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계속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질문글을 올리는 게 쑥스럽습니다만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종종 비행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구치소 등의 시설에 수감된 청소년들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수감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수감 자체에서 오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가족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졌다는 생각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합니다.

매일같이 부모님이 면회를 오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구속기간 동안 한 차례도 부모님의 방문을 받지 못한 청소년도 있거든요.

후자와 같은 경우 고립된 채, 외로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제3자인 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아...언변이 없어서 실제로 만났을 때 말로 위로를 제대로 해주지도 못합니다.ㅠㅠ 노력하는데도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꼰대의 훈계?ㅠㅠ)

가끔 그들을 만나러 가서 딱하다, 싶은 경우에는 드물게 제가 책을 구입해서 넣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청소년이 읽을만한 도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계

속 보내고 있는 책은 재밌다고 소문난(저는 읽지 않고 소문만 들었던) "완득이".

"완득이"를 계속 읽지도 않고 보내다가(ㅠㅠ 그래도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으니..) 지인이 기증(?)한 책이 있으면 그 책도 보내곤 했었어요.


그렇지만 좀 리스트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영험하신 듀게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청소년시기에 난이도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회가 닿는대로 다독을 하는 편이었지만, 

제가 만나는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 냉소적이 되기 쉬운 처지,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으로 고려를 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요.

(사실 제가 직접 읽고 책을 선정하는 게 좋겠지만...목적성을 가지고 책에 접근하려고 하면 재미가 없...ㅠㅠ)

제가 추천을 받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책들이에요.


1. 재밌어야 한다.(받는 사람의 기쁨을 고려. "이야기 자체의 힘"이 있어서 정신없이 아이들이 빠져들 수 있는 책이면 좋겠습니다.)


2. 난이도가 낮은 편이면 더욱 좋다.(받는 사람들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는 것을 고려.)


3. 훈계조가 아니되, 읽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주어야 한다.(결국 추구하는 목적. 예를 들면, 어떠한 직업에 대한 선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음...다크나이트라이즈 관련 게시물이 넘실넘실대는데, 그 사이에 이런 질문글을 과연 몇 분이나 보아주실지 걱정됩니다만,

듀게 분들!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특히 여자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혹은 이런 상황에 이런 책이 좋겠다,라는 구체적인 조언도 환영환영합니다!)



+덧)

지난 달에 추천받은 어슐러 르 귄의 작품들은 하나씩 클리어하고 있습니다.

저도 무사히 헤인 테크를 타고 있어요. 

 

"바람의 열두 방향"은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단편 "겨울의 왕"과 "제국보다 광대하고 느리게"가 아주 좋았어요. 

겨울의 왕을 보면서는 "어둠의 왼손"의 모 인물이 그토록 평화를 갈구했는데도, 결국 후대에...라는 생각에 좀 착잡해졌지요. 물론 "겨울의 왕"이 먼저 작성되었지만.

"제국보다 광대하고 느리게"는 무진장 로맨틱하다고 느꼈습니다. 대놓고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도 두 인물의 교감의 순간을 묘사해내는 솜씨에 감탄했어요.


"로캐넌의 세계"는 SF와 환타지 사이의 어드메 있는 소설로 보입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조금씩 안타까웠어요.(셈레이의 목걸이도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이야기였고.) 

헤인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는 기술(이름이 뭐였죠;)은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같지 않나요? 이 설정이 "유배행성"에서 낭만적으로 활용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유배행성"과 "환영의 도시"는 설정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고립되어 쇠퇴해가는 문명, 문명의 잔재속에서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설정은 참 매력적이에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환영의 도시"는 특히 신나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배행성"의 후일담이기도 하고 "셈레이의 목걸이"와도 연결되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흰 얼굴에 고양이 눈의 종족...글로 읽었을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영문 초판 표지 그림을 보니 좀 후덜덜 하더군요.(http://en.wikipedia.org/wiki/City_of_Illusions)


"빼앗긴 자들"은 정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구성이 너무 훌륭했고, 그 구성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드러나는 것 같았어요. 양 세계의 묘사가 세세한 곳에까지 모두 탁월한 것은, 냉전시대를 실제 경험했던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주인공 인물 자체의 매력은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저는 우라스의 학자 집단에 대한 묘사가 재밌더라고요) 작가의 낙관주의? 진보에 대한 믿음?이 잘 나타나 있어서, 책 자체가 참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점점 확장되는 헤인 시리즈의 세계관 안에서 개별 작품을 생각하면 개별 작품들도 그 의미, 무게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가장 처음 읽었던 "어둠의 왼손"이지만, 이 시리즈 안에서 이 책의 의미도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이제 가지고 있는 책 중 남은 책은 바람의 열두 방향의 남은 단편들과...댓글에서 Ally님께서 추천해주셔서 덥썩 사버린 "Four Ways to Forgiveness"원서 입니다.

이걸 한참 기다려서 배송받긴 했는데, 과연 언제 읽을까요.(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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