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 1시간 42분. 장르는 호러와 코미디를 막 뒤섞은 성장물입니다. 스포일러는 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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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참으로 '폭발적인' 사랑 이야기 맞습니다.)



 - 미국의 한 시골 동네 고등학교(...)에 갑자기 해괴한 사건이 생깁니다. 수업 중에 학생 한 명이 팡! 하고 터져 버려요. 당연히 학교는 총기 난사 내지는 테러 사건이 벌어진 것과 비슷한 모드에 돌입하고,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보던 추모의 장이 펼쳐지고 장례가 치러지죠.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마라는 그런 거 크게 신경 안 쓰고 절친과 '우린 언제쯤 섹스 한 번 해보려나...' 라는 평소 관심사에 몰입합니다만. 같은 수업을 듣던 농군의 아들 딜런이 갑자기 급발진성 접근을 해 오고, 둘은 의외로 쉽게 잘 풀려요. 그렇게 흐뭇한 하이틴 로맨스 분위기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두 번째 학생 폭사 사건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호러 분위기를 펼쳐갑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주인공들은 귀엽고, 드립은 펼쳐지고, 대체 어떻게 수습될지 알 수 없는 이야기는 즐겁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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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인상적인 도입부입니다만. 여기서 코미디로 흘러갈 줄은... ㅋㅋㅋ)



 -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 감상 여부를 결정할 때 많이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 그냥 적어 봅니다. 이 영화 속 학생 폭사 사건에는 답이 없어요. 무슨 음모나 놀라운 배후, 납득 가는 이치 같은 게 있어서 주인공들이 그걸 파헤치고 위기를 극복해내는 그런 영화를 기대하신다면 보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자칫하면 결말을 보면서 화를 내실 수도 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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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짤만 봐선 싸이코패스 청소년들의 연애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 그럼 대체 그런 건 왜 나오냐. 그건 영화를 30분만 봐도 다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건 그냥 메타포에요. 영화 내내 바탕에 깔려 흐르다가 막판에 아예 대사로 말끔히 정리되어 전달되는 "인생은(특히 고3의 인생은) 엿같다. 그리고 우린 그걸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그렇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인 거죠. 미쿡 기준으로 말하자면 그 나라의 고딩들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을 망치겠죠. 갑자기 같은 반 학생이 돌아서 총기를 난사할 수도 있고, 어떤 미친 놈의 폭탄 테러에 휘말릴 수도 있고, 마약을 잘못해서, 음주 운전자 때문에, 아님 갑작스런 병 때문에. 뭐가 됐든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비극적인, 그리고 빠른 인생의 결말을 맞는 사람들은 세상에 쎄고 쎘습니다. 그렇게 한 순간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유 없이 혼자 빵! 하고 터져서 세상을 떠나는 게 뭐 대수냐. 대충 이런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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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십대 성장물답게 주인공에겐 절친이 있죠.)



 -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그 분이 연기하는 우리의 주인공 마라는 이런 성장물의 주인공치곤 참 무난합니다. 가끔 말이 좀 고약하게 나오고 자주 과한 드립 욕심을 부리다 상대방을 싸- 하게 만들긴 하지만 사는 데 특별한 문제도 없고 또 본인 말버릇에 비하면 참으로 평범 무난하게 사는 여고딩이에요. 영화의 테마와 잘 맞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평범 무난하게 사는 청춘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에 비해 이 분이 사귀는 남자 친구 딜런은, 역시 평범한 듯 하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주제를 표출하는 인물입니다. 오래 전부터 주인공을 짝사랑해왔지만 원래는 그냥 포기할 생각이었고. 그러다 폭사 사건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거든요. "어차피 내가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운명이라면 원하는 일을 참고 견뎌서 좋을 게 뭐람?" 참 알기 쉽고 친절한 영화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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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영화 주제를 스포일링하며 등장해주시는 우리의 남자 주인공. 배우 연기가 참 좋습니다.)



 - 하지만 우리 딜런님의 저 깨달음을 주인공이 바로 공유해 버린다면 이야기가 안 되겠죠. 게다가 별로 납득도 안 가는 공허하고 쉬운 '좋은 말'이 되어 버릴 거구요. 그래서 마라는 관객들을 대신해서 이런 불가해한 삶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고통 받고, 망가지고,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그러다 이야기가 끝날 때 쯤에야 그 모든 걸 이겨내고, 또 받아들인 후 처음에 이미 제시된 그 주제를 구현해 보여요. 되게 뻔한 전개지만 괜찮습니다. 마라가 겪는 그 고통의 과정이 참으로 와닿게, 가볍지도 않고 오버하지도 않으면서 절실하게 잘 전달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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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도 으르신들, 전문가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 일단 영화의 유머 감각이 상당히 괜찮아요. 제가 원래 머리로는 '재밌네. 웃기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늘 표정 변화 없이 무덤덤한 상태로 영화를 감상하는 캐릭터인데, 정말 육성으로 깔깔 웃었던 장면도 한 번 있었구요. 

 또 두 주인공들이 캐릭터도 뻔하지 않게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습니다. 마라 역의 캐서린 랭퍼드도 잘 하지만 딜런 역의 찰리 플러머가 정말정말 잘 해줘서 이 환따스띡한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해줍니다. 제가 전에 재밌게 봤던 '더 클로브히치 킬러'의 주인공을 했던 분인데. 착실하게 좋은 배우로 잘 크고 계시구나... 해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폭사'의 아이디어가 의외로 참 괜찮습니다. 언제, 어디서, 왜를 알 수 없이 갑작스레.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영화 내내 긴장감이 흘러요. 심지어 등장 인물들이 드립을 쳐대며 놀고 있을 때도 방심할 수가 없는 거죠.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게 바로 영화의 주제와도 잘 맞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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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심각해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개그씬과 연결이 되는데 그 후는 또 비극이고 그런데 또 개그가 나오고... 그런 영홥니다.)



 - 그래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성장담이 됩니다만. 굳이 단점을 찾아보자면 결말입니다.

 글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이게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다 보면 당연히 어떤 설명이나 해결을 기대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결말이 그런 쪽으로 정말 1도 관심 없이 정리가 되어 버리니까, 솔직히 저도 좀 당황했습니다. 뭐야 이거, 정말 이걸로 끝이야? ㅋㅋㅋ 

 그리고 영화가 참 친절하거든요. 뭔가 격하게 딴 짓을 하면서 보지 않는 이상에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 못 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게 주제를 드러내는 스타일이고. 그게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또 다시 한 번 총정리가 됩니다. "아니 뭐 이럴 것까지야"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면 거짓말입니다. 정말로 그렇게까지 상냥할 필욘 없었던 것 같은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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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그 인기에 비해 좀 아쉬웠는데. 이 영화는 재밌고 배우 연기도 여기서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 그래도 어쨌거나, 설사 결말에서 좀 실망을 한다 해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참 웃기고 뭉클하고 애틋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고로 틴에이저 성장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해요. 또 좀 힘 빠진다는 결말도 생각해보면 그래요. 사방에 넘쳐나는 '세상을 좀비 아포칼립스로 비유한 이야기'들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잖아요. 거기에 정확하고 간결한 설명이나 해결책이 등장하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지 않나요. 대충 매력적 떡밥으로 시작해 놓고 수습을 포기하는 이야기들과는 다릅니다. 애초에 수습될 수 없는 주제를 다룬 이야기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그리고...

 어쨌거나 웃기고 재밌고 애틋하다니까요. 그럼 된 거죠 뭐. ㅋㅋ 잘 봤습니다.



 +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넷플릭스 썸네일에 한글 제목이 안 붙어 있어서 수입 안 됐던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원제 'Spontaneous'만 적혀 있어서. 다 보고 영화 정보 검색하다가 뒤늦게 한글 제목을 알았네요. 



 ++ 감독님의 이전 경력을 찾아보니 원래 작가로 활동하다 이게 데뷔작이더군요. '사탄의 베이비시터' 각본을 썼고 '러브 앤 몬스터'의 각색을 했습니다. 뭔가 확고한 취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차기작은 '북스마트'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케이틀린 디버와 함께한 영화라는데 시놉시스 조차 공개가 안 돼 있어서 뭔진 모르겠습니다만. 제목이 'No One Will Save You' 따위인 걸 보면 이번에도 제 취향이 아닐까 살짝 기대해 봅니다.



 +++ 적절한 짤을 못 찾아서 안 올리고 글에 적는 것도 깜빡했는데, 주인공 엄마 역의 배우가 파이퍼 페라보입니다. 달빛과 싸우시던 그 분이 어느새 만 17세 고3의 엄마 역이네요. 


 

 아니 뭐 22년전 영화니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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