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 94분. 장르는 틴에이저 성장 스토리구요. 스포일러는 안 적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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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가 유난히 추천하는 영화들 중 하나였는데요. 드디어 해결했습니다. ㅋㅋ 보고 계십니까 LadyBird님!!!)



 - 보면 미국 성장물들은 대부분 '고향 탈출기' 비슷하게 전개가 되는데요, 이번엔 새크라멘토입니다. 주인공 레이디 버드양의 본명은 크리스틴 맥퍼슨인데 걍 자긴 이 이름이 좋다고 스스로 만들어서 여기저기 이름 기입할 때마다 이렇게 적고 다니고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불러달라네요. 만 17세나 된 놈이!! 이런 자유로운 영혼이 부모의 명으로 보수적인 카톨릭 학교에 질질 끌려가는 도입부 장면, 그리고 그 와중에 화끈한 사고를 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뭔가 그림이 팍팍 그려지는 느낌입니다만...

 그 그림이 사정 없이 틀려 버리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ㅋㅋ 얘는 핵인싸는 아니지만 왕따도 아니구요. 좋은 친구도 있구요. 심지어 그 보수적인 학교에도 적응해서 잘 다녀요. 심지어 선생 신부, 수녀들에게 호감도 품고 있네요. 집에도 뭐 아버지의 실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좀 있긴 하지만 크리티컬까진 아니구요. 엄마랑도 잘 안 맞긴 하지만 딱 봐도 엄마도, 주인공도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건 분명하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이 분도 '지랄발광 17세'의 그 분과 같은 나이. 꼭 드라마틱한 뭔가가 있어야만 방황을 할 시기가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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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갑자기 확!! 하고 사고를 치는 순간 아, 여기 주인공도 어지간히 꼴통이구나... 했습니다만)



 - 그러니까 뭐냐. 우리의 주인공 레이디 버드님은 보통 이런 성장극 주인공들이 하는 일들, 겪는 일들은 다 하고 경험합니다. 연애 하겠죠. 실패도 하겠고요. 남자 보는 눈이 좋으면 또 이런 성장극 주인공 자격이 없지 않겠습니까? 어쩌다 절친에게 실수하고 고독해지는 경험도 하겠구요. 지 성질을 못 이겨서 부모나 형제에게 못된 소리 하고 후회도 합니다. 졸업 무도회 당연히 나오죠. 본인 성적상 들어가기 힘든 대학에 배째라 지원도 해보구요. 뭣보다 '난 절대로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떠날 거야!!!'라고 주절주절 염불을 읊고 다니기도 해요.


 그런데 이 모든 사건들이 다 뭔가 예상보다 동글동글하게 흘러갑니다. 이 영화엔 드라마틱하게 독한 빌런 같은 게 없고 대단히 극적인 사건도 없어요. 보통 이런 영화가 다 그렇듯 '나쁜 남자 친구'가 그 비슷한 역을 하긴 하는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갸도 그냥 애가 좀 모자라고 인생 가볍게 막 사는 놈일 뿐 별다른 악의도 없고 주인공을 일부러 괴롭히지도 않아요. 그래도 나쁘긴 합니다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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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상당히 잘 다닙니다? ㅋㅋㅋㅋㅋ)



 - 여기까지 적고 보니 바로 얼마전에 '지랄발광 17세'를 보고 적었던 얘기랑 거의 똑같이 흘러가고 있는데요.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영화는 주인공이 만악의 근원이자 드라마틱 사고뭉치였잖아요. 이 '레이디 버드'의 경우엔 주인공마저도 그렇게 독하고 극적이지 않아요. 다른 모든 등장 인물들이나 영화의 전체적 톤과 맞게 이 분도 그냥 선량하고 예쁘고 귀여워요. 기껏 한다는 나쁜 짓이라고 해봐야 수녀님 차를 예쁘게 꾸며준(?) 것 정도에 엄마랑 맨날 싸우지만 금방 또 화해하고, 그러다 '나를 좋아해주면 안돼요?'라는 애틋한 진심도 드러내구요. 시얼샤 로넌의 비주얼을 하고 있다는 것만 조금 눈 감아주면 정말 평범한 그 또래 10대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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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사이더 기질은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괴롭힘 당하는 왕따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요령 있게 잘 어울리구요.)



 그러다보니 이 영화의 이야기는 '지랄발광 17세'보다도 훨씬 더 보편적이고, 거의 '원형적이다'라고 할만큼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물론 저는 미국 살아본 적도 없고 제 10대는 이 분과 정말 비슷하지도 않았습니다만. 미국 영화들에서 지겹게 봐 온 그 십대 성장물 클리셰들이 '아 대략 이런 게 현실 버전이구나'라는 느낌으로 살아서 와 닿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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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에 든 남자에게 접근하는 능력 그냥 예쁘니까 도 탁월!)



 - 이야기의 전개 측면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94분 밖에 안 되는 런닝 타임 동안 참으로 다양한 소재,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주는데. 이게 기-승-전-결로 그렇게 뚜렷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그 시기 만 17세가 겪을 통과 의례의 경험들이 스윽 자연스레 물 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각각의 사건들도 그렇게 뚜렷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의도적으로 마무리를 살짝 흐릿하게 흘리면서 다음으로 넘어가 버리죠.

 그래서 보다 보니 우디 앨런(...) 영화를 보는 것 같단 기분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 양반 옛날 영화들 중에 이런 게 몇 편 있었죠. 물론 시대와 성별, 감독 개인의 개성 등등 많은 요인들이 달라서 결과물의 느낌도 그만큼 다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큰 틀에서 닮은 느낌이라고 우기고 싶은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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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집에 살고 싶어하는 걸 보면 막 그렇게 세련되고 예술가 기질이 넘치는 힙한 애라는 느낌도 없구요. ㅋㅋ)



 - 그런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걸 뭐랄까. 이렇게 대충 막 정리해서 적기가 어려운 그런 센스 같은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로 위에서 '사건들이 흐릿하게 흘리면서 넘어간다'고 적었는데요. 그게 또 결말부에 가면 주인공의 행동이나 대사, 감정들에 반영되어서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표출됩니다. 그리고 이 표출 역시 방점 같은 것 없이 자연스레 넘어가요. 10대 성장물들 중에 이렇게 센스 있고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장르 특유의 갸륵한 느낌은 적절하게 살려낸 게 얼마나 있었나 싶었구요.


 위에선 그냥 '다들 동글동글 착하다'라고만 적었지만 그 동글동글 착한 캐릭터들이 다 캐릭터들이 확실합니다. 사실 별로 길게 나오지도 않고 대사도 그리 많지 않은 인물들이 대부분인데도, 얼마 안 되는 대사와 짧게 주어지는 본인 주목 장면들에서 참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드러내고 호감을 갖게 해요. '사소한 인물들까지 디테일에 신경을 써서 캐릭터를 살렸다'라고 말로 하긴 쉬운데 그게 이 정도로 잘 된 영화는 드물죠.


 그리고 영화가 참 예쁘거든요? 내용도 예쁘고 그림도 예쁜데. 그렇게 예쁘면서도 뭔가 '팬시하다'라는 느낌까진 가지 않도록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또 신기했습니다. 분명히 대놓고 예쁜데 '팬시'하다고 말하긴 좀 그래요. ㅋㅋ 분명히 아주 사회적으로 정의롭지만 'PC함을 강조'했다고 하긴 또 애매하구요. 분명히 여성들이 주인공인 여성 서사지만 또 남자 캐릭터들이 딱히 가볍게 다뤄지는 느낌도 없구요. 뭔가 이 감독님 줄타기 고수신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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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가장 팬시한 부분이라면 바로 이 분의 얼굴? ㅋㅋ 하지만 캐릭터가 그닥 팬시하지 않으셔서 괜찮습니다.)



 - 뭐 매번 뻔한 소리지만 배우들도 참 좋습니다. 시얼샤 로넌은 뭔가 얼마 전에 본 '매기스 플랜'에서 그레타 거윅이 연기하던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감독님이 본인 스타일로 지시한 것인지. ㅋㅋㅋ 절친 줄리 역할로 나온 분은 '북스마트'에도 나오셨군요. 그리고 미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에서 모니카 르윈스키 역을... (쿨럭;) 티모시 샬라메는 제 배우 얼굴 인식 능력에 심대한 문제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구요. (다 보고도 모르다가 정보 검색하면서 알았습니다;;) 대충 가볍게 넘어갈만한 캐릭터임에도 은근 캐릭터도 좋고 연기도 좋아서 인상적이었던 첫 남친 역의 루카스 헤지스는 뭐 필모만 보면 티모시 샬라메가 부럽지 않구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쓰리 빌보드' 에다가 이 영화라니. 어지간한 배우들 10년 활동해도 못 이룰 필모를 딱 2년 동안 이루신 분. ㄷㄷㄷ 게다가 연기도 좋았으니 이후론 좀 조용한 느낌이어도 다시 잘 사시겠죠. 

 그리고 뭣보다 부모들 연기가 좋았어요. 아빠 연기도 저엉말 좋았는데 아무래도 영화의 내용상 비중이 훨씬 크게 실리는 엄마 역할의 로리 맷칼프란 분 연기가 정말 좋더라구요. 막판 공항 운전 장면에선 정말 뻔한데도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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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엔 이 둘이 주인공인 거죠. 엄마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 솔직히 말하자면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뭐, 위에서 감독님 참 줄타기 잘 하셨다고 칭찬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랄까... 결국 최종 결과물의 종합적인 맛을 보자면 당도가 좀 높습니다. ㅋㅋ 보는 동안에는 걍 캐릭터들에 설득 되어서 좋구먼! 하고 봤는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야기 자체는 거의 소원 성취 환타지급이랄까(...) 자극적인 요소를 제거한 건 좋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좋은데 뭔가 그러다 주인공의 성장도 실제보다 쉽게 이루어진 기분에다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1년 보내고도 이루고 싶은 걸 거의 다 이루고 성장까지 깔끔하게 이뤄낸 것처럼 느껴져서 '감독님 너무 후하시군?'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습니다. ㅋㅋㅋ 뭐 이 부분은 취향의 문제겠지만요. 저처럼 평소 시니컬한 사람에겐 사알짝 걸리더라.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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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면서 '이놈의 집구석은 대체 어떻게 된 구성이야? 라는 게 궁금했던 분 또 없으십니까. ㅋㅋ 그래도 막판엔 설명을 해주더군요.)



 - 암튼 그래서 결론은요.

 제목의 저 드립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읽은 듀나님 리뷰에서 따왔습니다. 너무 정확한 표현이라고 느껴서 인용하지 않곤 못 배기겠더라구요. ㅋㅋ 정말 그렇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겠지만 '싫어하기'는 너무너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태어나서 본 중에 가장 덜 자극적인 성장극이면서 낭만적이고 예쁘고 선량하면서도 할 얘긴 아주 올바르게 다 하는 영화였어요. 물론 매끈하게 잘 만들었구요. 웃기고 재밌고 감동적이기까지 해요. 호불호 따윈 단호히 거부한다!! 라는 스타일에 훌륭한 완성도까지 결합된 영화인 거죠.

 바로 위에 적은 대로 평소 까칠 스피릿으로 영화 내용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습관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다들 즐겁게 보실 거구요. 설사 저처럼 '거슬려!'라고 외치는 사람들조차도 보는 동안엔 재밌게 보시고 다 보고 나서 결론도 긍정적인 편일 거에요. 정말 싫어하기 쉽지 않게, 그러면서 또 잘 만든 영화라니깐요. ㅋㅋㅋ




 + 아차. 주인공의 죄 중엔 무려 성적 조작이 있었군요. 이런... 조금 튀기만 하는 평범 선량 소녀는 아니었던 걸로. ㅠㅜ 



 ++ 글에다 우디 앨런 얘길 적은 김에 깨작깨작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는데... 그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기 전에 우디 앨런에 대해 올라온 듀게 글이 보여서 씁쓸하더군요. 정말 많은 분들이 모여서 본인의 최애 우디 앨런 영화를 대며 '멋진 할배 오래 살아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는데요. 으음......;;



 +++ 영화 분위기에 맞게 음악도 참 잘 쓴 영화인 것인데요. 전 예전에 자주 듣던 이 곡이 반갑더라구요.



 근데 분명히 이걸 다른 영화에서도 들었는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열심히 검색을 해 보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였었나 봅니다. ㅋㅋ 문득 그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 아. 깜빡했는데 이야기의 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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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 때 즈음인가 봅니다. 뭐 큰 이유는 없겠죠. 그레타 거윅이 1983년생이니 대략 본인의 10대 후반 시기와 비슷하게 맞추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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