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온 거 아셨어요? (잡담)

2022.08.28 15:22

thoma 조회 수:641

두 달 가까이만에 혼자 긴 산책도 하고 잠깐 운전도 했습니다. 새벽에 얇은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게 하더니 그새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해졌네요.

지난 여름은 심하게 덥진 않지 않았나요. 한여름 앞두고 다쳐서 걱정을 했는데 그나마 심한 더위가 오래 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커피가 맛 있어지는 계절이 왔어요. 작년 이맘 때도 요 문장을 넣어 일상 글을 쓴 거 같아 찾아보니 맞네요 ㅎㅎ 사용하는 어휘나 사고의 흐름(가을이 되면 커피향이 좋아진다. 뭐 이런. 광고영향일 것 같은 의식의 흐름)이 내 울타리 안에서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거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익숙하게 사용하는 어휘의 수를 조금은 늘이고 싶은데, 발전이 없네요. 어려운 단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어휘를 한정시키는 것 같아요. 쉬운 단어로 풍부하게 쓰기가 제 주제에 가능이나 할지. 빈약한 어휘력을 방어하는 생각일 뿐인지도 모르겠고요.

그건 그렇고 지난 두 달 커피를 안 했는데 잘 살아지네요? 우선 순위로 다뤄야 할 부자연스런 몸에 집중하다 보니 금단 증상 같은 거 하나도 모르겠고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근데 슬슬 커피 생각이 또 동하는 걸 보면 살만해 진 게 틀림없는데 이참에 다른 마실 것으로 갈아탈 수 있을까 궁리합니다. 커피가 뼈에는 안 좋다는 걸 들어서요. 무엇이 커피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그런 먹을 것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네요. 


일 년 전에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그래도 그나마 듀게에 그럭저럭 적응해 나갔다고 생각해 봅니다. 시간과 습관의 힘이겠습죠.

Sonny 님 심도 깊게 생각하신 거와 그에 따른 다른 분들 댓글도 읽고 하니 가끔씩 고개를 들던 듀게 상황에 대한 의문들이 같이 좀 정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예전에 눈팅 위주일 때, 온갖 종류의 글이 많이 올라 올 때가 딱히 그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하루 글이 서너 개 뿐일 때는 씁쓸해지곤 하는데요, 뭐 이 부분도 많은 회원들이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바쁠 연령대가 아닐까, 심정적으로도 열쩍은 글 올리기엔 에너지가 넘치는 연령대는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은 해봤고요. 

커뮤니티는 트위터와도 다르고 듀게는 다른 커뮤니티와 또 달라서 맞는 사람에겐 오래 가야 할(가기를 희망하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다 여행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다른 곳에 가서 올라오는 글을 보면 정치적, 정서적으로 심히 피곤합니다. 가끔 듀게에도 그런 글이 올라오긴 하지만요. 제 경우이긴 한데 듀게는 글을 쓰고 나누려고 할 때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안정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어제 ebs 방송에서 eidf '자화상'이라는 노르웨이 다큐를 봤습니다. 10살부터 시작된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앓는 28세 사진작가를 몇 년간 따라가며 찍은 것인데 거식증이 이렇게 무서운 병인 줄은 예전에는 몰랐네요. 안타깝고 보고 있으면서 방법이 없을까 싶어지고 점점 더 납득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어요. 젊은 여성에게 거의 확인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다큐의 주인공이 찍은 사진들은 인물 사진이고 자신을 모델로 해서 찍은 것이 많습니다. 유명 사진작가들에게 인정과 찬사도 많이 받더군요. 특히 본인을 찍은 사진들은 참 강렬합니다.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드러난 몸을 이런런저런 포즈를 취해 찍은 것이에요. 타인들도 똑바로 보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자신은 그러한 자기 신체를 어떻게 확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자신의 그 신체를 찍고 확인하고 확대해서 전시할 수 있는, 거기까지 나아갈 수 있는 정신은 저같은 사람에겐 상상이 어렵습니다. 보고 나니 마음이 착잡하더라고요. 

오늘 마지막 날인데 저녁(6시10분)엔 이창동 다큐를 하네요. 이 감독의 말에 의하면 다큐 감독이 펜데믹으로 입국이 어려워 자신이 직접 찍었고 본인 영화에 대한 설명 위주라 아쉬운 면이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맞으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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