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 런닝타임은 1시간 54분으로 호러 치곤 좀 길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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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늙으니 이렇게 높은 곳에 위험하게 서 있는 장면만 봐도 피곤합니다. 합성인 거 알아도 마찬가지!! ㅋㅋㅋ)



 - 갑부집 딸래미 둘의 우정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둘이 함께 승마도 배우고 멋지게 생긴 피아노도 치고 하면서 잘 놀아요. 그러다 둘의 아빠들이 함께 짓는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놀며 누가 펜트하우스를 차지할 것인가 뭐 이런 드립도 치고 그러네요. 그런데 불행히도 때는 1997년. 이 때 IMF를 겪고 나라가 폭삭 망했던 건 한국만이 아니었던 거죠.


 갑자기 닥쳐온 '기생충'급의 생활고로 인해 두 아이도 피폐해졌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가족이 다 맛이 갔다는 겁니다. 가정 불화는 물론 가정 폭력에까지 시달리며 둘은 죽고 싶단 생각을 하고. 결국 어느 날 몹시 좌절해 버린 한 명이 동반 자살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셨나요. 태국은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국가였더라구요. ㄷㄷ 그래서 둘 중 하나가 아빠 권총을 가져와선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 버리구요. 이쯤되면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남은 한 명은 죽은 친구를 보고 쫄아서 그냥 그 자리에서 도망칩니다.


 세월이 흘러 살아 남은 친구는 사업가로 대략 성공을 했고. 개인적 한이 맺힌 그 초고층 빌딩(20년동안 짓다만 상태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을 자기가 맡아서 마무리하려는 꿈을 실현하려는데... 별 생각 없이 데려간 딸이 '그 때 그 장소'에서 엄마랑 친구가 사용하던 삐삐를 줍고는 엄마 친구 귀신의 복수 타겟이 되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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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의 그들. 참 괜찮은 도입부였는데, 이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 한글 제목은 '싸반', 영어 제목은 'The Promise', 태국어 제목은 'เพื่อน.. ที่ระลึก'입니다. 덧붙여서 '싸반'은 맹세라는 뜻이라고 하니 영어 제목이랑은 잘 맞는데. 태국어 제목은 번역기를 돌려 보니 '친구.. 기념품' 이라는 뜻이네요. 뭐 이거나 저거나 영화 내용과는 대충 맞지만 그렇다면 '싸반'이란 제목은 어떻게 나온 건지 쓸데 없이 그냥 궁금해집니다. 일단 '싸반'은 당연히 아니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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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쌩뚱맞지만. 태국은 아직도 이렇게 극장에 그림 간판을 세워놓나 보죠. 그립읍니다!!!)



 - 아무래도 같은 동아시아권이라 그런지 한국 호러들이랑 설정이나 정서가 되게 닮았죠. 여학생들간의 끈끈한 우정이라든가, 동반 자살에 임하는 자세(?)라든가, 이후로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반응들 같은 것도 거의 판박이에요. 귀신의 행동 방식 같은 것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심지어 같은 연도에 같은 역사적 사회적 비극까지 겪었으니 그냥 이 설정에 이 각본 그대로 한국 영화로 만들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겁니다. 권총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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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배경이 되는 건물의 실제 상태입니다. IMF 동지여...)



 - 앞서 말했듯이 런닝타임이 좀 긴데요. 그렇다고해서 늘어지거나 지루해지는 구간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도입부에서 두 소녀가 겪는 고통을 나름 차분하고 진지하게 보여주는 데 시간을 어느 정도 투자했구요. 이 부분의 드라마가 그럴싸해서 나름 이입을 하며 감상을 시작하게 되니 괜찮았구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관객들에게 무서운 장면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꽤 성실한 호러에요. 같은 패턴을 여러 번 써먹지 않으면서 저 런닝타임을 빼곡하게 채우거든요. 거의 대부분의 호러가 주인공의 집과 폐건물에서 벌어지지만 벌어지는 사건들은 매번 다릅니다. 보는 내내 지루하단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건 아마도 그렇게 성실하게 짜낸 아이디어들 덕분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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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 뷰는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매번 상황은 달라지지만 저 뷰와 저 난간과 저 기둥은 한 대여섯번 이상 나오는 듯. ㅋㅋ)



 - 깨작깨작 글을 적으며 생각을 정리해 보면 나름 제 취향에 맞게 괜찮은 부분이 많은 호러였던 것 같습니다.

 일단 고어에 의존하지 않아요. 고어라고 할만한 장면이 있긴 했나? 싶구요. 앞서 말했듯이 같은 패턴 반복하며 지루하게 만들지도 않고. 또 그렇게 버라이어티하게 등장하는 호러씬들이 구리지 않습니다. 뭐 막 되게 무섭고 그렇진 않아도 최소한 싱겁다고 비웃을 퀄은 절대 아니에요. 게다가 도입부에서 두 사람의 감정 같은 것도 나름 설득력 있게 깔아 놓았고. 또 현재 파트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 묘사도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래서 딸을 살리려는 엄마의 심정이 와닿고, 중간에 그걸 위해 나쁜 짓(?)까지 저지르는 걸 보면서도 나름 이해는 하게 되구요. 여러모로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줄만한 구석이 많은 호러가 되겠습니다... 만. 한 가지 좀 큰 문제가 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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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세요. 또 나왔죠. ㅋㅋ)



 - 그러니까 귀신이 하는 짓이 이해가 안 가요. 복수심에 불 탈 수야 있죠. 죽기 전에 몇 번을 그러거든요. 절대로 자기 혼자 죽게 하지 말라고. 근데 이 귀신은 주인공이 아니라 딸을 노리거든요. ㅋㅋㅋ 영화 속에선 '딸이 엄마랑 친구 자살하던 딱 그 나이다!'라는 주인공들의 깨달음으로 그걸 대충 덮고 넘어갑니다만. 그래도 이해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고요.


 거기에서 좀 이해심을 발휘해서 '딸을 데려가는 게 최고의 복수니까!'라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근데 문제는 도입부에 깔아 놓은 드라마입니다. 기껏 두 소녀를 그렇게 애잔하고 안타깝게 그려 놓고서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이러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랄까요. 오죽하면 '막판에 귀신이 두둥! 하고 등장해서 주인공 앞에서 감정 토로하며 해명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봤네요. 저 원랜 그런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ㅋㅋㅋ 근데... 그런 장면 없습니다. 끝까지 귀신은 말은 커녕 모습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않아요. 그냥 끝까지 비열하고 나쁘고 불쾌하며 사악한 짓만 계속 하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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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자기 혼자 죽게 만들어 놓고 이렇게 희희낙락 알콩달콩 살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눈 돌아가긴 하겠습니다만...)



 - 그리고 그렇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괴롭힘 당하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딸입니다. 물론 그 덕에 주인공이 엄청나게 고통받긴 하죠. 하지만 그렇잖아요. 이렇게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억울하게 개고생을 하니 보는 동안 참 불편해요. 니들끼리 문젠 니들끼리 해결하라고!!! 

 뭐 그게 감독의 노림수이긴 합니다. 동양 호러의 전통 떡밥인 '모성애' 코드가 또 이 영화의 중심 테마거든요. 그걸 살리기 위해 주인공은 남편 없이 딸과 둘이 살구요. 귀신네 가족도 중반, 후반에 몇 번 나오는데 이 집 역시 아빠 없이 엄마만 살아서 찐한 모성애 한 번 보여주고 그래요.


 이런 부분 자체엔 그리 큰 불만은 없어요. 식상하지만 그래도 매번 먹히는 게 '모성애' 아니겠습니까.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역시 이야기를 괴상하게 만듭니다. 분명 '두 소녀의 비극적인 우정과 배신'으로 시작한 이야기잖아요. 그러면 이게 이렇게 단순하게 '모성애 짱짱맨!'으로 흘러가면 앞 뒤가 안 맞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 '두 소녀'가 마무리를 해줘야 할 이야기인데 귀신은 그저 극악무도한 빌런일 뿐 아무런 캐릭터도, 드라마도 보여주지 않구요. 살아 남은 소녀는 자기 딸 지키는데 몰빵하느라 바빠서 죽은 친구에 대해선 별 생각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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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성애를 뽐내기 위해 한참 동안 주변에 진상을 부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특히 이 장면 정말 짜증이었던...)



 - 아마 대충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IMF가 1997년인데 이 영화가 2017년작이니 20주년 기념(?)작 비슷한 의미가 되겠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빌딩은 실제로 영화 속과 같은 역사를 지닌 채 지금도 태국 시내에 그대로 흉물스럽게 서 있다고 하니 1997년의 그 비극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꼭 등장을 시키고 싶었을 거구요. 주인공은 1997년으로부터 스무 살을 더 먹어야 하니 대략 당시 10대를 써야 했을 거고. 둘 중 하나는 살아 남아서 20년을 더 살았으니 자식 하나 정도는 있을 거고. 그럼 귀신 영화답게 여주인공을 쓰는 김에 1997년엔 여고괴담 무드, 2017년은 모성애 코드로 가면 되겠네!!


 ...라는 망상을 해봅니다만. 뭐 이게 맞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시작을 그렇게 했으면 끝도 그걸로 맺는 게 옳았다고 봅니다. 지금 이 이야기는 뭔가 좀 이상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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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생)괴담으로 시작했으면 여고(생)괴담으로 끝을 내라고!!)



 - 그래서 제 결론은 대충 이렇습니다.

 단순하게 '무서운 장면이 많니' 라는 측면에서 따져본다면 썩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학교괴담' 같은 시리즈랑 비교할 바가 아니구요.

 드라마도 사실 열심히 만든 것 같긴 한데, 중간에 이상한 길로 빠져 버려서 뭔가 '무서우면서 짜증나는 영화'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서 호감도 안 가고, 남에게 추천할 맘도 안 들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 그냥 뭐라도 나쁘지 않은 아시아권 호러 영화가 보고 싶다!! 라는 분만 보세요.




 + 대체로 개연성 측면에서 큰 문제 없이 잘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만.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 딸에게 일어나는 일은 정말 황당합니다. ㅋㅋㅋㅋ 당연히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못 드리겠는데, 정말 황당했어요. 더불어 찜찜하기까지 해서 영화에 대한 제 소감에서 안 좋은 부분을 아주 많이 키워줬네요.



 ++ 삐삐로 텍스트를 보내는 서비스가 등장하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삐삐 열심히 쓸 때도 아주 잠시 (곧 핸드폰으로 교체되었으니) 있었던 서비스로 기억하는데 이게 결국 삐삐 회사로 전화를 걸어서 전할 말을 읊어주면 회사에서 그 내용을 텍스트로 보내주는 식이었잖아요. 요즘에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아마 곧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할 말'에 쌍욕을 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서요(...)



 +++ 죽어서 귀신되는 학생 역 배우가 낯이 익어서 검색을 해 보니 넷플릭스에 있는 전설급 망작 '딥: 잠들면 죽는다'에서 주인공 역을 했던 배우더라구요. 그게 작년 작품이니 이 영화가 4년 전인 셈인데. 암튼 그 영화를 봤던 기억 때문에 전 당연히 후반에 귀신 분장하고 그 배우가 또 나올 줄 알았어요. 근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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