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글의 형태로 작성을 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이 글의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삭제할게요.)


아직도 벅찬 마음을 가눌 수가 없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기는 힘들 것 같아서 후기를 올려보기로 한다. 난생 처음 내가 출연하고 캐스팅 디렉터로 참여한 이혁의 두번째 장편인 <갯벌> GV에 참석하려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7월 31일 일요일 오전 11시에 부산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관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스크린으로 <갯벌>을 보았다. 영화의 중반쯤에 드디어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관우 동상을 좋아하고 우울증이 있는 청년으로 내가 등장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내 얼굴을 보고 나는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내 연기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냥 재미삼아서 <갯벌>에 출연할 때 입었던 상의를 그대로 입고 갔고 <갯벌>에서 창호(이혁)가 메고 다녔던 가방도 내가 제공했던 거라서 그 가방도 메고 온 상태였다. 전문가가 보면 당연히 내 연기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보였겠지만 스스로는 적어도 이혁의 첫 장편인 <연안부두>때보다는 연기가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내가 나오는 부분에서 영화를 보다가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까지 이혁의 영화에 총 세 편 출연했는데 세 편 중 <갯벌>에서의 출연 분량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상영이 더 뜻깊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엔딩 크레딧에서 캐스팅 디렉터와 관우 동상 청년으로 내 이름 세 글자가 보일 때는 감개무량했다.


이미 벅찬 마음으로 앉아있었는데 이후로 벌어지는 상황은 나를 더 벅차게 만들었다. <갯벌> GV 모더레이터로 윤성은 영화평론가가 무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윤 평론가와는 내가 프로그램팀장으로 5년간 일했던 영화제에서 일한 첫 해에 함께 일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잘 아는 분이 내가 참여한 영화 GV의 진행자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혁 감독과의 GV가 진행되는 도중에 윤 평론가가 감사하게도 객석에 있는 나를 지목해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기회까지 만들어졌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순간은 정말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는 은총 같이 느껴졌다. 좀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나는 관객들에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때 내적으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갯벌> GV를 마치고 윤 평론가와 이혁 감독과 함께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몇 분의 어머니들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하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거기에도 응했다. 그리고 극장 밖으로 나왔는데 GV때 질문을 했던 한 관객이 혁이와 나에게 다가와서 싸인 요청을 해서 그 분에게 싸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는 일까지 벌어졌다. 늘 감독이나 배우에게 싸인 요청을 하고 같이 사진을 찍다가 자리가 뒤바뀌는 일을 겪어보니 약간은 그런 일이 있을 때 감독과 배우가 어떤 심정이 되는지 알 것 같았다. 부산 영화의 전당을 나와서 혁이와 함께 닭갈비집에서 식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일요일에 처음 본 <갯벌>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감을 남기고 싶다. 혁이의 다른 영화들처럼 감독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갯벌>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혁이의 첫 영화였던 <연안부두>보다 좀 더 깔끔하게 완성되고 좀 더 영화의 요소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느낌이 있었다. 인천의 화수부두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주는 공간성과 공간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감독과 이를 잘 포착한 촬영감독의 카메라가 빛을 발한다. 순금 역을 맡은 연기의 베테랑, 강애심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녀의 탁월한 연기로 인해 기존의 영화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치매 노인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모가 부각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순금은 보다 흡인력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혁이의 영화들에는 늘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적 같은 순간이 존재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갯벌>도 예외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서의 기적은 이란의 거장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갯벌>은 키아로스타미에게 오마주를 바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화’를 예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혁이의 영화는 늘 한 편의 동화와 같이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이혁의 영화들은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소소한 기적은 찾아온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세계의 선한 면을 믿는 혁이의 영화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혁이의 영화에는 계속 출연할 생각이지만 <갯벌>과 같이 내 얼굴을 부산 영화의 전당의 스크린을 통해 볼 날은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나의 영웅들인 장 피에르 레오와 허우 샤오시엔을 실제로 만났던 그 공간에서 내가 출연한 <갯벌>이 상영되었었다니 여전히 믿기지가 않고 그저 꿈만 같다. 이 꿈같은 시간이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우울하고 절망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나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 혁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GV를 진행해주고 객석에 앉아있던 나를 소개해준 윤성은 평론가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동안 부족한 나를 응원해주고 이번 <갯벌> 상영을 축하해준 모든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늘에서 부모님도 기뻐하시지 않으셨을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끝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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