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업신청하면서도 직접 글 쓸 기회가 있을까 했는데, 필연인지 라이즈 개봉에 즈음하여 쓰기 권한이 생겼습니다. 자연히 가입인사하게 되네요.
저는 3번째 영화를 월드컵 기다리듯이 기다리다가 (심지어 인셉션까지 원망하면서) 어제 새벽 용산에서 봤는데요, 무엇보다 스포일러에서 자유로와져서 좋네요.

#1. 
저한테는 3부작 중에 최고였습니다. 굳이, 지네끼리 등수놀이 시키자면 라이즈>비긴즈=다크나이트입니다.

비긴즈의 동굴탐험씬(라이즈에서 블레이크가 재현), 내로우스(구룡성채을 연상시키는 작은 섬과 아캄이 이 섬안에 위치한 설정), 카울이 할로윈호박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너무 독창적이고도 확고해서 3부작 전체에서 놀란 배트맨의 가장 큰 상징으로 남아 있고, 이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다크나이트가 시리즈의 방향성을 판타지에서 하드보일드로 돌려놓았다면, 라이즈는 결국 시리즈를 당분간 범접할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완성했다고 생각됩니다.

음악조차도 없는 베인과의 첫 격투씬에서는 같이 힘들고, 도망가던 바이크를 툭 치면서 Batpod 첨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핑 돌 뻔. 비긴즈에서 "WHERE ARE YOU!!!" "Here." 장면을 활용한 소품이나, 셀리나와의 콤비 액션장면도 훌륭했고요.

#2. 
저는 첫 코스튬을 약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베일도 언급한 짐승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목(베일은 새 수트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되긴 합니다만),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자잘한 설정들, 무엇보다 카울의 조그맣고 안쪽으로 모여지는 귀가 너무 배트맨다와서 좋습니다.

근데, 다크나이트나 라이즈에서나 새 코스튬은 명색이 케블라인데 나이프에 너무 취약하네요. 
모가지와 몸통 움직임이 자유로와진 대가로 두 번이나 칼에 당하다니, 두 번째에는 브루스도 아차 싶긴 했을까요?

#3.
베인이 거래소에서 무슨 짓을 해서 브루스를 bankrupt시키는 내용은 긴장 안하고 있다가 대사도 대부분 놓치고 자막도 못 쫓아갔는데, 브루스가 풋거래를 하도록 한 건가요? 암튼, 어떤 매직을 썼길래 도련님을 하루아침에 집에 전기가 끊기는 가난뱅이로 만들다니.

3-1. 편집이나 화면 한계상 영화가 설정을 충분히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면 다크나이트에서 2 IFC 꼭대기까지 올라가실 수 있으신 분이, 바로 라우의 오피스로 침투하지 않고 굳이 아크로뱃을 한다던가, 레이첼 하나 더 탑승(?)했다고 글라이더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자동차 위로 어글리하게 떨어지는 장면들 같이요. 그러나, 정색하고 '전관예우가 뭐예요?"라고 묻고 그걸 또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 보다는 궁금한 놈들이 찾아보게 하는 게 항상 고급스런 방법인 듯요.

대사 놓친 비슷한 경험으로, 다크나이트를 처음 남의 나라에서 볼 때(그땐 울나라 개봉이 1~2주 늦었던 듯요) South Korean smuggler들이 레이더 밑으로 비행기를 몰아서 어쩐다는 부분에서 푱얭? 어쩌구가 뭘까 한동안 고민했었어요. 서울에서 볼 때 그 부분 확인해야지 했는데, 막상 서울에서도 시선을 화면 중앙에 두고 있다가 또 그냥 지나쳤다는. 결국 세번째에 확인했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3-2. 근데, 그분들은 뭘 밀수하러 거길 다니셨을까요?
3-3. 빅토리아 하버에 세균만 쫌 없었더라면, 대본상에서처럼 이 한국인들 얼굴도 잠깐씩 나올 뻔 했는데 아쉽네요. 이왕이면 진관희급으로.

#4.
배트맨의 격투씬은 너무 필사적이라 좋아요. 내가 배트맨이 되어 당장 몸으로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면, 케이시를 기본으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겠죠. 배트맨이 숨을 몰아쉬며 어깨가 들썩이던 첫 티저영상은 너무 깊이 제 인상에 각인되어서, 아주 주기적으로 리와인드.

#5. 
The bat의 움직임은 가끔 벌같은 곤충으로 보이기도 해서 귀엽더라고요. 특히 후미를 리프트하고 속력내는 장면.
동그랗게 이쁘게 생긴 폭탄을 메달고 나는 장면은 뭔가 CG가 어설퍼 보이던데, 그래도 좋았고요.

5-1. 아직 Batpod의 바퀴가 x축으로 회전하는 원리를 완전히 이해 못했었데, 이건 이번 편에 여러번 명확히 묘사된 거 같아요. 한번쯤 더 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6.
라이즈에서 웨인엔터프라이즈 본사는 전편의 시카고가 아니라 뉴욕이었나요?
암튼, 토마스 웨인은 아무리 전철을 자기가 깔았더라도 그렇지, 어찌 5개씩이나 되는 레일이 웨인센터에서 만나게 해 놓을 수 있나요? 약간 양심 없는 듯.

6-1. 가끔 배트맨이 높은 데서 가오잡는 장면도, 비긴즈에서는 가고일 비슷한 장식이라도 있는 건물꼭대기를 고르더니 다크나이트 이후로 등장하는 건물이나 다리는 하나같이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장소들. 메말라 가지고는.

#7. 
예고편에서 아캄으로 오해했던 장소는 브루스가 갇혔던 제3세계의 감옥이었더군요.
근데, 두려움이 브루스를 살릴 것이라는 이상한 이론 이전에, 그냥 밧줄 무게 때문에 성공 못한 것 같던데요. 줄다리기 밧줄만큼 두꺼워 보이던데 그 긴 걸 묶고 뛰니 어디 넘을 수가 있나.

7-1. 비긴즈에선 라스알굴의 그림자리그가 부탄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비긴즈에서 원작으로 참고된 'the man who falls'에선 장소가 무려 '백두산마운틴'으로 언급됩니다. 브루스는 어쩌다 거기까지 간 건지.

#8.
리턴즈의 캣우먼 그리워하시는 분들 많던데, 저는 앤 해서웨이 편입니다. 일단 쫑알쫑알 말을 잘 해서.
각인효과라는 게 있는데, 이를테면 저한테 배트맨은 코믹스의 190cm, 근육질, 회색스판 입은 캐릭터가 아니라, 검은 고무수트를 입은 팀버튼 이후의 캐릭터여야 합니다. 스파이더맨은 웹슈터쯤 직접 만들고 빌리언을 끊임없이 놀려대는 캐릭터여야 하고요.

아마 가장 처음 임팩트있게 받아들여지는 캐릭터가 프로토타입이 되는 원리인 것 같은데, 그래서 앤의 카일라가 저의 캣우먼이라는 건 약간 이례적이긴 하네요.

#9.
본의 아니게 imdb 눈팅하다 잠깐 읽고 덮었던 스포일러들이 대부분 진실로 드러나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더욱이 배트맨 동상이나 카페엔딩 같은 '무슨 헛소리들이야' 싶은 얘기들이 진짜였다니. 심지어는 고든레빗이 로빈이었다는 장난성 스포일러까지 진실이었으니 저한텐 그게 반전이었고요.

9-1. 투싼 반가와하던 분들 계시더라고요.
9-2. 존 블레이크가 cave를 찾아내고 마지막 바닥이 솟아오르는 장면에서 울컥. 눈물 두 방울 흘렸어요.

아... 에어콘 수리하는 동안 집 지키면서 뻘쭘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수리 다 끝나고도 계속하고 있었어요. 
쓰고 나니 베인 이야기도 없고 전부 삼천포이긴 한데, 지우기에는 쓴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남겨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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