를 만드는 것은 아닐지.


아마 그도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 발음으로 쓴 의미를 곱씹었을 것입니다. 어디 사냐고 묻는다면 호주 사라. 호주에서 타고 자라난 호주 사라ㅁ. 한국을 향해 날아온 호주로부터의 사라ㅇ. "살아'있던 그는 호주보다 훨씬 더 멀고 근원적인 곳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호주사라가 즐긴 한국에서의 여행이 즐거웠길 바랍니다. 몇몇 유명인들과 맛집으로 과대표되는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이 자국민으로서는 얼마나 과부하게 느껴졌던지요. 그의 다정함과 믿음을 뒤늦게나마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호주사라에게 샤라웃. 레스트 인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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