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루제이(2016,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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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와 '소름' 시리즈의 호러 배우들이 뭉쳤다!!!)



 - 시골 마을 마트에서 중년 남녀가 마주쳐 어색 뻘쭘하지만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보아하니 둘이 아주아주아주 오래 전에 이 마을에 함께 살았고, 오랫동안 아주 예쁘게 사랑했던 커플이었나봐요. 하지만 이미 갈라선지 수십년이고, 여자는 결혼해서 애 둘을 키우고 있으며 본인 결혼 생활에 별 불만도 없고 그러네요. 더더욱 어색해집니다만. 그래도 일단 반가운 맘에 남자는 주저주저하던 마음을 누르고 '커피 한 잔'을 제안하고. 결국 둘은 추억이 어린 마을을 돌며 추억 여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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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촬영 시기 기준 두 분 다 40대 초반이었는데. 극중 역할은 그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사람들로 나옵니다.)



 - 짤을 보면 아시겠지만 흑백 영화입니다. 어차피 디지털로 찍었으니 '남과 여'처럼 필름 값 때문은 아닐 테고, 영화의 회고적 정서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겠죠. 뭐 어디 가서 촬영상 받을만한 특출남까진 없어도 충분히 갬성 터지게 잘 찍었어요.

 뭔가 '비포 선라이즈'스런 구석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시작부터 끝까지 둘의 대화로 흘러가거든요. 나중엔 대사 말고도 뭔가 다양한(?) 것들을 하긴 하지만 그 때도 배우들의 입은 쉬지 않구요. 당연한 수순으로 둘은 점점 다시 가까워지고, 감정이 다시 살아나고, 그러다가 드디어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하는 순간 그동안 숨겨둔 둘의 이별에 얽힌 이야기가 드러나며 고양된 감정이 좀 다른 방향으로 터지는. 그런 식의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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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 아주 잘 만든 이야기라고 칭찬하긴 좀 그렇습니다. 중년이 되고 세파를 빡세게 겪은 후 우연히 만난 10대 시절 옛 연인들... 이라고 보기엔 참 안 어울리고 이상한 일들을 막 하거든요. ㅋㅋ 제작비도 아끼면서 둘의 과거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잘 보는 와중에 불쑥불쑥 튀어 나와요. 

 하지만 마지막에, 그 진실이 드러나고 둘의 감정이 충돌하는 순간엔 그런 작위성으로 인한 아쉬움이 많이 녹아 없어지는 편입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구요. 또 그 동안 좋은 배우들이 성실하게 풀어서 보여준 캐릭터들 덕에 감흥도 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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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 + 역광 뒷모습 조합은 어지간해선 사진에선 살짝 치트키와 같은 것.)



 -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의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요. 사라 폴슨, 마크 듀플라스 둘 다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좀 더 인상적인 건 사라 폴슨 쪽이에요. 제가 이 분 연기를 꽤 많이 보긴 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참 이 분 나오는 작품들을 호러들만 줄기차게 봐 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ㅋㅋㅋ 이렇게 현실 세계의 평범한 여인네, 게다가 로맨틱한 역할을 맡아서 연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싶은데. 정말 잘 하고 또 배우가 매력적으로 반짝반짝해요. 사라 폴슨 팬이라면 꼭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뭐 그렇구요.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비포 선라이즈인 줄 알았는데 건축학 개론이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보단 훨씬 여성 캐릭터가 대접을 받는 영화였어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여자의 이야기로 끝난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암튼 좋게 봤습니다.



2. 패들턴 (2019, 8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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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딩턴 아니구요...)



 - 연립주택 윗집과 아랫집에 사는 친구 마이클과 앤디가 주인공입니다.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는데 둘 다 가족도 애인도 없이 혼자 살구요. 딱히 남들 보기 부러울만한 직업도 아니고, 성격이 사교적인 양반들도 아니어서 딱히 친구도 없어요. 서로만 제외하고 말이죠. 제목인 '패들턴'은 이 두 아저씨가 둘이서 놀려고 고안해낸 공놀이 이름이고. 둘은 이 '패들턴' 놀이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일상을 함께 합니다. 1층 마이클의 집에 모여서 함께 피자를 만들어 오븐에 구워 먹으며 오래된 듣보 쿵후 영화를 보며 시시한 잡담을 늘어 놓다가 각자의 집에서 잠이 드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마이클이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요. 의사는 살 방법이 없다고 하고, 마이클은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상냥한 의사는 합법적 안락사 약물을 처방해줍니다(...) 그리고 '난 내가 아직 멀쩡할 때 죽겠어'라고 선언을 하구요. 마이클과 앤디는 평소의 일상을 반복하며 조만간 찾아올 그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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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마크 듀플라스는 사이코 역할이 참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해맑음도 좋더군요.)



 - 무거운 이야기지만 기본적으로 코미디입니다. 캐릭터 설명만 봐도 알겠지만 둘 다 캐릭터 설정부터가 좀 코믹하고. 또 우리 마크 듀플라스의 '마이클'은 꽤 재치 있고 드립 잘 치는 아저씨거든요. 하지만 이런 유머는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윤활제이자 캐릭터에 대한 설명 정도이고. 불필요한 힘을 줘서 웃기는 장면 같은 것 없이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묵묵히 슬퍼하고, 자신의 슬픔을 친구에게는 숨기고. 남은 날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 보려고 애를 쓰면서도 순간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 오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결국엔 그 날이 오구요. 그냥 그런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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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아야 하는 영화인데, 충분히 보기 좋습니다.)



 - 역시나 배우들이, 그리고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이고 역시 둘 다 좋습니다. 이제사 하는 얘기지만 사실 위의 '블루 제이'와 이 영화는 모두 '듀플라스 브라더스' 프러덕션에서 만든 인디 영화... 니까 마크 듀플라스가 주연 겸 제작자구요. 감독도 같아요. ㅋㅋ 마크 듀플라스가 참으로 의욕 넘치는 기획,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각본도 두 편 다 본인이 썼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두 영화 다 듀플라스가 주연이긴 한데 본인 말고 공동 주연을 맡은 사라 폴슨, 레이 로마노에게 더 스포트라이트 받을 역할을 주고선 본인은 그걸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결국 진짜 주인공은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보고, 그걸 돕고, 그 후에 남겨져 살아가는 역할을 맡은 앤디에요. 둘이 함께 연기하는 장면들의 합도 정말 좋지만 순간순간 이 캐릭터가 보이는 감정적인 모습들도 참 짠하고 안타까우면서 또 공감이 가고 그랬습니다. 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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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과 작별을 준비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과의 작별을 경험하는 사람의 이야기 쪽에 조금 더 비중이 실립니다.)



 - 특별한 아이디어 같은 게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대체로 예전에 많이 본 이야기를 반복하는 영화입니다만. 섬세하게 잘 쓰여진 대사들과 장면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덕에 다 보고 나면 기대보다 상당한 여운이 남습니다. 먹먹하고 슬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사람 우울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기분을 남기는 이야기도 아니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세요. 저는 아주 좋게 봤네요.



3. 대니와 엘리(Tramps, 2016, 8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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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면 여자가 주인공이고 남자는 조연 같은데, 공동 주인공 맞습니다. ㅋㅋ)



 - 뭔진 잘 모르겠지만 범죄인데요. 그저 어느 장소로 가서 가방을 받아다가 다른 장소로 가서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범죄에 어쩌다 얽힌 청춘 남녀가 어리버리하게 그 쉬운 일을 망쳐 버린 바보 남자 때문에 1박 2일 동안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생하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건 장르인데요. 스릴러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그냥 로맨스라고 하는 게 좀 더 어울리긴 한데 나름 웃기기도 하니 뭐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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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어색하게 만난 예쁘고 잘 생긴 애들이)



 - 냉정하게 말해 이야기의 완성도만으로 별점을 준다면 별 넷도 아니고 다섯 개 만점 기준으로 둘 정도 줘야할 것 같은 영화에요. 참으로 느슨한 데다가 개연성은 걍 밥 말아 드셨구요. 뭐 본인들이 맡은 역할이 별 거 아니긴 했어도 어쨌든 범죄인 건 분명한데 별다른 긴장감 없이 그 일을 핑계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며 썸타러 다니는 두 청춘의 모습을 구경하는 게 영화의 핵심입니다. '니들 대체 뭐하는 거니?' 라는 생각이 자꾸 들죠.

 근데 문제는 이게 재밌다는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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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속으로 썸 타며 헤헤거리고.)



 - 네... 뭐 심플하게 말해서 그냥 두 캐릭터와 그걸 맡은 배우들이 그냥 참 귀엽고 호감이 가요. 좀 많이 어리버리 순박한 대니가 금방 여자에게 반해서 실실거리며 들이대고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도 귀엽고. 나름 똘똘하고 당찬 척, 철벽치는 척 하지만 사실 본인도 별 거 없고 또 금방 넘어가는 엘리도 귀엽구요. 어차피 둘 다 훈남 훈녀인 데다가 나이도 어리니 서로 쉽게 끌리는 것도 특별한 설명 없이 쉽게 납득 되고(...) 

 뭣보다 영화가 그 연애 감정이 피어날 때의 공기, 그 분위기나 느낌 같은 걸 은근히 잘 잡아냅니다. 보면서 '사귀어라! 사귀어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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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금방 이렇게 되는 배아프고 짜증나는 이야기입니다? ㅋㅋㅋ)



 - 범죄로 시작한 이야기이고 두 청춘 모두 삶의 환경이 개판이지만 그래도 저 '설레는 느낌'을 해치지 않게 잘 조율되어 있구요. 또 설레고 보기 좋긴 한데 이야기 자체는 참 싱겁군? 이라고 생각하며 보다 보면 마지막엔 참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나름 갸륵한 기분 들도록 잘 짜놓은 전개도 나와주고 그래요. 하하. 좀 느슨해도 소탈하고 귀여운 젊은 것들 연애질 보며, 뭣보다 불쾌한 자극 없이 걍 예쁜 영화 보며 기분 전환하고픈 분들께 추천합니다. 저는 잘 봤어요.




 + 덤으로. 위 세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패들턴 > 대니와 엘리 > 블루 제이였구요. 비록 순위는 마지막이지만 블루 제이도 상당히 좋게 봤어요. 그러니 많이 소박하고 작은 이야기를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로 즐기는 게 좋다. 뭐 이런 분들이라면 셋 중에 취향 맞는 걸로 하나 골라 보시면 큰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겁니다. 다들 사이좋게 런닝타임도 짧잖아요. ㅋㅋㅋ 셋 다 넷플릭스 등록 작품이구요.



 ++ '대니와 엘리'의 두 주인공은 참으로 처음 보는 무명 배우들이신 것 같은데 비주얼도 좋고 연기도 좋고 상큼하고 좋구나... 했는데. 확인해보니 대니를 맡은 칼럼 터너는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 고정 배역으로 나오고 있을 뿐더러 제가 바로 며칠 전에 본 '그린룸'의 주인공 밴드 멤버였구요. 엘리를 맡은 그레이스 반 패튼은 역시 제가 얼마 전에 본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에서 마이클 섀넌의 딸 역으로 나온 분이었어요. 아아 나의 기억력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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