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의 노력의 연속성...

2022.07.22 02:01

안유미 조회 수:430


 1.이상하게도 술을 먹으면 꼭 무언가를 먹고 싶어져요. 그것도 간단한 스낵 정도가 아니라 아주 거한 것...국물과 고기가 있는 것. 아주 큰 피자라던가 치킨 한마리...이런 것들요.


 그리고 그렇게 술기운에 거한 걸 먹으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돼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잠들어버릴걸...하는 생각과 함께요. 그랬으면 가벼운 몸으로 잠들고 다음날 편하게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하면서.



 2.휴 뭐 어쨌든. 열심히 살고 싶네요. 여러분은 열심히 살고 싶나요? 하긴 다들 그렇겠죠. 문제는 사람들이 말하는 '열심히 살고 싶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가 아니예요. 사실 그 말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과 동의어죠. 


 사실 열심히만 사는 게 목표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도 돼요. 아니면 아무도 월급을 안 주더라도 그냥 동네를 청소하면서 살아도 되고요. 그러나 나이 먹고 나서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르바이트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예요. 20대까지는 뭐든 열심히 하면서 살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버리면 해놓은 게 없어도 자의식은 커지거든요.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일, 중요한 일이 아니면 열심히 살 의욕이 안 들어요.



 3.뭐 그래요. 30~40살 먹고 열심히 살고 싶다라는 말을 주워섬기는 사람들은 사실 '중요한 사람이 되게 해주면 열심히 살겠다. 그때는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라고 주워섬기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 인생에 중요한 일이 맡겨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어요? 진짜 평생을 부지런히 일해온 사람, 단 한번도 백수생활을 안 해보고 쭈욱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도 '중요한 일'은 잘 맡겨지지 않아요. 



 4.휴.



 5.하물며 평생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열심히 살지 않다가 어느날부터 열심히 살고 싶다고 한탄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런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맡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겠죠. 


 세상 일이란 게 3층을 가려면 2층까지는 올라가 있어야 하고 30층에 올라가려면 29층까지는 가있어야 하니까요. 2부 리그에 올라가려면 먼저 3부 리그에서 우승해야 하고 1부 리그에 가려면 먼저 2부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하죠. 챔피언스리그에 가려면 1부 리그에서 한 손가락 안에 들어야 하고요.


 

 6.뭐 그래요. 40살 먹고 열심히 살고 싶다...열심히 살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 건 챔피언스리그에 보내주기만 하면 열심히 뛸 자신이 있다...라는 말과도 비슷한 거겠죠.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정말로 재능있는 사람도 있긴 있을거예요.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의 주연 배우도 그랬듯이, 오랜 세월에 걸쳐 열심히 살아야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기회가 주어지는 거예요.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어느날 갑자기 '나는 브레이킹 배드 주인공을 시켜주기만 하면 멋진 연기를 해낼 수 있어.'라고 외치고 다녀서 주연 자리를 따낸 건 아니니까요. 그는 월터 역을 따낼 때까지 매우 찌질한 역할...존재감없는 역할들을 많이 했어요.



 7.어쨌든 사람이란 생물이...그래요. 20대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든 서빙을 하든, 뭘 하든 열심히 살 수 있죠. 젊은 시절에는 뛰는 무대가 챔피언스리그가 아니어도 열심히 살 수 있는거예요.


 그러나 사람은 열심히 살았든 열심히 안 살았든,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조건을 원하게 돼요. 심지어는 '열심히 사는'것에서조차 조건을 따지게 되죠. 나이 먹고나서 아르바이트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불만 가지지 않고 열심히 사는 건...어지간한 사람은 불가능한 일인 거예요. 번듯한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이제부터는 열심히 살 수 있다고 스스로 믿으면서 살게 되죠. 


 사람이란 생물은 정말 간사하거든요. 열심히 살지 않았어도...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 싶어한단 말이죠. 열심히 살지 않았어도 같은 나이대에서 성공한 사람들...최소한 차장급은 되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하고요. 



 8.어쨌든 그래요. 나이를 먹으면 열심히 사는 데에도 자격증이 필요하단 말이죠. 그 나이까지 열심히 살았다는 자격증 말이죠. 어느날 갑자기...정말로 대오각성해서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으로 고쳐먹어도 이미 그런 기회들은 다 날아간 타이밍이라면 무리인 거예요.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곤 해요. 열심히 살고 싶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고 그랬던 건 사실 공허한 소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요. 그 말을 가만히 분석해 보면 '누군가 내게 열심히 살 건수를 들고 와주면 그땐 열심히 살아 보겠다'랑 같은 소리니까요.


 사람의 인생은 토양과 비슷하거든요. 원래는 아무리 질 좋은 토양이었더라도...온갖 가능성을 품은 토양이었더라도 10년씩 내버려 두면 거기서는 곡식이나 꽃이 자랄 수 없게 돼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물을 대주고 땅을 골라주고 씨앗을 다 뿌려주는, 마법적인 도움이 없다면 다시 일어나서 뛰기 시작하는 건 힘들죠. 휴...뭐 그래요. 마법...마법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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