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차, 잠수함 ㅎㅎ

2022.08.06 13:50

thoma 조회 수:537

최근에 본 영화들을 떠올리다가 탈 것들과 관계 있네 싶은 겁니다.(잠수함도 '탈 것' 맞죠??) 그래서 같이 묶어 올려 봅니다. 


콜래트럴(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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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작품 중에서 '히트'보다 더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톰 크루즈의 그 많은 출연작 중에서도 제일 멋진 연기 아닌가 싶고요. 아무리 '7월 4일생'에서 머리가 벗어지거나 '바닐라 스카이'에서 얼굴에 흉을 만들고 뱀파이어로 이빨을 끼워서 '연기합니다' 역할을 해도 이 영화의 연기가 제일 좋으네요. 악역이라 더 멋져 보이는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톰 크루즈 필모 중에서 아마도 악역은 유일하지 않은가요? 

제이미 폭스 비롯해서 출연진이 다 잘했는데 이번에 다시 감상하면서 아니 저 날씬쟁이 형사가 마크 러팔로였나? 하비에르 바르뎀도 나왔다는 거 잊고 있었네? 가방 건네 주려고 나온 사람 제이슨 스타뎀이네?(전에 볼 땐 제이슨 스타뎀은 모르는 상태였어요) 마이클 만은 한국에 관심 있나? 싫어하나? 등등 뭐 이렇게 새로 보이는 게 많은지 세 번째 다시 봤는데 여전히 재밌네요. 또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지 귀에 들어온 게 음악입니다. 이전엔 나이트 총격 씬에서 사용된 음악에 가슴이 울렁울렁했는데 이번에 보니 곧곧에 음악 사용이 다 좋은 겁니다. 

게시판에서 얼마 전 언급된 마이클 만, 주말 tv영화에 '파 앤 어웨이' 예고 그리고 이 글 아래 '특전유보트'(ㅠㅠ) 아마도 이런 영향으로 일련의 의식의 흐름이 마침 넷플릭스에 있는 '콜레트럴'을 다시 보게 한 거 같습니다. 다 보셨겠지만 혹시라도 안 보셨으면 특급 오락영화이니 보시길, 음악 나올 때 볼륨업하시고 즐기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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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기관차(Runaway Train,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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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 존 보이트, 에릭 로버츠, 레베카 드모네이 출연.

이 영화는 우연히 어느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한다는 알림을 봤는데 눈덮힌 알래스카에서 폭주하는 기차라니 넘 유혹적이라 찾아보니 왓챠에 있네요? 얼릉 봤습니다. 존 보이트는 나이 든 후엔 조연으로 여기저기서 봤었는데 주연 작으론 저는 '챔프' 기억나고 아무래도 대표작인 '미드나잇 카우보이' 기억나네요. 

악역으로 얼굴을 익힌 에릭 로버츠가 철없는 젊은 수인으로 나오고요. 존 보이트는 알래스카의 이 교도소에서 탈옥 시도 등으로 걸핏하면 독방에 갇히는 존경받는? 경륜있는 수인으로 나옵니다. 둘이 탈옥해서 도망치는 과정에 기관사가 급사한 블레이크 고장난 기차를 타게 됩니다. 철도 회사에서 기차를 세우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은근히 탈옥을 조장했던 존 보이트에게 앙심 품은 교도 소장은 목숨을 걸고(왜?) 추적을 하고...내용은 이것인데요. 눈밭을 달리는 기차와 세우려고 시도하며 좁은 칸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세 인물(도중에 자다가 깨서ㅎㅎ 합류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깁니다.)의 갈등의 드라마이면서 탈옥 영화니 당연히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찬가이기도 합니다, 라고 엄벙덤벙 정리해 봅니다. 뜨거운 지역의 탈옥 영화에 '빠삐용'이 있다면 차가운 눈의 고장엔 '폭주기관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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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U보트(Das Boot,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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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말로만 듣던, 1941년 배경의 3시간 28분의 감독판 '특전U보트'!!  - 추천하지 않을게요. 

저는 긴 영화도 뭐 잘 봅니다. 보이후드, 아이리쉬맨, 드라이브마이카, 해피아워(두어 번 쉬는 시간만 있으면) 등 다 얼마나 재밌나요. 그런데 이 영화는 잠수함 영화입니다. 밤바다와 달이 미적인 감흥으로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바다 속의 물고기와 해초의 움직임 같은 거 하나도 안 나오고요. 그냥 수면에선 출렁이는 물살을 얻어맞으며 망원경을 잡는 장면 뿐이고 수중에선 연녹색 물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작은 잠수함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임무 수행을 하는데 도대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금 발사한 어뢰가 적함을 맞춘 건지 어떤지 조차도 암중 모색하며 서로 조용히 해! 라고 소리치며 귀 기울여야 되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영화의 중반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기까지 멀쩡하게 투입된 오십여 명의 군인들이 수염과 땀에 뒤덮이고 기름에 쩔며 좁고 긴 공간의 압박감을 견디는 내용이 계속됩니다. 보통 영화 한 편의 분량 동안 별 사건 없이 이들의 견딤을 함께 견뎌야 해요. 그래서 추천을 못 하겠습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 취약한 분들은 피하셔야 될 영화입니다. 이 더운 여름에 왜! 나는 이 영화로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는가? 감독은 뭐 믿고 지금까지 아무 재미 요소를 안 만들어 넣은 것인가. 그래도 견뎠습니다. 그리고 뒤로 가면서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보상은 앞 부분을 건너뛰면 오지 않으니, 견뎌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잠수함에 탄 군인들은 군인 아니고 기술자입니다. 일반적인 전투력 있는 군인일 필요가 당연히 없지요. 모두 잠수함 내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맡은 부분을 수리 할 수 있는 기능인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뽑아 정신력을 훈련한 것이겠죠. 영화가 중반을 넘으면 이들이 조금 유령처럼 변하는 느낌도 듭니다. 적을 피해 해저로 내려갈수록 압력이 커지거나 공기가 희박해져서 고통을 받는 중에 적의 포 공격을 받으니 혼미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는데 그게 순간이 아니라 긴 시간의 현실로 이어지니 미칠 지경이 되는 거 같습니다.


한 고비를 넘기고 연료와 식량 공급을 받기 위해 독일 상선과 접선하여 잠시 그 배로 장교들이 올라갑니다. 그 배의 선장이 성찬을 마련하고 '영웅'들을 칭송합니다. 적군을 퇴치한 모험적 경험이나 적이 위에 있고 물 밑에 있으면 어떤지 얘기해달라고 하고요. 함장 비롯 이들은 '이번엔 거의 죽음에 가까웠습니다. 깜깜합니다. 조용합니다' 이런 얘길 할 뿐입니다. 선장은 영웅적이다, 경이롭다고 감탄하고요. 잠수함에서 이들이 배의 균형을 맞추려고 선수와 선미를 이쪽저쪽 뛰어다니고 적의 배에 들키지 않기 위해 숨죽이며 기다리거나 볼트나 전선으로 물이 새는 것을 수리하는 것들은 지극히 실제적인 문제들인데 상선의 선장 같은 사람의 언어는 이차적인 공허한 느낌을 줍니다. 상선 선장의 언어는 구경꾼의 흔한 반응이었으며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현실의 잔인함과 장엄함 앞에서 조잡할 뿐이었어요.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의지와 연기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저 역시 구경꾼에 불과하지만 조금이나마 잘 봐야겠죠.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큰 tv로 봤는데 화질이 아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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