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작이니 31년 전. 그럼 이제 이것도 고전인가요(...) 런닝타임은 좀 늘어서 127분. 결말이 매우 뻔하니 스포일러는 있는 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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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참 무섭.......)



 - 날씬한 근육질의 드 니로가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닉 놀테는 변호사인데 잘 나가고 부자이고 아내, 딸, 강아지라는 가족 구성도 같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라요. 남편은 바람, 아내는 신경쇄약 무드에 딸래미는 부모들 꼬라지에 상처 받고 엇나가는 틴에이저. 그 시절 미국 영화에 단골로 나오던 전형적인 콩가루 구성이에요.

 어쨌든 이후 기본 전개는 같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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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 가장 다른 부분이 이 가족 상태인데, 사실 뭐 크게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습니다.)



 - 원작자 공인 팬픽 같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각주와 해설로 가득한 원작에 대한 학습 교재 같기도 하구요. 하나하나 뜯어 보면 굉장히 많은 부분을 뜯어 고쳤는데 그게 뭔가 그냥 새로운 게 아니라 원작에 대한 해설 아니면 보강 같은 느낌이라서요.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케이디의 원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원작의 케이디가 왜 다른 사람 다 냅두고 그 양반을 노리는지 설명이 없거든요. 여기선 그걸 아주 명쾌하게 케이디 본인이 설명합니다. "판검사는 자기들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하지만 넌 내게 유리한 증언을 감췄잖아. 너는 내 변호사였는데!!!" 그랬군요. 나름 합리적입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개연성 빵꾸들이 부지런히 땜질 되구요.


 딸래미와 아내와 관련해서 케이디가 뿜어내던 변태적인 기운들도 여기선 걍 구체적, 노골적으로 보여줘요. 케이디가 강당에서 딸을 만나는 장면 같은 건 분명히 1960년대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고 이 영화엔 이렇게 '그 시절엔 넣고 싶어도 못 넣었을' 장면들이 많습니다. 케이디의 폭력들도 노골적이구요.


 가끔은 그냥 유머러스하게 셀프 디스를 하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제일 웃겼던 건 그 원작의 '케이프 피어 작전'에 대한 대사였어요. 원작을 보면서 주인공이 그걸 떠올릴 때 '저게 뭔 무책임한 미친 계획이냐' 했었는데, 여기선 로버트 미첨이 제안하는(ㅋㅋ) 그 계획을 주인공이 저렇게 말하며 즉각 야멸차게 거부해 버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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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연기자의 기본 소양은 체중 & 몸매 자유 조절!!! 같은 인식을 심어줬던 나쁜 대배우님.)



 - 90년대 시대상이나 헐리웃 트렌드를 떠올리게 하는 그 시대식 업데이트도 많습니다. 

 주인공네 사정 부터가 전형적인 90년대 유행 '가족 해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집안이죠. 

 주인공은 더 이상 선량하지 않아요. 주관적 정의를 위해 스스로 법을 어긴 사람이고, 이 고난의 일부는 자업자득. 물론 이 놈의 집구석!! 꼬라지에도 가장 기여도가 커요. 좋은 남편도 훌륭한 아빠도 아니거든요.


 원작의 폭력 장면들은 사실 극도로 단순하고 딱히 포인트가 될만한 부분 없이 걍 이야기에 녹아 있는 식이었던 데 반해 이 영화의 액션은 디테일도 많고 포인트도 많으며 매우 90년대스럽게 짜여집니다. 케이디가 막판에 주인공네 보디가드 역할하는 사람을 해치우는 장면을 비교해보세요. 줄리엣 루이스가 케이디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도, 케이디의 최후도 모두 다 '나는 90년대 스릴러입니다' 라는 느낌이 가득해요.


 그러다보니 이 영화를 감상하는 건 좀 재밌는 상황이 됩니다. 리메이크라고 해봐야 30년이나 묵은 '옛날' 영화잖아요. 원작은 30년을 거기에 추가해서 60년 전이고. 그러니 지금 이걸 보면 왕고전을 리메이크한 고전을 보게 되는 셈이죠. 러시아 인형 감상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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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악의 근원. 집안 꼴은 물론이고 복수극도 결국 본인이 자초한 것이니...)



 - 그런데 제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그 '90년대 느낌'이었습니다.

 나름 최신으로 업데이트한 건 알겠는데 그게 이미 30년전이다 보니 2022년에 보기엔 좀 구린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라리 원작이 낫지 않나 싶은 거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차라리 화끈하게 낡으면 빈티지 느낌인데 어중간하게 낡으면 그냥 낡은 느낌이랄까. ㅋㅋ

 대표적으로 막판의 대결 장면들이 그래요. 케이디가 주인공의 집에 침투하는 방법이라든가, (설마 모 영화의 인용 같은 건 아니었길 ㄷㄷ) 마지막에 강으로 도망치는 가족을 따라가는 방법 같은 거요. 뭔가 관객들을 놀래킬 트릭 같은 걸 넣고 싶었나본데 그것 때문에 케이디의 가오(...)가 심히 떨어집니다. 그냥 그 시절 스릴러들에 종종 나오던 지나치게 성실하고 말도 안 되게 유능한 B급 범죄자들이 생각나더라구요. 줄리엣 루이스의 불쇼 퇴치 같은 것도 뭔가 그 시절 명장면 갬성 가득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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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샷이 좀 신기하게 골라져서 제시카 랭이 여유롭게 구경하는 느낌이라 웃깁니다.)



 - 드 니로는 잘 했습니다. 근데 케이디의 캐릭터가 뭔가 시적인 존재에서 산문적인 느낌으로 변해서 미첨 버전 같은 알 수 없는 공포감 같은 건 덜해요. 훨씬 잔인하고 훨씬 변태 같고 되게 구체적으로 와닿지만 동시에 혼령계에서 지상계로 내려온 느낌이랄까요. 이건 취향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제겐 미첨 버전이 더 좋았구요.


 닉 놀테는 뭐랄까... 역시 배우는 열심히 했고 또 잘 했지만 좀 미스 캐스팅 같았어요. 원래 이 배우는 리즈 시절 기준으로 로맨스에 나와도 나쁜 놈 같고 세 보이고 그러지 않았나요. ㅋㅋ 나름 마냥 선이 아닌 결함투성이 회색 지대 인간으로 만들고팠던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관객 이입도가 떨어지는 캐릭터와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어요. 게다가 결말도 그래요. 위기의 가장이 결국 물리적 위협 덕에 가족을 봉합해낸다는 당시 오락물들 공식을 따라가는 것도 지금 보기엔 좀 없어 보이는 데다가, 아무리 봐도 그 캐릭터가 인간적으로 뭔가 성장한 부분이 전혀 없는데 그렇게 끝나 버리니 요즘 기준으론 되게 별로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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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대화가 안 될 땐 사이코 범죄자를 불러다 물리치면 다 해결 됩니다!!!)



 - 암튼 뭐.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습니다.

 이 1991 버전은 1962 버전보다 더 친절하고, 자세하며, 더 자극적 폭력적이며 스케일도 커요. 거리의 퍼레이드 장면처럼 엑스트라 많이 동원해 연출한 장면도 있고. 마지막의 보트 하우스 결전에도 폭우를 집어 넣어서 스펙터클한 액션을 만들어냈죠. 그냥 재미로 볼 때 원작보다 못하진 않은 영화라고 보구요.

 다만 시대적 한계와 덕심 폭발 스콜세지의 수다(?) 때문인지 뭔가 원작 같은 포스는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제 픽은 원작입니다. ㅋㅋ

 그래도 원작을 재밌게 보셨다면 그 기억 남아 있는 동안에 이것까지 달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원작에서 바꾼 부분들을 찾아보며 스콜세지의 해석, 의도 같은 걸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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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라는 것이 무의미하게 팡팡 터지는 현장!!!)





 + 제시카 랭, 줄리엣 루이스 같은 좋은 배우도 나오고 또 다 잘 합니다만. 딱히 뭔가 얘기할만한 건 없네요. 대략 소도구 느낌 캐릭터들이라. 호기심에 줄리엣 루이스의 당시 나이를 확인해봤더니 한국 나이로 19세, 만 나이로 18세였어요. 아무래도 원작 딸에 비해 좀 부담스런 장면이 있다보니(...) 덧붙여서 로버트 드 니로와는 30살 차이입니다. (쿨럭;)



 ++ 사립탐정 역의 조 돈 베이커란 분 참 낯이 익으신데. 검색해보니 지금 10년만에 촬영 준비중인 주연작(!)이 있으시대요. 1936년생이신데... 허허.

 초반에 케이디에게 봉변 당하는 여성 역할 맡으신 분도 그 시절 자주 보이던 분이었죠. 전 '투 다이 포'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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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본 작품은 별로 없는데 워낙 인상이 강렬하셔서.)



 +++ 참 팬심 가득하다 느꼈던 게 원작의 버나드 허먼 음악을 가져다 살짝 편곡해서 다시 쓰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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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분의 카메오였죠.

 아마 좀 웃으라는 캐스팅이었겠죠. 공수 교대 모드로 왕림하시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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